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다시 잡는 날
출근길에 맞추어 울리던 알람이
어느 날부터 입을 다물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둔 넥타이 한 장
오래 접힌 강물처럼 구겨져 있었다
아침은 여전히 찾아왔지만
누가 나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처음 며칠은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횡단보도 신호가 몇 번 바뀌는 동안
화분 하나에 물을 주고
늦게 일어난 햇빛이
방바닥을 건너가는 속도를 배웠다
남들이 좋다는 약보다
무릎이 덜 아픈 걸음을 골랐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숫자보다
잠 잘 오는 저녁을 남겨 두었다
통장보다 먼저
몸의 안부를 살피게 되었고
빠르게 가는 법보다
오래 가는 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사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 것 같다
길은 여전히 많지만
운전대는
다시 내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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