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장,
김여인은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찬 냉수를 받아서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킨다.
속에서 천불이 일어나고 심한 통증이 온 몸을 힘들게 한다.
다시 냉수 한 잔을 받아서 거실로 돌아온다.
“성민아!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어갔다.
너도 힘들어 보이고 피곤해 보이니까 오늘을 그만 쉬도록 하자.“
”네!“
김여인은 무진이가 쓰던 방으로 아들을 데리고 간다.
무진이가 떠난 방이지만 쓰던 물건들은 그대로 두고 갔다.
침대며 옷장 책상과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남겨두고 간 것이다.
“여기서 편안하게 쉬거라!
나도 힘들어서 그만 쉬어야겠다.“
“엄마!
미안합니다, 저로 인해서 고통스럽게 해 드려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미를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
오늘은 우리 그만 이야기하고 푹 쉬도록 하자.“
아들의 방문을 닫아주고 안방으로 들어와 그대로 침대에 걸쳐 앉아서 한참을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는 김여인이다.
아들을 위해서 손자와 손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장롱 속에 있는 가방을 꺼낸다.
그 속에 있는 통장들을 꺼내어 침대 위에 놓는다.
그리고 하나씩 통장에 들어 있는 잔액들을 확인을 한다.
아쉬운 대로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구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집안 얻어준다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들이 무엇인가를 해서 가족들을 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님을 안다.
아무리 자금이 많다고 해도 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싶다.
그 좋은 직장을 내팽겨 치고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아내의 말에 따라서 떠난 이민이 성공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아들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계획을 하고 또 해도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아들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 듯 밉다는 생각이 든다.
허지만 하나뿐인 자식이다.
오직 하나뿐인 당신의 핏줄인 것이다.
애써 모른 척하고 냉정하게 대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인 것이다.
김여인은 밤을 그대로 지새우고 새벽부터 아들을 위해서 음식을 한다.
오늘만큼은 손수 시장엘 나가지 않고 주문을 한다.
아들을 혼자 두고 시장을 나가버리면 아들이 떠나버릴 것만 같다.
방문을 가만히 열어본다.
성민은 무엇이 피곤했던지 깊은 잠속에 빠져 있다.
문을 닫고 돌아서면서 또 다시 새어 나오는 깊은 한숨이다.
아들이 잘 먹었던 음식을 생각하면서 성민이의 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을 하면서 음식을 한다.
성민은 눈을 떠서 방안을 둘러본다.
얼마나 오랜만에 편안한 침대위에서 잠을 잤던 것인가?
낯선 방안이 잠시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이내 이 집이 엄마가 살아가고 있는 엄마 집이라는 것을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이 방이 의아하다.
엄마에게 자신 밖에는 아무도 자식이 없다.
그러나 이 방은 마치 엄마의 자식이 쓰는 방처럼 생각이 된다.
고급스러운 침대와 가구 그리고 책상과 책장 속에 있는 책들이 매우 수준이 높아 보이는 것이고 모든 것 하나하나가 젊은 사람의 취향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온다.
맛있는 음식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맡아보는 음식냄새인가 싶어 주방으로 간다.
“일어났니?”
김여인은 아들을 보며 반겨준다.
“어, 엄마였지, 난 또!
갑자기 낯선 곳이어서..................“
“우선 가벼운 샤워부터 할래?
네가 갈아입을 옷을 모두 준비해 두었으니 샤워를 하고 나와서 밥 먹자.“
“네!”
성민은 두말없이 욕실로 간다.
욕실 문 앞에 바구니 안에는 자신이 갈아입을 속옷과 겉옷 그리고 양말이 들어있는 것을 본다.
성민은 욕실로 들어간다.
이미 따뜻한 물이 욕조에 한 가득 받아져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본다.
늘 씻는 것이 불편했기에 간신히 고양이 세수만을 하고 밖으로 나선 나날들이었기에 샤워나 목욕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귀국을 해서도 가진 돈이 없고 엄마를 찾아갔지만 엄마 역시 만날 수 없어서 성민은 아내를 데리고 영등포 역 앞에 있는 쪽방 촌으로 찾아가 겨우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방을 얻었다.
부엌도 없고 씻을 곳이라고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쓰는 세면장이다.
화장실 역시 공중화장실이나 다름이 없는 공동용이다.
때로는 일을 하고 들어오다 밖에 있는 화장실을 주로 많이 이용을 한다.
정윤자는 말없이 모든 고통을 받아드리며 매일 매일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인력센터에서 연락이 오는 날이면 정윤자는 출근을 하기 전에 라면을 끓인다.
가스버너를 구입을 해서 방안에서 끓이는 라면이다.
둘이서 김치도 없이 라면만을 아무런 말도 없이 먹고 나서는 일을 나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는 돈으로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날들이다.
주로 서로 밖에서 먹고 들어오기로 잠정 약속이 아닌 약속이 되어 있다.
정윤자는 일을 하는 곳에서 때로는 늦은 점심만을 먹고 저녁은 그래도 건너뛰는 날들이 많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성민은 주로 대리운전을 하며 돈을 벌려고 애를 쓰지만 실상 일을 하러 나간다고 해도 일하는 시간도 짧지만 하루에 고작 삼사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자신의 입에 밥을 사 먹을 수가 없다.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다.
이런 생활을 한 것이 벌써 두 달이 넘어가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희망보다는 캄캄한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정윤자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무런 불평도 없이 닥치는 일을 해 나간다.
친정에 두고 온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어떻게 하든 방을 얻어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온갖 일들을 해 나간다.
자신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날려버린 것을 생각하면 남편 앞에서 얼굴을 들을 수 없이 죄인 같은 심정이다.
모든 것을 잃고 그래도 시어머님께 의지를 하려고 찾아갔던 정윤자는 이미 시어머님조차 고향을 떠나버린 것을 알고 암담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 오히려 시어머님를 만나지 못한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시어머님께 했던 모든 잘못들을 생각을 하면 어떻게 시어머님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단 하나뿐인 시어머님의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던 자신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저지른 죄 값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성민은 어떻게 하든 엄마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가 운영을 한다는 식당을 찾는다.
스님께서 세밀하게 가르쳐 주어서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마음처럼 선뜻 엄마 앞에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그저 먼발치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고 돌아서기를 몇 번이었던가?
죄스럽고 미안하고 지금 자신의 몰골이 부끄러워서 차마 엄마를 만날 수가 없었던 성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엄마를 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 초저녁부터 엄마 가게 앞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성민이다.
가게의 영업이 끝났다는 간판의 불이 꺼지고 종업원들이 하나 둘씩 퇴근을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던 성민이다.
성민은 뜨거운 욕조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다가 몸을 씻고 나온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고 아내 생각이 난다.
못 들어간다는 연락만을 하고 엄마 집에서 혼자 편안하게 잠을 자고 목욕을 한 것을 생각하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된다.
“어서 오너라!
많이 배고프지?“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얼마 만에 대하는 것인지...............”
“그래, 아마 이십여 년도 더 넘었을 것이다.
지금 네 식성이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 네가 좋아했던 음식들이다.
어서 많이 먹어라!“
성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수저를 든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던 늘 따뜻하고 편안하게 맞이해 주시는 엄마다.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시는 엄마의 마음을 왜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인지 후회를 한다.
성민이 밥 한 그릇을 모두 비우고 나서야 상이 치워진다.
“넌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이 어디냐?”
“영등포............쪽방 촌에서............”
“애미하고 둘이서?”
“네!”
“참으로 딱하구나!
엄마를 찾았으면 바로 들어올 것이지 왜 그 고생을 하고 있어?“
“차마.........저희들 몰골을 보여드린다는 것이 죄스러워서............”
“그래!
그럼 오늘 가서 애미를 데리고 다시 오너라!
그리고 나서 우리 서로 생각을 하면서 의논을 해 보자.
난 지금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이곳에서 쉬면서 천천히 다녀와도 된다.”
“저..........혹시 이 집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시고 계신 것인가요?
제가 잤던 방이 다른 사람이 쓰는 방 같아서.............“
”얼마 전까지는 그 방에 주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빈 방이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있어도 된다.
네가 먹을 것을 주방에 준비가 되어 있으니 배가 고프면 찾아서 무엇이든지 먹고 천천히 다녀오너라!“
김여인은 성민에게 얼마간의 돈을 준다.
“제게 차비가 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받아서 써!”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 정말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네가 아무리 많은 잘못을 했다고 해도 세상에 하나뿐인 내 자식이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나 좋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가서 네 처를 데리고 오너라!“
“네!
지금 엄마하고 함께 나가겠습니다.
그 사람이 오늘은 일자리가 없어서 집에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그럼 가서 이곳으로 데리고 오너라!
오늘은 내가 다른 날보다 일찍 들어오겠다.“
성민은 기분 좋게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모든 사람들이 출근을 하느라 지하철 안은 만원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날아갈 듯이 가볍고 신바람이 난다.
어제 입었던 옷이 아니라 엄마가 언제 준비를 했던 것인지 모든 것이 엄마의 손으로 바꾸어 입고 보니 마음마저 따뜻해진다.
정윤자는 남편이 어디를 간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들어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
아마 대리운전을 멀리 나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편이 오면 함께 먹으려고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한다.
일거리가 없는 날은 빨래와 방을 청소를 한다.
세탁기가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난 다음에 세면장으로 가서 손빨래를 해야 한다.
정윤자는 카나다에 두고 온 두 아이들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어야 한다.
자신들이 모두 망아고 나니 친정식구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차갑고 냉정한 것이지 많은 충격을 받은 정윤자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며 차가운 냉대를 받고 있을 것인지 보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나나 오빠나 언니와 올케들이 대하는 차가운 냉대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어떻게 하든 귀국을 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하리라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귀국을 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주어진 것도 없는 빈손으로 마음 하나만을 가지고 버티어 나간다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
게다가 이제는 젊은 나이가 아니다.
어디를 가든 중년의 찌든 자신의 모습이다.
돈 없고 나이 많은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막노동뿐이다.
식당에 일을 하러 나가서도 설거지와 식재료를 다듬어야 하는 일들만 맡겨질 뿐이다.
도우미를 써주는 곳도 별로 없다.
나이가 많고 외모가 보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그럴수록 정윤자는 더욱 더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한다.
한번 맡겨진 일을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시 자신을 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일에 열중한다.
정윤자는 손바닥 만 한 방안을 치운다.
별로 가진 것이 없으니 치울 것도 없지만 구석구석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
시장에서 싸구려 이부자리 한 채를 구입을 해서 둘이서 덮고 있고 벽에 몇 가지 옷가지들이 걸려 있을 뿐이다.
남들처럼 휴지조차 사온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양해를 얻고 얻어다 쓰는 것이기에 한 장이라도 아껴서 쓰고 있다.
모든 일상용품들을 얻어서 쓰고 있는 정윤자다.
예전에 흥청망청 모든 것들을 아쉬움이 없이 쓰던 생각들조차 들지 않는다.
정윤자는 자신의 마음을 닦아내듯 방바닥을 닦고 또 닦는다.
“뭘 그렇게 힘들게 닦고 있어요?”
성민이 들어서면서 방청소를 하고 있는 아내를 보며 말을 한다.
정윤자는 일을 하다 고개를 들고 남편을 본다.
“어? 당신 모습이 왜 그래?”
“많이 달라졌지?”
“대체 어디를 다녀온 것인데 차림새가 그렇게 변했어?”
“여보!
나 어제 엄마를 찾아 갔어!“
“...........................”
“엄마가 당장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셔서 당신을 데리고 가려고 왔지.”
“내가 어떻게 어머님께 가겠어요?
내가 얼마나 어머님께 못되게 굴었는데............“
“엄마는 그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얼마나 따뜻하게 해 주시는지..........
역시 세상 엄마들보다 우리 엄마는 더욱 더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계셨으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어서 갑시다.
이 모든 것들은 버리고 갑시다.“
그러나 정윤자는 말이 없다.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는 정윤자다.
아무리 시어머님께서 따뜻하게 받아주신다고 해도 그것을 어찌 받아드릴 수가 있을 것인가 싶다.
어머님을 한 순간도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 못된 며느리였다.
시어머님을 언제나 타인이고 짐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난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어찌 그렇게 뻔뻔스러운 얼굴을 들고 어머님을 뵙겠어요.“
“여보!
모든 생각을 버리고 우리 아이들만을 생각합시다.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하지 않겠소?“
“..........................”
“엄마는 그 모든 것을 받아주신다고 했소.
우리는 이제 그 어디에고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질 않고 아무도 나를 만나는 것을 회피를 하고 있는 것을 알지 않소?“
“...........................”
“이제부터라도 우리 엄마에게 효도를 하면서 살아갑시다.”
“우리가 의지하고 기대려고 가는 마당에 효도는요?
그리기에는 우리 잘못이 너무나 큰 것이어서 감히 용기가 나질 않아요.“
정윤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민은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는 마음이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