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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야기

다시듣고싶지않은 수업 에세이 1

작성자미완의 화자|작성시간13.05.17|조회수122 목록 댓글 0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식의 행정의 전형인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시듣고싶은수업에세이'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다시듣고싶지않은 수업 에세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부산대에서 수강한 교과목 중, 다시 듣고 싶지 않는 수업을 고르라 한다면, 단연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이하 창글) 과목을 선택하고 싶다. 창글은 부산대 비자연계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해야 할 과목이며, 부산대 출판부에서 교재편찬을 담당하고 있다. 과목의 이름을 통해 보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개설된 과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교재의 내용과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보면, 창글 수업은 창의적 사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수업의 방식은 상당히 일방적이다. 수업 시간에 대부분은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에 대한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교수님은 100분이라는 긴 수업시간동안 글쓰기 스킬에 대한 이론을 많이 소개해주셨다. 그러나 글쓰기 이론을 비가 쏟아지듯 쉴 새 없이 전달해주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나는 교수님의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나 버거웠다.

하루는 독자 중심의 글쓰기를 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선례나 글쓰기 표본을 보여주시기 전에, 엄청난 분량의 이론을 소개하셨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제시한 이론에 맞게 글을 쓰도록 학생들에게 요구하였다. 독자 중심의 글쓰기를 실제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내가 쓴 글이 좋아 보일 것 같았다. 교수님은 수강생 모두에게 글쓰기 패턴을 바꿀 것을 요구하셨다. 그러나 글쓰기 습관은 하루아침에 쉽게 고쳐질 수 없다. 더불어 11월 26일 현재, 우리가 제출한 과제는 감상문 한 편, 개별과제와 조별과제의 개요 작성하기, 그리고 조별 과제 작성이다. 이렇게 제한된 과제와 시간만으로 독자 중심의 글쓰기를 충분히 연습할 수 없었다. 물론 과제가 무작정 많다고 해서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강의와 연계되어 배운 이론을 연습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과제, 나아가 교수님의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제가 필요하다.

실제 이론을 적용한 글이 어떠한 모습을 띄는지, 어떠한 예제를 보지도 못한 채, 학생들은 바로 과제를 위한 개요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제출한 개요를 첨삭해주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과연 첨삭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정도로, 교수님은 ‘-하지마라’식의 부정적인 피드백만을 제공해주셨다. 교수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명료성과 구체성에 관한 기준 또한 너무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 구체적인 논거를 강조하시는 교수님은 연관성, 구체성, 모호성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는데, 이러한 용어들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현재 각 모둠별 글쓰기를 토대로 조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이 시작하기 전, 교수님께서는 토론의 승패를 결정하여서, 이긴 조에 가산점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러나 토론이 시작되고, 각 조별로 글쓰기를 한 것을 보니, 찬반 쪽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거의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란, 찬반의 해결책을 서로 비판하고 보완하면서, 최상점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제한되고 유사한 의미의 해결책으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 결과, 토론은 서로의 논거를 갖고 반박하는 비생산적인 토론이 되었다. 이러한 점을 미리 걱정해, 토론이 시작하기 전 주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토론의 의의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교수님께서는 아주 긴 대답을 해주셨지만, 대답을 듣는 내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토론은 소모적인 토론, 쇼를 위한 토론이 되어버렸다.

과목의 이름 자체를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가 아닌, ‘틀에 맞춰 좋은 글쓰기’ 또는 ‘점수 잘 받을 수 있는 글쓰기’ 라는 식으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18000원이나 되며 무려 484쪽 분량에 해당하는 두꺼운 교재도, 90% 이상이 예제들로 가득 차 있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면, 각주를 다는 법을 알려주는 맞춤법을 알려주는 정도 밖에 없다. 부산대 교재편찬위원회에서 출판한 이 책이 얼마나 급조되었는지, 내용이 부실한지는 누가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부실한 교재 위에 뚜렷한 목적 없는 강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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