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장,
김여인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희영이와 사무실로 쓰는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무슨 걱정이 되시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너하고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어제 가게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데 내 아들이 찾아왔구나!“
“네? 어머니, 정말입니까?
정말 아들이 찾아왔어요?“
“그래!
헌데...........몰골이 형편이 아니더라!“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동안 어머니께서 얼마나 아들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깊은 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늘 아들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어디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거든요.“
“하나뿐인 자식이고 핏줄인데 당연히 그립고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줄이야................
이곳에서 그냥 다니던 회사엘 다녔으면 그런 고생을 왜 하겠어?
제 처의 말을 듣고 카나단가 뭔가 하는 나라로 이민을 갔다더라!
그곳에서 아마 사업을 한다고 모두 사기를 당한 모양이더라!“
김여인은 아들에게 들은 말을 대충 희영이에게 한다.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습니까?
그래도 이곳으로 찾아왔으니 다행입니다.“
”아마 제 딴에는 그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여기를 수없이 와서도 들어오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나를 보기만 하고 돌아섰단다.“
“세상에!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요?
우선은 건강부터 살펴주시고 나서 다음 일을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을 해주니 한결 내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 당장이라도 며느리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영등포 역 앞에 있는 쪽방 촌인가 하는 곳에 있다고 한다.
그런 곳이 어떻게 생긴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엌도 없고 방만 달랑 한칸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
“얼마나 고생을 할까요?
참으로 잘 하셨습니다.
어차피 어머니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시고 집도 넓으니 당분간이라도 함께 있으면서 차츰 앞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나지 않았을 때는 그래도 잘 지내고 있으려니 하고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이었는데 막상 그런 몰골을 하고 나타난 것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샤워를 하고 나서 입었던 옷을 모두 버리고 무진이가 입었던 옷을 주었다.
무진이하고 체격이 거의 비슷한 것 같아서 입혀보니 꼭 맞더라!“
“어머니!
시간을 내어서 며느리하고 옷과 일상용품들을 구입을 해 주세요.“
“.............그래야겠지.”
김여인은 깊은 한숨을 내 쉰다.
희영은 그런 어머니가 안쓰러워 보인다.
“어머니!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를 혼자 두고 저희들만 들어가서 늘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머니 아들과 며느리가 왔으니 다른 곳에 보내지 마시고 함께 살아가시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데 살아지겠니?“
“분명히 잘 살아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힘이 드신다면 어머니는 제가 모시고 살아갈 것입니다.“
“네 말이 정말 고맙구나!
우선 며칠 지내봐야겠다.
저녁에 들어가면 며느리도 와 있을 것이니 우선은 그 아이들이 쉬도록 해 주고 나서 며칠 기다려 볼 것이다.“
“네!
모든 일을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을 해 주세요.“
“그래!
네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을 하겠다.“
희영은 참으로 잘 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제 어머니의 마음에 커다란 슬픔과 그리움이 사라질 것을 생각을 하니 희영이 자신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희영은 자신이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고 살아왔던 그 긴 세월동안 친정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어머니를 보면서 늘 생각을 하게 된다.
김여인은 하루의 모든 일들을 끝내고 나서 아들과 며느리가 먹을 음식을 챙겨서 가지고 들어간다.
현관의 번호를 누르니 다 누르지 않았는데 문이 열린다.
아들 성민이가 문을 열어준 것이다.
“엄마!
하루 종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와 있었구나!
애미도 함께 온 것이지?“
“어머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머니 아들을 제가 빼앗아서 이렇게 힘들고 어렵고 많은 고생을 하도록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정윤자는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깊이 숙이며 사죄를 드린다.
“어미야!
이미 다 지나간 일들이다.
어서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가자.“
김여인은 며느리인 정윤자를 일으켜 세우고 거실로 들어간다.
“어머님!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니 더욱 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야단을 쳐주시고 화를 내 주십시오.“
“너도 내 자식이다.
오랜 세월 소식을 모르던 자식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와 주었는데 야단을 치고 화를 내는 엄마도 있다던?
우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쉬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하자.“
“고맙습니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정윤자의 얼굴에는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다.
“눈물을 닦고 어서 저녁을 먹어야겠지?
보나마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김여인을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간다.
생각대로 무엇을 가져다 먹은 흔적이 없다.
식당에서 가지고 온 반찬들을 꺼낸다.
손님상에 나간 것들이 아니고 아들과 며느리를 먹이가 위해서 따로 만들어 두었던 반찬들이다.
쌀을 씻어서 밥솥에 앉히고 전기를 꽂고 나서 확인을 한 다음에서야 냉장고를 열고 이것저것 꺼낸다.
“어머님!
재가 하겠습니다.“
정윤자가 주방으로 들어오면서 말을 한다.
“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니?
지금 이 시간이면 일찍 저녁을 먹었어도 모두 다 소화가 되었을 시간인데 먹을 것을 두고서도 먹지 않고 있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어서..............”
정윤자는 시어머님의 살림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어 남편과 둘이 차 한잔을 마셨을 뿐이다.
성민 또한 아무리 엄마가 사는 집이라고 해도 엄마의 허락 없이 함부로 주방에 들어가 밥을 차려 먹는다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미야!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으면 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냉장고를 열어서 무엇이든 해 먹고 배가 고프지 않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김여인은 말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상차림을 해 나간다.
어느 사이에 식탁에는 풍성한 음식들이 차려진다.
“어서들 먹어라!
하루 종일 그대로 있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니?
성민아, 그리고 애미야!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많이 먹어라!
너희들이 밥을 먹는 동안 난 샤워를 하고 옷을 바꾸어 입고 나올게!“
“고맙습니다, 어머님!”
김여인은 둘이서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자리를 피해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욕조에 들어 앉아 목욕을 한다.
단 한 번도 함께 살아오지 않았기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저려온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오냐, 우선은 며칠이라도 푹 쉬게 해주고 몸부터 추스르라고 해야겠다.
둘이 모두 얼마나 고생을 한 것인지 모습들이 아주 못쓰게 되었으니...........“
김여인은 천천히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안방을 나선다.
아들 성민이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
“밥 많이 먹었니?”
“엄마!
너무 맛있게 아주 많이 먹었어요.“
”잘 했다, 어미는?“
김여인은 며느리가 주방에 있다는 것을 보고 주방으로 간다.
“아직 멀었니?”
“어머님!
이제 다 되어갑니다.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 고맙다.
다 치우고 나서 인삼차 한 잔씩 할까?“
“네! 준비를 하겠습니다.”
“어디 있는지 알지?”
“네!”
김여인은 그대로 두고 거실로 나간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들과 둘이서 티비를 본다.
성민은 엄마의 눈치를 보다 그대로 티비에 눈을 고정시키지만 마음은 예전처럼 편안하지 않다.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빈 몸으로 아내를 데리고 들어온 것이 엄마를 보기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김여인은 아들을 살펴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티비만 응시한다.
정윤자는 주방을 다 치우고 나서 차를 준비해 가지고 거실로 와서 시어머님 앞에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 놓는다.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고맙다, 우리 앉아서 차를 마실까?”
정윤자는 시어머님의 맞은편 남편의 옆자리에 앉는다.
한동안 차를 마시느라 아무런 말들도 없다.
김여인은 서너 번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고 나서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본다.
“이제 여기서 단 며칠이나마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라!
지금 너희들 모습이 제대로 된 사람모습이라고 할 수가 없다.
엄마가 먹을 것을 떨어지지 않게 해 줄 것이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푹 쉬고 있어야 한다.“
“.................어머님!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대로 받아드리기에 저희가 너무 못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안다.
아직 캐나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리지?“
“.......................네!”
“허지만 당장 어디로 데려 올 것이냐?
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당한 일이라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그것보다는 먼저 너희들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서로 며칠 동안이나마 푹 쉬면서 생각을 해 보자.“
“엄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실은 이 사람이 몸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밤에 몸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성민은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한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늘 바쁘니까 네가 어미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와라.
아마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이 드는구나!“
“어머님!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미야!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병은 초기에 알아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단다.
자꾸 참고 숨기다 보면 병이 커지고 난 다음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병원을 다녀서 건강한 몸을 만들도록 해라!“
“고맙습니다.”
“그리고 난 집에서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
내 생각을 하지 말고 둘이서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고 있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윤자는 시어머님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아가고 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기억이 없다.
늘 자신이 시어머님을 멀리 했었고 피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난 피곤해서 그만 잠을 자야겠다.
내 걱정을 하지 말고 티비를 보든 잠을 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 그만 들어간다.“
“어머님! 안녕히 주무세요.”
정윤자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성민은 몸을 일으켜 엄마를 방으로 모시고 간다.
“성민아!
이곳은 엄마 집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을 하지 않도록 네가 잘 보살펴 주거라!“
“엄마, 고맙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너희도 잘 자거라!”
성민은 엄마의 이부자리를 봐드리고 불을 끄고 나서 엄마 방을 나선다.
“어머님은 주무세요?”
“매우 피곤하신가봐!
나이도 있으신데 그 커다란 식당을 운영하신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어?“
“.........힘이 많이 드신 모양이에요.
이제 당분간 우리가 여기서 머물러도 되는 거지요?“
”그렇지. 그러고 나서 엄마가 뭔가를 준비해 주지 않을까?“
“참으로 우리가 너무 뻔뻔스러운 것이 아닌가요?
우선 며칠 지나고 나서 우리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봐야지요.
어머님께 신세를 지고 무엇인가를 해주시길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렇지만 우리 엄마에게 누가 있어?
자식이라고 오직 나 하나뿐인데 이대로 나가게 하겠어?“
성민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엄마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고 엄마가 있기에 다시 살아나갈 수 있다는 힘이 생기는 것만 같다.
“당신은 어떤 마음인지 모르지만 난 어떻게 하든 우리 힘으로 다시 일어서서 떳떳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알았어!
우리도 이제 그만 자자.“
그렇게 부부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리고 성민과 정윤자가 잠에서 깨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이다.
정윤자를 부지런히 방을 나선다.
집안이 고요하다.
행여 아직 어머님이 주무시는지 안방에 가만히 노크를 한다.
아무런 기척이 없다.
조금 기다리가 살짝 문을 열어본다.
텅 비어있는 안방이다.
“응? 어디 가셨지?”
안방으로 들어가 안방에 있는 욕실을 다시 노크를 한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어 다시 욕실 문을 열어보지만 역시 텅 비어있다.
“벌써 나가신 것인가?”
안방에서 나가 거실로 나온다.
성민이 그때서야 방에서 나온다.
“어머님이 나가신 것 같아요.”
“몇 시지?
아직 이른 시간인데..................“
성민은 거실 탁자위에 흰 봉투를 발견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