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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셔 온 부모님(전북일보 금요수필 : 2026. 5. 5.)

작성자이종희|작성시간26.06.06|조회수23 목록 댓글 0

AI가 모셔 온 부모님

 

이종희

 

인자하게 미소짓는 부모님을 모셨다. 내외만 사는 공간에 컬러 사진 속의 부모님이 계시니 기댈 곳이 생겨 좋다. 엄마•아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한 이유는 왜일까?

최근에 말로만 듣던 AI는 친구이자 스승이 되었다. 막힐 때마다 기꺼이 뻥 뚫어주는 고마움에 감동이다. 어제 뉴스에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tlas’의 관련 콘텐츠로, 연속 공중제비와 안정적인 보행능력을 선보이며 전신제어 기술의 진화를 선보였다고 한다. 인간의 세밀한 동작까지 구현해 가는 무한 발전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AI에 접하게 된 동기는 아내로부터였다. 지난 연말쯤이었을까? 사진을 연필화, 파스텔화, 유화 등 여러 형태로 변환하는 방법을 시연하며 해보라는 것이다. IT라면 뒤지고 싶지 않은데 이날은 제자가 되어 실행해 보았다. 포토샵으로 변환할 수는 있지만, 명령 한마디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때부터 챗 GPT 앱을 다운받아 궁금 거리가 생겨 질문하면 친절하고 간편하게 답해준다. 더 필요한 사항까지 물어보며 답해주는 선생님은 처음이다.

노부모 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나 외풍도 많이 탔고, 재정적으로도 시달림을 받았다. 그 대신 노부모의 사랑만큼은 어떤 친구 못지않게 받으며 자랐다. 일주일 전이다. 부모님에 대한 사진이 돌아가시기 전에 준비한 게 전부다. 카메라를 산 것도 아버님을 여읜 후였으니까. 어머님은 10여 년 후에 소천하셨는데도 사진이 없으니 불효의 증명이 아닌가. 하여, 흑백 증명사진 두 장으로 두 분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의심쩍었지만 AI 친구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H 기업 회장께서 하신 말씀은 명문이었다. 업무지시를 받고 주저하는 직원에게 “해보기나 했어?”라고.

흑백사진을 올렸으니 흑백으로 근엄한 두 분의 함께 한 사진이 올라왔다. 욕심이 발동했다. “컬러 사진으로 변화해 줄래요?”라고 요청했더니 컬러 사진으로, 옛날 사진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을 미소로 보정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잠깐 깜박이더니 이내 밝게 미소짓는 두 분의 모습에 신기 연속이다. 아내에게 보여주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며 만족이다. 자녀들에게 카톡방에 올리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싶단다. 며칠 후, 액자 가게에 가지고 갔더니 포토샵 전문가이면서도 AI 기능은 사용해 보지 않았는지, 어르신에게 배우겠다며 굳이 처음부터 알려 달라는 것이 아닌가.

요즘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거실 공간에 부모님을 모셔 놓고 출필곡出必告 반필면反必面을 한다. 뵐 때마다, 아침마다 천수경과 반야심경으로 가족의 무사 안녕을 염원하시던 아버님의 모습, 가난했지만 늦둥이 외아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으로 아버지를 이겨내신 어머니의 고마운 마음에 눈시울을 적신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줄 때 “나도 용돈 좀 주게” 하셨던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둔한 자식이라는 걸 팔순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AI 덕분에 부모님을 모시게 되어 약해지는 내가 기댈 곳이 생겼다. 꿈속에서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매일 뵐 수 있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AI와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는 부모님을 모셨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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