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MES PEARCE
전체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리버풀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것은 아니다.
리버풀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4위에 위치해 있고, 남은 세 경기에서 최대 4점만 추가하면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첼시, 브렌트포드와의 홈 경기 사이에 아스톤 빌라 원정이 끼어 있는 일정이지만, 아르네 슬롯 감독의 팀은 결국 목표를 달성해 유럽 무대 탈락이라는 굴욕과 재정적 손실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요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3-2 패배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최근 리그 3연승으로 쌓아 올린 긍정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스스로 허무하게 날려버린 경기였다.
시즌 막판 상승세를 통해 ‘미래는 밝다’는 자신의 낙관적인 발언에 힘을 싣고자 했던 슬롯 감독의 구상은 사실상 무너졌다.
갈라진 팬심 속 비판을 잠재우기는커녕, 이날은 오히려 비판의 근거를 더 쌓아준 경기였다.
물론 참작할 요소는 있었다. 알렉산데르 이삭이 경미한 사타구니 부상으로 빠지면서 리버풀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선수뿐 아니라, 부상 중인 모하메드 살라, 위고 에키티케, 알리송, 기오르기 마마르다슈빌리, 코너 브래들리, 조반니 레오니, 엔도 와타루까지 결장한 상태였다. 교체 명단 9명 중 6명이 유스 선수였다.
그럼에도 슬롯 감독은 이러한 결장자 명단을 변명으로 삼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부상자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반전처럼 경기할 수 있다면 다른 선수가 필요하다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맨유의 두 번째 골 상황에서도 비슷했다. 리플레이상 베냐민 셰슈코의 손에 공이 닿은 듯 보였지만, VAR 검토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슬롯 감독은 이 골이 취소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시즌 내내 중요한 판정에서 불리한 상황을 겪어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동시에 맨유전 패배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였다는 점도 인정했다.
“두 번째 골은 핸드볼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어리석은 위치에서 공을 잃었기 때문에 나온 겁니다. 그리고 이후 중요한 경합에서도 계속 밀렸습니다.”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분명히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어이없는 실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심판 판정보다 그쪽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이 경기는 결코 운이 없어서 진 패배가 아니었다.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리버풀이 1962년 1부 리그 승격 이후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하다.
마지막 사례는 2009-10시즌(19패)이었다. 당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체제는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의 부실한 구단 운영 속에서 붕괴 직전까지 몰렸고, 결국 리버풀은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베니테스는 경질되고 로이 호지슨이 부임했다.
불과 20개월 전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을 때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슬롯 감독은 3-0 완승을 이끌며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고, 1936년 조지 케이 이후 처음으로 맨유 원정 첫 리그 경기에서 승리한 리버풀 감독이 됐다. 이후 팀은 우승까지 달려갔다.
하지만 지금은 원치 않는 기록만 쌓이고 있다. 맨체스터 두 구단이 동시에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더블을 달성한 것은 1912-13시즌 이후 처음이다.
리버풀의 상위권 팀 상대 원정 성적은 처참하다. 아직 아스톤 빌라 원정이 남아 있는 가운데, 가능한 24점 중 단 2점만 획득했다. 원정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
그럼에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는 리버풀의 상승세라기보다, 추격 팀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단주 FSG는 슬롯 감독에게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를 줄 계획이다. 분명 이 스쿼드는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느린 경기 시작은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진 문제였고, 맨유전 초반 모습은 그 절정을 보여줬다. 모든 면에서 밀렸다.
그 단적인 장면이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였다. 등을 돌린 채 수비하다 마테우스 쿠냐의 슛이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경기 준비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전 승리 이후 일부 선수들은 짧은 휴식을 위해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슬롯 감독이 휴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면, 그건 오판이었다. 팀은 둔했고, 강도가 부족했다.
두 번째 실점은 더 심각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코나테와 로버트슨을 공중볼 경합에서 모두 이겨냈고, 셰슈코가 이를 밀어 넣었다.
슬롯 감독은 “이곳에 오면 상대가 강하게 나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컨볼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이 경기장에서 6분 만에 실점하면 이후 힘든 시간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을 빼앗기며 역습으로 두 번째 실점까지 허용했습니다. 그 시점까지의 모든 플레이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고 말했다.
선수 구성에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슬롯 감독의 선택 역시 아쉬웠다. 코디 학포를 왼쪽에 두고 플로리안 비르츠와 도미니크 소보슬라이를 10번 역할로 기용한 결정은 실패였다. 전반에는 최전방에 중심이 없었고 공격은 사실상 무력했다. 제레미 프림퐁의 부진도 문제였다.
후반 들어 학포를 중앙으로 옮기고 비르츠를 왼쪽으로 돌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맨유의 실수도 겹쳤다. 아마드의 패스를 가로챈 소보슬라이가 돌파하며 만회골을 만들었다.
이어 센느 라먼스의 실수로 학포가 동점골을 넣었다. 소보슬라이는 이번 시즌 13골 10도움을 기록하며, 2013-14시즌 스티븐 제라드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과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리버풀 미드필더가 됐다.
2-2 상황에서 승리에 더 가까워 보인 팀은 리버풀이었다. 맨유는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 여러 차례 그랬듯, 리버풀은 결정적인 순간 상대를 살려주고 말았다.
교체 투입된 밀로시 케르케즈가 아마드에게 밀렸고, 맥 알리스터의 클리어링이 그대로 코비 마이누에게 연결되며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경기 종료 15분 전 이후 실점이 16골로, 리버풀보다 많은 팀은 뉴캐슬(19골)과 번리(17골)뿐이다.
전술 문제인지, 멘탈 문제인지와 상관없이 책임은 결국 감독에게 돌아간다. 순위에는 큰 타격이 없었지만, 이날은 분명 슬롯 감독에게 좋지 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