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왜 팔이 여러 개일까
절 뒤편 언덕의 참나무는 해마다 같은 자리에 서 있었지만 가지는 해마다 다른 곳으로 자라고 있었다.
돌담 위로 넘어간 가지 하나에는 까치집이 걸려 있었고, 계곡 쪽으로 기운 가지 끝은 여름이면 물안개 속에 잠겼다. 오래전에 부러진 자리는 검게 굳어 있었는데 그 곁에서도 잔가지 몇 개가 다시 돋아나고 있었다.
봄에는 연둣빛 잎들이 올라왔고 장마가 지나면 잎사귀마다 빗물이 오래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강한 날이면 나무는 온몸으로 흔들렸지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쓰러지지는 않았다.
산을 오르내리며 여러 번 그 곁을 지났는데도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줄기는 하나인데 왜 저토록 많은 팔이 필요했을까.
그때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가장 가느다란 가지 끝에 앉았다. 가지는 잠시 아래로 휘어졌다가 새가 날아가자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잠깐이었다.
나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서 있었다.
해가 기울자 능선의 그림자가 먼저 내려왔고 가지들은 하나씩 어둠 속으로 잠겨 갔다. 끝까지 남아 있던 것은 가장 높은 곳의 마른 가지 하나였다.
무엇을 향해 그토록 오래 뻗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나무는 무언가를 가지려는 모습보다 오래 비워 둔 모습에 가까웠다.
어둠이 숲을 덮을 무렵, 보이지 않게 된 가지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허공 속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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