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바다는 보이지 않고
회색 건물 벽만 보였다.
편의점 야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에는
검은 우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손잡이 끝 비닐이 벗겨져 있었고
누군가 감아 둔 테이프는
반쯤 들떠 있었다.
며칠째 같은 자리였다.
오르내릴 때마다 보였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겨울 새벽 다섯 시를 조금 넘겨
전화 한 통이 왔다.
한동안 수신번호만 내려다보았다.
장례식장 흡연구역에서는
종이컵 하나가 발에 차여 굴러갔고
정수기 옆 의자에는
커피믹스 봉지가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발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계단 모퉁이의 우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 잠깐 세워 둔 것 같기도 하고
오래전에 잊힌 것 같기도 했다.
집 문을 열기 전,
나는 한 번 뒤돌아보았다.
복도 불빛 아래
우산 끝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비는 온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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