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사랑의집 X 라이브앤라우드>
지난 1월 23일 금요일 밤, #홍대의_한_지하클럽 에서
저와 남편 삶의 여러 시간과 관계들이 한 무대 위에 겹쳐지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난곡사랑의집 이전비용 모금을 위한 후원 페스티벌,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난곡사랑의집 대표이자 교장선생님인 #김한수, 제 남편이 있습니다.
이 행사는 단순한 ‘후원 공연’이 아니었어요.
인디밴드와 직장인밴드, 난곡사랑의집 학생과 교직원, 후원인들이 함께 만든 무대였고,
공연 전후로는 바자회와 시화 전시, 애장품 경매까지 더해져
각자가 가진 시간과 재능, 마음을 내어놓는 ‘나눔 한마당’ 그 자체.
이 자리를 가능하게 만든 분들 중
공연장을 내어주신 라이브앤라우드 #손석호 대표 님의 이야기는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13년 전, 난곡사랑의집 방과후교실에 다니던
초등학생 한 명의 백혈병 투병 소식이 신문 지면에 실렸고,
그 기사를 계기로 후원을 시작하셨다고 하네요.
이후 매년 직장인밴드 공연기금을 모아
묵묵히 난곡을 후원해 오신 10년이 넘는 믿음과 인연의 시간들.
어제의 무대는 그 오랜 연대의 시간이
음악과 사람의 얼굴로 다시 피어난 장면이었습니다.
난곡분들의 공연 중 가장 깊이 마음에 남은 순간은
70세가 훌쩍 넘으신 한 학생분의 시낭송.
“가난한 집 딸이라고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평생을 무학과 문맹으로 살았지만
난곡사랑의집에서 #한글을_배우고 나니 이제 세상에 겁나는 것이 없어졌다”는 고백.
학생분의 그 한 편의 시에는 난곡사랑의집이 왜 존재하는지,
#왜_더_넓고_안전한_공간으로_이전 하려 하는지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러주신 두 분의 학생분의 모습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한스_프렌즈 라는 이름으로 오른 무대 역시 특별했습니다.
1990년대 #청계천변_종로야학 을 함께 했던 고려대 동문들.
사회운동의 길을 선택한 김한수를 지금까지도
그리고 여전히 곁에서 돕고 있는 선한 마음의 선후배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연대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지요.
본 공연 시작 전에 와 주신 뜻밖의 손님!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성북갑 김영배 의원님께서
홍대 지하클럽까지 #깜짝방문 을 해 주셔서 따뜻한 축하의 인사말을 남겨주셨습니다.
최근 #시간평등위원회 출범식을 계기로 의원님을 조금 더 가까이 뵙게 되었고,
이 공연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직접 이 자리까지 와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의원님의 사모인 이지현 선생님은
노원구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마들주민회 의 대표셨고,
그 전신인 #상계어머니회 는 여성들의 문맹 퇴치를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풀뿌리 시민운동 단체였습니다.
난곡사랑의집과 같은 뜻의 #문해교육현장 을 잘 알고 계셨기에
이 자리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시고 기꺼이 함께해 주셨다는 이야기에
더 큰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선에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는 #고구려밴드 의 마지막 무대는
말 그대로 클럽 공연의 진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참가자 전원이 함께 팔짝팔짝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시간.
후원행사라기보다 서로의 삶을 축하하는 진짜 ‘축제’에 가까웠습니다.
김한수 대표는 마지막 무대 인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곡사랑의집이 이음학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따뜻한 인연의 이어달리기를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이웃으로, 더 좋은 교육공동체로,
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더 해보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박수는 오래 멈추지 않았고,
그 박수는 응원이자 앞으로도 함께하겠다는 약속처럼 들렸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펑펑 함박눈이 내리는 홍대 거리에서
이곳까지 와 주신 관악구의 시민활동가들과 흥겨운 뒤풀이를 나눴습니다.
눈 쌓여 새하얗게 변한 거리를 지나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집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을 따땃하게 데워준 온기는 오래 남네요.
어제 홍대에서의 밤은 그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이 조용히 이어진 기록이었기에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겨내며 이 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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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희 박사
지리학자
사단법인 캠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