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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성자조르바|작성시간18.02.04|조회수64 목록 댓글 2

언제인가 소설을 안 읽게 되더라고 실토한 적이 있는데 무슨 바람인가

근래 2~3달 동안 무려 다섯 권의 소설(소설집 포함)을 독파 했습니다.

특별히 작정한건 아니고 흘러가는 대로 가다보니 그리된 것인데 일별하면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최일남의 “국화 밑에

서”입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분량(?) 때문에

주저하고 게으름을 피운 것이니 제외 하더라도 꽤 많은 소설을 접하게 된

셈입니다. 평소 일주일에 한권 정도 보는 보폭으로는 3달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안나는 1600페이지 이니 2주 살짝 넘고) 절반을 소설로 메운

것이니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굳이 연유를 찾자면 사연이 없는 것도

아닌 것이 2007년인가 서구의 작가들에게 소설의 순위(?) 설문조사를

했는데 안나가 1위 마담 보바리가 2위를 차지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가 수위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거니와 적극

동조하는 편입니다. 여태 것 읽은 외국소설 중에서는 빼어난 수작이었습니다.

안나에 반한 김에 그럼 2위는 하고 덤벼들었는데 수준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글쎄 2등 까지는 납득이······ 저만의 편견 일수도 있겠습니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도 2017년 한국 소설가가 선정한 최고의 라는

찬사에 혹해서(?) 선택했는데 이렇게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라는 지위는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신뢰가 높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82년생 김지영”은 작은딸이 보고 굴러다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저가 베스트셀러에는 인색한(?) 편이라) 소설적 미학은 잠시 유보하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우리 모두 고민하고 시급히 해결책을 모색할 사안

이고 특히 이 시대를 함께 건너가는 남성들에게 억지로라도 읽히게 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최일남의 단편집 “국화 밑에서”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했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동기도 작용 했습니다. 50대 후반부터

인가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늙음”을 다루는 책에 관심이 쏠렸는데 나이 듦에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이 지랄 같은 늙음의 “비애”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혹 비책이라도 발견

하면 커닝해서 도움을 받고 싶은 불순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화 밑에서는 어느 정도 위안과 성찰을 준 작품집 이었습니다.

김애란과 최일남의 단편작품집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죽음”을 다룬 소설이

많습니다. 작가는 시대의 조건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지만 나이 등 작가자신

이 처한 환경과 실존에서도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 시켜주는 것이

김애란의 작중인물은 뜻밖의 죽음(사고사 등)이고 최일남의 경우 자연사

입니다. 해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소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두 사람 모두 타고난 글쟁이들이다 생각 했습니다. 프로 소설가들에게

소질을 논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그래도 묘사, 비유, 서술의 자연스러움

호흡과 장단을 휘몰아가는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타고난 글쟁이로구나 여겨집니다.

예전에 최인호, 황석영, 이문구 등에게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최일남의 토속어와 고색창연(?)한 언어의 잔치에 얼핏 당황하기도 했지만

늙음에 대한 천착은 깊이가 있었습니다. 몇 대목 인용 하겠습니다.

“ 연만할수록 역경을 지혜롭게 헤치고 대소사에 너그럽고 원만해진다는

   것은 모두 헛소리인가 봐 책에나 씌어 있는 말인가 봐요 ”


“ 공부자의 이순을 들먹이기 과람하지만 육십 줄에 끼자마자 막연히

  동경했다면 동경한 늘그막의 여유, 분별, 이해, 무욕, 원숙, 경륜, 인품

  따위 미덕은 거들떠볼 겨를이 없다구요.”


“ 젊은 사람이 동무 따라 강남 간다면 늙은 사람은 죽은 친구 장송할

  때마다 내 차례가 멀지 않구나 다짐한다. 전자에는 모험과 희망이

  후자한테는 연민과 인멸의 냄새가 난다.”


소설 외에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책은 조지프 히스의 “계몽주의 2.0”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심리적 생물학적 진화의 관점에서 “직관”과 “이성”

으로 환치해서 정치적 사건이나 상업적 예를 들어 풀어나가는 것이

설득력과 새로움이 있었습니다. 여성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랩걸(Lab Girl)”도

열정과 치열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아! 저렇게 사랑하고

도전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의 삶도 있구나하는 경외감. 글 솜씨도

상당합니다. 어느 분은(반더루) 몇 권의 실패한 책들을 소개했는데 저는

성공(?)한 책들만 언급하게 되어 다행(?)인가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추위가

공격적이어서 아예 항복하고 소설 속으로 도피하여 늙음의 권태를 이겨낸

지난 시간 이었습니다. 소설 속에 소개된 윤재철의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을 인용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재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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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반더루 | 작성시간 18.02.05 1,2위가 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군요.^^
    82년생 김지영,랩걸,라틴어수업 등의 책은 요즘 도서관에서 인기고공행진중인듯합니다.대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최일남의 소설은 빌릴 수 있을듯하니 다음주 목록으로...^^
    (아, 집에 사둔 책부터 읽어야하는데...단테의 신곡은 처음부터 조금씩 천천히 읽으려고 작정을 한터라 상관없는데, 김영민의 '집중과 영혼'은 1000페이지가 넘는 터라 쉽게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이왕 소설에 맛들이신 김에, 감히 주제넘게 한 권만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입니다.-만만찮은 주제의식에 더해서 번역학을 전공한 번역자의 노고가 더해져서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 작성자조르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2.05 1.2위 소설이 여자가 주인공인 것 뿐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는 “불륜”을 다룬 소설 이지요 ^^
    아! 언제나 인간 관음증의 절정 “불륜”
    참고로 3위 역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82년생 김지영”이야 이미 소문에 고공행진.
    랩걸(Lab Girl)은 알쓸신잡 시즌2 마지막에 유시민이
    딸에게 권하는 책으로 소개 되면서 유명세를 탄 듯.
    누구의 권유인데 저가 어찌 감히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숨그네” 챙겨 읽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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