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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알의 계절

작성자김두기|작성시간26.06.23|조회수3 목록 댓글 0

두 알의 계절

여름이 깊어질 무렵 감나무 가지 끝에
풋감 두 알이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아직 단단한 빛을 품고 있었지만
저마다 지나온 바람의 무게는 달라 보였다

문득 내 삶도 저쯤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다섯에 처음 빗자루를 잡았다
새벽 네 시 반이면 골목이 먼저 몸을 일으켰고
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밤의 흔적을 모아
길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겨울에는 장갑 속 손가락이 곱았고
장마철에는 젖은 낙엽이 빗자루 끝에 들러붙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아침은 늘 깨끗한 길 위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골목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다시 열리는 동안

나도 조금씩 익어 갔다

정년이 되어 일을 내려놓고 보니
남은 것은 표창장보다 손바닥의 굳은살이었다

감은 가을이 와야 제 빛을 드러내지만
익는 일은 이미 여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돌아보면 내 삶도 그랬다
눈에 띄지는 않았어도
천천히 사람들 곁을 밝히며 익어 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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