복숭아
정오 무렵 버스정류장 벤치에 복숭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가 두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갔고 버스는 몇 번이나 들어왔다 나갔다. 복숭아는 그대로였다. 한쪽이 눌려 있었고 눌린 자리에는 검은 반점이 번지고 있었다.
어릴 적 범어사 공양간 뒤에도 복숭아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여름이면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열매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주워 와 부엌 칼로 상한 자리를 도려냈다. 잘려 나간 부분은 닭장 쪽으로 던지고 남은 쪽을 접시에 올려놓았다.
나는 상한 자리가 더 달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공양간 뒤편에는 금이 간 파란 대야가 있었다. 빗물이 고이면 며칠씩 그대로 있었고, 마른 뒤에는 바닥에 먼지 자국이 둥글게 남았다. 왜 버리지 않았는지 묻지 않았다.
절에 들어간 뒤 채공간에서 설거지를 했다.
겨울이면 고무장갑 안으로 물이 스며들었고 그릇은 끝없이 밀려왔다. 어느 날 설거지통 물결 위로 햇빛이 흔들렸는데 밖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복숭아 하나가 떨어진 소리였다. 나가 보지는 않았다. 설거지통 가장자리에 붙어 있던 밥풀이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벽마다 골목을 쓴다.
시장 뒤편 과일가게 앞에는 장사가 끝난 뒤에도 몇 개의 복숭아가 남아 있다. 멍이 든 것들이다. 그 옆에는 손잡이 부러진 우산이 놓여 있고, 어떤 날은 한 짝뿐인 슬리퍼가 있다. 왜 거기 있는지 모르는 것들이다.
퇴근 무렵 다시 버스정류장 앞을 지났다.
복숭아는 아직 벤치 위에 있었다.
그 사이 그늘은 벤치 아래로 옮겨가 있었고, 바람에 밀린 마른 잎 몇 장이 복숭아 곁에 모여 있었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있었지만 그것은 치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