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FSG는 내부 정보를 강하게 통제하는 집단입니다.
특히 에드워즈 체제에서 리버풀은 내부 의견이 외부로 무분별하게 새어 나가는 것을 경계해왔고, 언론에 노출될 메시지 역시 상당히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성향을 보여왔죠.
따라서 스피커의 공신력과 무관하게, 외부로 알려지는 ‘FSG의 의중’이라는 것은 언제나 일정 부분 전략적 메시지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시즌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중도 경질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서 FSG가 굳이 감독의 입지를 흔드는 메시지를 외부로 흘릴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후임 감독 사가를 조기에 시작하거나, 선수단 내부에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만들거나, 남은 시즌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FSG의 조심스러운 성향과도 맞지 않으며 일반적으로도 구단 입장에서 별다른 실익이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감독 구하기에 미리 나선 첼시의 후임 사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쪽이 좀 답답하게 보여서 그렇지,
“FSG가 여전히 슬롯을 신뢰한다”는 보도는 실제 내부 평가와 무관하게, 현 상황에서 구단이 외부에 내보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메시지이긴 합니다.
특히 리버풀에 관해선 지금처럼 해외 로컬 소스 보도와 내부 소스 보도가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호펠디 vs 온스테인 등)가 종종 있는데, 결국 내부 소스 쪽 메시지가 상당히 통제되어 있었던 사례가 적지 않았죠.
실제로 현재까지 온스테인을 비롯한 영국 내 언론들의 논조도 확실하다기 보다는 사실상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진 신뢰 기조에 더해진 새로운 업데이트는 없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한 언론 플레이를 빼놓고 본다 해도, 그간 보여준 FSG의 성향을 고려할 때, 슬롯을 아주 신뢰한다고 할만큼 보드진이 이번 시즌을 나이브하게 여길 것이라 보지도 않습니다.
FSG는 외부 여론이나 감정적 평가에 잘 흔들리는 집단은 아니지만, 동시에 지극히 리스크에 민감하고, 실리적이고 계산적이며, 이익 추구적인 구단주이기도 합니다.
즉, 리버풀의 의사 결정자들은 명분이나 감정보다도 궁극적으로 리스크 회피나 수익성을 최우선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그런 점에서 인게임 리스크가 곧바로 재무적 리스크로 이어지는 PL의 경쟁적 환경은 FSG에게 결코 무한 신뢰의 여유를 줄만큼 가볍지 않죠.
따라서 역대 최고액의 이적료를 투자했음에도 성과를 보장하지 못한 슬롯은 FSG에게 일단은 재평가 대상인 것이 당연합니다.
더하여 FSG가 자신들이 선임한 감독이라는 명분이나 자존심 때문에 무조건 연임을 밀고 가는 것이라는 추측도 그래서 그 방향성이 좀 잘못되었죠.
단순하게 바라보면 그렇게 보여서 그렇지, FSG는 최소한 쓸 데 없이 명분을 따지거나 마냥 자존심을 부리는 비이성적 곤조가 있거나 감정적인 타입은 아닙니다.
허나 그렇다고 FSG가 슬롯을 경질할 것이라 확신할 수도 없는 것이 문제죠.
현재 보도된 외부적 스탠스를 확정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과, 슬롯을 종국에 진짜 경질하느냐는 또 별개의 얘기니까요.
이는 결국 FSG가 감정적이진 않지만, 리스크 관리와 그에 따른 의사 결정에는 또 상당히 보수적인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즉, FSG는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또 다른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구단주입니다.
이에 감독 교체가 ‘확실한’ 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FSG는 슬롯의 실패를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유임을 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슬롯에 대한 의구심이 내부적으로 존재하더라도, 확실한 대안이 없다면 FSG에게 내부 변수 개선이라는 선택지는 충분히 당위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인 것이고,
그렇게 유임을 선택한다면 그건 명분이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해서라기 보다, 진짜로 FSG는 그쪽의 리스크가 더 낮다고 보는 겁니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즉각 선임 가능한 최대 매물인 알론소 역시 완성형 감독인 것은 아니며, 특히 본인의 게임 모델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처나 반응, 고집 등에서 슬롯과 유사한 문제점을 노출한 바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FSG가 감독 교체를 ‘무조건적인’ 혹은 ‘확실한’ 카드라고 마냥 여길 이유가 그들에게는 외부적으론 부족하죠. 클롭처럼 모든 면에서 확실히 맞아떨어지는 인물은 시장에 없다 볼테니까요.
그러니 결국 FSG가 감독 교체를 ‘최선의‘ 혹은 ‘차악의’ 카드라고 여기는 수가 발동해야 할 겁니다.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글이 길어졌는데, 결국엔 뭐 시즌의 최종 결과가 나와 봐야 뭐든 나올 것이고, 슬롯의 거취는 그때의 얘기들을 들어봐야 알 것 같다는 얘깁니다.
개인적으론 곧 모든 성적이 정해지면, 꽤 빠르게 결정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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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주리와리버풀 작성시간 26.05.12 좋은글이네요. 저도 사실상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은거처럼 봤는데 그건 말씀처럼 보드진이 감독 교체가 최선의 선택이 되지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직 그 판단조차도 성급한걸수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간 보여준 우리팀 보드진 특성을 생각하면..
사실 성적만큼 우리보드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어린선수들의 성장이기도 한데 이부분에서도 이번시즌 슬롯은 낙제점에 가까우니.. 시즌종료후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겠네요. 만약 유임을 결정한다면 그렇게 판단한 이유에 대해 팬들이 납득할수있게 보드진도 제대로 일해야할거같아요. -
작성자브릴 엠볼로 작성시간 26.05.12 저도 아직까진 아무것도 모르는것같아요
시즌 끝나봐야 가닥이 나올것같아요
시즌중에는 아직 챔스 경쟁중이니 지지기사가 나올수밖에 없다봐요 -
작성자The One And Only Liverpool 작성시간 26.05.12 믿고 편히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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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잉스야 작성시간 26.05.12 이쯤되면 그냥 아집입니다. 본인들을 거부한 알론소는 쳐다도 보지않고
본인들의 눈으로 직접 뽑은 감독인 슬롯은 첫시즌만에 우승을 했으니 옳다에 대한 아집이죠.
현실은 우승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져온게 지금까지의 경기력과 결과인데 데이터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믿지않고 외면하고 감성적인 접근을 해버리고있죠. 정작 선수한테는 그렇게 데이터 데이터
실리를 외치면서 말이죠. -
답댓글 작성자Toshack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12 뭐 보드진이 잘못 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선 같은 생각입니다만 그게 감성적이란건 딱히 공감안가네요. 그렇게 보면 그래 보이는거죠. 본문에도 썼지만 FSG는 감성적인게 아니라 프로세스가 일반적이지 않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