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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김두기

작성자김두기|작성시간26.06.11|조회수3 목록 댓글 0

메뉴/김두기

금요일 저녁이었다.
어머니는 집 앞에 먼저 나와 계셨다.

오래된 코트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골목 입구를 몇 번이나 내다본 얼굴이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친구들에게 아들과 데이트하러 간다고 했더니

다들 부러워하더라
하며 웃으셨다.

식당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았다.
메뉴판을 펼친 어머니가

한참 들여다보다 내게 밀어주었다.

글씨가 작구나.

나는 메뉴를 읽었다.
국 이름을 읽고
생선 이름을 읽고
반찬 이름을 읽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계셨다.

중간쯤 읽다가
문득 눈을 들었을 때
어머니는 메뉴판이 아니라
내 얼굴을 보고 계셨다.

네가 어릴 때는
내가 읽어줬는데.
그 말 뒤에
잠시 물컵만 만지작거리셨다.

식당 유리창 밖으로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오래전 이야기 몇 가지를 꺼냈다가
다시 집 근처 이야기로 돌아왔다.

다음에는 내가 사마.
어머니는 계산서보다 먼저 그 말을 내놓으셨다.

며칠 뒤
식당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영수증 한 장과
흔들린 글씨가 들어 있었다.
다음 약속은 못 지킬 것 같구나.

그날 밤 이후
나는 메뉴판을 오래 보지 못한다.

읽어야 할 것이
늘 글씨만은 아니었다는 걸
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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