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장,
한우리는 희영이 가지고 온 갈비를 보며 불에 구우면서 말을 한다.
“실은 형님가게에 아이들 아빠하고 둘이서 간 적이 있습니다.”
“언제요?
난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는데.“
한우리는 식당에 갔던 이야기를 상세하게 말을 한다.
“그때 이 갈비를 먹고 참으로 맛이 있었습니다.
갈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음식들이 아주 정갈하고 깔끔했으면서도 맛이 좋더라고요.“
“그랬군요.”
“그러지 않아도 가끔 형님 댁 갈비생각이 났었습니다.”
하령이 또한 엄마가 갈비를 구워서 먹기 좋게 잘라서 주는 것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으로 순결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희영이다.
“아까 하령이가 꽃구경을 나간다고 했지요?”
“네! 형님, 말을 편안하게 하세요.
우리 하령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야생화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겨울을 대비해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야생화를 키우고 있습니다.
하령이는 하루 종일 대부분 야생화를 보며 행복해 하고 있지요.“
“참으로 심성이 곱고 순수하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렇게 꽃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맑고 순수한 것인지 아주 좋은 현상이네요.“
손여인은 그 모든 것들을 말없이 둘러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두 며느리 어디를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며느리들이라는 생각도 한다.
무엇 하나 나무랄 곳이 없는 며느리들이다.
“큰애야, 작은 애야!
그동안 나로 인해서 너희들이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너희들 뿐 만이 아니라 우리 하령이와 하빈이가 이렇게 된 것도 어쩌면 내가 잘못하고 살아온 벌을 우리 손녀와 손자가 대신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정말 마음이 너무나 아파온다.“
“어머님!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두 아이들을 잘못 태어나게 했습니다.
아이들을 가졌을 때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했고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옳고 바르게 가졌어야 했습니다.“
한우리는 평소에 생각을 했던 것을 이야기 한다.
“네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니?
모든 것이 내 욕심으로 그런 것이고 남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오직 내 욕심대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힌 죄를 우리 아이들이 대신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하령이와 하빈이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욱 조심하고 사랑으로 모든 사람들을 감싸며 낮은 자세로 살아가겠다.“
손여인은 두 며느리 앞에서 당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이야기를 한다.
희영은 그런 시어머님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어머님의 순수한 마음을 보는 것만 같다.
희영과 한우리는 서로 자주 전화를 하면서 정을 나누어 가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우애를 다져나간다.
평범한 일상들이 모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김여인 또한 이제는 매일 집으로 혼자서 들어가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지고 하루의 일을 끝내고 나면 가게의 문단속을 다시 점검하고는 집으로 향하곤 한다.
늘 이 길을 함께 다니곤 했던 희영이 이제는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 것이 김여인으로서는 바라던 일이다.
희영이 그렇게 시댁으로 들어가고 나서 문정희는 거의 매일을 다시 가게에 나와 일손을 도와준다.
일손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희영이 없는 가게에서 혼자서 고생을 하고 있는 김여인이 늘 마음에 쓰인다.
때로는 늦게까지 함께 가게 정리를 해 주면서 문단속을 하고 난 다음에서야 함께 가게를 나서는 문정희다.
그런 문정희가 있기에 김여인 또한 외롭다는 생각을 덜 하게 되곤 한다.
“언니!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손님이 끊어졌네요.“
“이제는 손님들이 가게 문을 닫는 시간을 알고 계시니까 그 시간 쯤 해서는 들어오시는 손님이 적지.”
“고마운 일이지요.
조금이라도 일찍 집으로 가서 쉬어야 내일 일을 하는데 지장도 없지요.“
”이제는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 가게니까 일을 하는 것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들어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지.“
두 여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막 영업을 완전히 끝내려고 하는데 출입문이 열리며 사람이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모든 영업이 끝이 났습니다.“
김여인은 손님을 자세하게 보지 않고 말을 한다.
“엄마!”
김여인은 귀를 의심을 한다.
당신의 귀에는 아들의 음성으로 들리는 것이다.
김여인은 새삼스럽게 손님을 똑바로 바라본다.
“네가...............네가 정말 성민이더냐?”
아들인 성민이 바라보고 있다.
“엄마!
성민입니다.“
김여인은 아들 곁으로 다가가려다 우뚝 멈추어 선다.
아들인 성민이 엄마 곁으로 다가가서 엄마 앞에 무릎을 꿇는다.
“엄마,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동안 엄마를 모른 척하고 외면하고 살았던 이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문정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겪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네가 지금 이 엄마를 찾아 온 것이냐?
이 한밤중에................“
“실은 몇 번을 이곳에 왔었습니다.
먼발치에서 엄마를 보고 돌아서기도 몇 번이고요................
차마 용기가 없어서...........“
김여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는 말없이 아들에게 다가가 아들을 끌어안는다.
“이렇게 와 주어서 고맙다.
어미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김여인은 그렇게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아들을 끌어안고는 눈물만을 흘리고 있다.
“언니!
정말 잘 된 일입니다.
저는 오늘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모든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문정희는 두 사람만을 남겨놓고 가게를 나선다.
참으로 흐뭇한 일이라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제 아들을 만난 언니가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에는 힘이 들어간다.
문정희가 나가고 나서야 김여인은 다시 아들의 얼굴을 자세하게 본다.
이제 중년이 넘어선 아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고 초라하게 보인다.
“저녁은 먹었니?”
엄마로서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이다.
“아직요...............
실은 초저녁부터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지금까지 밥을 먹지 못했다면 얼마나 배가 고플 것이냐?
밥을 먹고 나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다.“
주방으로 들어가 아들의 상을 차린다.
늘 밥이 떨어지지 않는 식당이다.
갈비를 몇 조각 준비를 해서 홀로 나와 아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서 숯불 대신에 가스버너를 켠다.
성민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아들 성민의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갈비를 구워 아들 앞으로 놓아주는 김여인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선가는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걱정을 하기 보다는 그저 막연히 보고 싶고 그립다는 생각만을 했던 김여인이다.
“천천히 먹어!
오늘 언제 밥을 먹은 것이냐?“
“아침에............라면을 먹고 나왔어요.”
“라면?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냐?“
“...........................”
성민은 말없이 엄마를 바라본다.
“어서 마저 먹어라!
오늘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니?“
“네!”
“그럼 어서 먹고 나랑 우리 집으로 가자.”
성민은 말없이 밥을 먹고 나서 엄마를 따라 간다.
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근처에 있는 아파트가 엄마가 살고 계신 집임을 알고있었던 성민이다.
몇 번을 엄마의 퇴근길을 뒤에서 따라갔었던 성민이었지만 차마 엄마를 부르지 못하고 늦은 밤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지하 단칸방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던 성민이다.
성민은 아파트를 들어서려다 생각보다 넓은 아파트의 평수에 놀라서 잠시 발걸음을 주춤한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뭘 하니?”
성민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모든 것을 살펴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엄마 집이다.
“앉아라!
따끈한 차를 가져오마!“
김여인은 인삼차를 두 잔을 준비를 한다.
아들의 행색으로 보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런 행색으로 나타날 수가 있을 것인가 싶다.
인삼차의 향기가 집안에 머문다.
“마셔라!
애들도 다 잘 지내고 있고?“
“네!..........애들은 외국에 나가 있습니다.”
“둘 다?”
“네!”
“그런데 네 행색이 왜 그 모양이냐?
살아가기 그렇게 힘이 들어?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냐?“
“아닙니다.
실은...........그동안 저희식구 모두 카나다로 이민을 갔었습니다.“
“이민?
직장도 그만두고?“
“네! 처가가 카나다로 가서 커다란 슈퍼마켓을 운영을 하는데 들어오라고 하면서 그곳에 가면 크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갔다는 것이냐?”
“............집사람이 하도 가고 싶다고 조르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도 여기보다는 더 좋다는 생각에...............”
성민은 그렇게 모든 가족들을 데리고 카나다로 이민을 간 것을 생각을 한다.
엄마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떠났던 이민이다.
처가만을 믿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떠난 이민이었던 것이다.
그곳에 가면 무엇을 해도 일확천금을 벌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모든 것을 정리를 해서 떠났던 이민이었다.
홀로 살아가고 계신 시어머니를 너무나 싫어하는 아내인 정윤자는 자신의 친정식구들이 모두 카나다로 이민을 가고 나서는 몹시 외로워하고 힘들어 했다.
그런 아내를 위해서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 떠났던 이민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가족들이 다들 행복해 했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에 힘들어 했고 자신 또한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것이 없이 자금만 날려버리곤 했다.
도움을 받을 것만 같았던 처가에서조차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그저 처가 쪽에서는 모든 가족들이 슈퍼마켓에 매달리면서 일을 해 나가기에 달리 도움을 줄만한 처지가 되지도 않았다.
성민은 아는 연줄도 없이 혼자 발로 뛰면서 모든 것을 해 나가야만 했다.
언어 또한 많이 부족한 상태의 성민으로서는 사업을 하면서 믿은 현지인에게 모든 것을 사기를 당하지만 어디에 대고 호소를 할 길이 없다.
언어 장벽이 그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었고 비로소 자신이 잘못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수중에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아직 아들과 딸은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아들은 겨우 대학을 입학을 했지만 뒷바라지를 할 수가 없는 상태고 딸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기에 어떻게 하든 딸은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지만 생각처럼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민의 아내인 정윤자의 친정에서 하는 수퍼마켓에 나가 가족들 배를 채워주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힘든 일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서 몸이 견디어 내지를 못한다.
그래도 친정식구들이라서 많은 편리를 봐주면서 힘들게 하루하루 일을 하러 나가곤 한다.
딸이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을 했지만 더 이상 능력이 없는 성민은 딸의 학업을 중지시키고 아들 또한 학교를 중퇴를 하고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곤 한다.
성민은 이제 귀국을 하려고 애를 쓰지만 가족들의 비행기 값도 마련을 하기 어렵고 힘이 든다.
집세가 밀려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성민은 어떻게 하든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를 가야하지만 집을 얻을 수 있는 돈이 없다.
성민과 정윤자는 아이들을 처가에 맡기기로 하고 두 사람만이라도 귀국을 해서 다시 고국에서 살아갈 터를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두 아이를 처가에 부탁한다.
딸과 아들은 처가에 신세를 지는 대가로 수펴마켓의 일을 하기고 한다.
그렇게 두 아이들을 놔두고 부부는 귀국을 한다.
성민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김여인을 수없이 깊은 한숨을 쉬면서도 아들의 말을 끊지 않고 듣는다.
성민은 힘이 들었던지 앞에 놓인 싸늘하게 식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엄마!
귀국을 하고 염치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내와 둘이서 고향으로 갔었지요.“
“...............................”
“엄마에게 가면 그래도 두 사람 몸은 누울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갔었는데...................”
“그래!
어미가 그곳을 떠났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겠지?
수없이 너를 만나려고 아니, 네게 어미가 그곳을 모두 정리를 하고 떠나겠다는 소식을 알려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한국을 떠난 자식이라는 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수소문을 했었다.“
“미안합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엄마가 일을 하고 계셨던 산사를 찾아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도 엄마는 이미 오래전에 그만 두셨고 서울로 가셨다는 말을 들었지요. 그리고 스님께서 엄마가 운영을 하시는 식당을 자세하게 알려주셨고......“
“고생을 많이 했구나!
늘 너희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늘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바라고 기도를 했었는데.................“
”엄마!
저희들 생각만 했던 못난 아들입니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니까 제가 없어도 건강하고 강하게 살아가실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더 강한 엄마라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엄마 생각을 하기는 했던 것이냐?”
“............네!
가끔은...........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마다 엄마가 그리웠고...........“
“편안하고 행복했을 때는 엄마 생각이 나지 않았지?”
“..................아마..........그랬던 것 같았습니다.”
김여인은 말없이 아들의 얼굴만을 바라본다.
가슴이 아파오면서 굵은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온다.
하나뿐인 자식이다.
모든 인생을 다 바쳐서 금이야 옥이야 키워온 아들이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엄마밖에 모르던 아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변했고 이 모습이 되었는지 김여인은 그저 먹먹할 따름이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냐?”
“그냥..........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니고 저는 대리운전이 들어오면 일을 하러 나가곤 합니다.”
“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김여인은 깊은 한숨을 내 쉰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