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NORTHCROFT
리버풀이 안도니 이라올라 선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12년 반 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한 통의 감사 편지가 있었다.
2013년 말, 리버풀은 브렌던 로저스 감독 아래에서 성장 중이던 스쿼드를 보강하기 위해 경험 많은 오른쪽 풀백을 찾고 있었다.
당시 스페인 현지 인맥들은 아틀레틱 빌바오의 주장의 영입 가능성을 리버풀에 알렸다.
그 선수는 31세였고, 스페인 국가대표이자 라리가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었다. 리더십과 뛰어난 기술, 그리고 거의 결장하지 않는 꾸준함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 선수가 바로 당시 현역 선수였던 안도니 이라올라였다.
당시 리버풀 기술 퍼포먼스 총괄이었던 마이클 에드워즈는 핵심 스카우트 중 한 명이었던 줄리언 워드에게 이라올라 측과 접촉할 것을 지시했고, 워드는 직접 말라가 원정 경기를 찾아가 이라올라가 아틀레틱의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지켜봤다.
워드는 그 경기만으로도 충분히 확신을 얻었고, 선수 측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이라올라 역시 리버풀행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그는 계약 만료까지 6개월이 남아 있었고, 워드에게 “재계약을 하거나, 아니면 1월 이적시장에서 안필드로 갈 것”이라고 전달했다.
오랜 어려운 고민 끝에 이라올라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아틀레틱과 재계약을 선택했다.
그는 이후에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에 남았고, 2015년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끝으로 아틀레틱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후 그는 뉴욕 시티 FC로 이적했고, 몇 달 뒤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하지만 현재 리버풀의 풋볼 CEO가 된 에드워즈와 여전히 구단주 펜웨이 스포츠 그룹 산하 기술 디렉터로 활동 중인 워드는 이라올라를 결코 잊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라올라가 리버풀의 제안을 거절했던 방식 때문이었다.
아틀레틱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이라올라는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리버풀 측에 보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런 일을 굳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편지의 어조 역시 이라올라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편지는 겸손했고, 따뜻했으며, 스스로를 낮추는 유머까지 담겨 있었다.
그는 리버풀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함을 전했고, 언젠가는 안필드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또한 당시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던 글렌 존슨을 칭찬하기도 했다.
심지어 말라가전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직접 본 뒤에도 리버풀이 여전히 자신에게 관심을 유지한 것이 놀랍다는 농담까지 덧붙였다.
그때 이후로 에드워즈와 워드는 계속해서 이라올라와 관계를 이어갔다.
그들은 이라올라가 첫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작은 스페인 구단 미란데스에서 코파 델 레이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을 때 주목했고, 이후 라요 바예카노에서도 같은 성과를 반복하자 더욱 관심을 가졌다.
또한 셉 반덴베르흐 같은 젊은 선수들을 라요로 임대 보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라올라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10월, 에드워즈와 워드는 이라올라를 가까이에서 직접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라요 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스페인을 찾았고, 훈련장 옆에서는 당시 본머스 감독이었던 에디 하우와 그의 수석코치 제이슨 틴달과 마주치기도 했다.
에드워즈와 워드는 이라올라의 업무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올라는 항상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했고, 가장 마지막에 떠나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노트북으로 훈련 세션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으며, 직접 콘을 배치하는 것까지 포함해 훈련 전체를 스스로 주도했다.
하지만 이라올라를 실제로 잉글랜드 무대로 데려온 인물은 당시 본머스 스포츠 디렉터였고 현재는 리버풀에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리처드 휴즈였다.
휴즈는 2023년 이라올라를 본머스 감독으로 선임했고, 지난주에는 아르네 슬롯의 후임으로 이라올라를 임명하는 리버풀의 선임 작업 역시 주도했다.
리버풀이 슬롯 감독을 교체한 이유 중 하나는 보다 전방 지향적이고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올라의 본머스와 라요는 모두 그런 축구를 펼쳤다.
특히 에드워즈와 그의 분석 부서는 이라올라가 라리가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 동안, 그의 팀이 유럽 5대 리그 전체에서 ‘볼 탈취 후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 수치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