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장,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의아하고 불안한 눈빛이 되어가는 정윤자의 표정이다.
“뭐지 이게?”
손으로 집어 들어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쪽지와 함께 돈이 나온다.
“엄마는 새벽시장을 봐야 하기에 나간다.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고 푹 쉬고 나서 따뜻한 밥을 해서 먹고
이 돈으로 애미를 병원에 데리고 가거라!
돈 걱정을 하지 말고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몸부터 추스르길 바란다. 이따 보자.“
김여인은 새벽에 아들과 며느리가 아직 깊은 잠이 들어 있는 시간에 홀로 집을 나서서 새벽시장으로 간다.
희영이가 시댁으로 들어가고 난 이후에 김여인은 혼자서 새벽시장을 본다.
주문을 하면 물건이 마음에 드는 것이 보내오질 않는다.
눈으로 확인을 해서 마음에 드는 싱싱한 물건들을 들어와야 한다.
이제 매일 하는 일이라 일상이 되어 있다.
희영은 어머니의 얼굴 표정이 환하고 편안한 것을 본다.
소식을 알 수가 없어 늘 걱정을 하고 그리워했던 단 하나의 혈육이다.
희영은 시간을 내어서 서로 인사를 하고 알고 지내고자 생각을 한다.
“어머니!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그래야하지.
허지만 지금은 우선 그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가 되어서 며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쉬라고 했다.
몰골이 영 말이 아니더라!“
“네, 건강이 우선입니다.
건강이 회복이 되고 나서 만나도 되겠지요.“
희영은 서둘지 않기로 한다.
어머니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실 것이라 생각을 한다.
김여인 또한 아들과 며느리가 희영이와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주 마침 휴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나가서 필요한 의상과 생필품들을 구입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며느리가 매우 까탈스러운 성품이라는 것을 아는 김여인은 지금 며느리의 모습이 예전의 모습으로 보이질 않는다.
수수하기보다는 얼마나 고생을 하고 살아왔는지 입고 있는 옷이 시장바닥의 싸구려 옷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그런 옷은 쳐다보지도 않고 살아왔던 며느리였다는 것을 기억한다.
늘 그렇듯이 하루가 끝나고 가게를 정리하고 나서 집엘 들어간다.
초인종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이 문을 열어준다.
“하루 종일 고생을 하셨습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보다는 아들이 문을 열어주니 참으로 좋구나!”
김여인은 안으로 들어선다.
향긋한 차의 냄새가 집안 가득 퍼져 나간다.
“어머님!
다녀오셨습니까?“
정윤자가 주방에서 나오며 인사를 한다.
“향이 아주 좋구나!
무슨 차를 준비했니?“
“병원을 다녀오면서 마트엘 들려서 구기자차가 있기에 구입을 해 봤습니다.”
“그랬구나!
내가 들어가 잠시 씻고 옷을 바꾸어 입고 나오마!“
김여인은 빈집이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는 생각을 하며 샤워를 한다.
가벼운 샤워가 끝나고 편안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거실로 나간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윤자가 차를 가지고 나와 시어머님 앞에 조심스럽게 찻잔을 놓아드린다.
“참으로 고맙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입안으로 넣는다.
“향긋하고 맛도 참 좋다.
참,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
“엄마!
정형외과엘 갔었습니다.
허리에 문제가 있고 무릎에도 연골이 닳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치료를 하면 된다고 말은 없고?”
“무릎은 아직 약물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통증은 가라앉는다고 하는데 허리는 4번과 5번사이가 신경이 눌려져 있어서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시술만 하면 괜찮다고 해?”
“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라고...............“
“해야지. 해서 낳을 수가 있다면 해야한다.
내일 당장이라도 가서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라!“
“어머님!
정말 고맙습니다.
만나자 마자 병이 들어서 어머님께 큰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윤자는 시어머니께 사죄를 드린다.
“어미야!
네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더냐?
돈 걱정을 하지 말고 어서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라!
내일 당장이라도 가서 입원을 해라!
내가 조금 한가한 시간에 가 볼 것이다.“
그렇게 정윤자는 허리와 다리 치료를 위해서 입원을 한다.
김여인은 아들이 며느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을 다해서 간호를 해 주라는 말을 하고 먹을 것을 가져다준다.
김여인은 오후시간을 잠시 병원엘 다녀오곤 한다.
희영은 그런 어머니께 정성껏 음식을 해서 들려드리곤 한다.
환자를 위해서도 보호자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영양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늘 마음을 쓰며 따로 음식을 준비를 하는 희영이다.
“에미야!
네가 그 아이들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한다.“
”어머니!
아직 보지 못했지만 제 오빠가 되는 사람인데 그 정도를 고생이라고 한다면 남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어요?
어머니 아들이니 제 오빠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을 해 주니 정말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맙다.
내가 인생 말년에 아들도 딸에게도 효도를 받으며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요!
우리 무진이에게도 많은 효도를 받아야 합니다.“
김여인은 아들부부의 거처에 대해서 희영과 의논을 한다.
“그 아이들을 따로 집을 얻어서 내 보내는 것이 좋을까?”
“오빠하고 상의를 해 보세요.
카나다에 있는 조카들이 귀국을 한다고 해도 그 집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머니도 혼자 계시는 것보다는 그렇게 아들며느리 그리고 손자 손녀와 함께 살아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내 생각만을 할 수가 없지 싶다.
며느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선 며느리 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무엇을 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어머니!
일단 모든 것이 제대로 안정이 되고 난 후에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 아닌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참으로 걱정스럽다.”
김여인은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걱정을 한다.
혼자 몸도 아니고 가족들을 데리고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윤자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 너무나 큰 호강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
“여보!
어머님께서 너무 잘 해 주셨기에 더욱 송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어머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살아야 하는지 그것도 미안한 일이고요.“
“우선 당신 몸이 건강해야 하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몸을 회복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 둘이서 무엇을 해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성민은 아내가 우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을 한다.
김여인은 무엇인가를 잔뜩 들고 온다.
“엄마, 뭘 이렇게 힘들게 들고 오세요?
저를 나오라고 부르시지요.“
“어미가 몸이 부실해서 그러니 곰국을 끓여왔다.
매일 이 곰국을 먹으라고 해라!“
정윤자는 시어머님이 오시는 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나 나온다.
“어머님 오셨습니까?”
“왜 일어나 나오니?
몸이 힘든데 그대로 있어도 된다.“
“아닙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미야!
그동안 많이 고생을 했구나!
이제는 마음을 푹 놓고 건강해지기를 노력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어머님께서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 주시는 것을 생각하면 제가 어머님께 크나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이제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자.
부모 자식인데 그런 일들을 모두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저녁에 무엇이라도 좀 먹었니?“
”네! 갈비를 구워서 많이 먹었습니다.“
”갈비보다는 곰국을 먹어야 하니까 맛있게 먹어야 한다.“
김여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처럼 또 다시 새벽에 일어나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한다.
준비가 끝나고 장에 가려고 나오니 성민이가 기다리고 있다.
“네가 이 시간에 왜 일어났니?”
“엄마!
새벽시장을 가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제가 따라가면 안 될까요?“
“뭐? 네가 같이 가겠다는 것이냐?”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김여인은 잠시 아들을 응시를 한다.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다.
“정말 함께 갈 수 있겠니?”
“네!
허락을 해 주신다면 매일 엄마를 따라서 가겠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자.“
김여인은 흔쾌히 수락을 하고 아들과 둘이서 집을 나선다.
성민이 엄마 차를 운전을 한다.
엄마가 매일 새벽에 운전을 하며 다니던 새벽시장 길이다.
“네가 운전을 해서 가니까 마음이 든든하구나!”
“엄마!
무엇이라도 엄마를 돕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씀을 해 주세요.“
“성민아!
다시 취업을 할 생각은 없는 것이니?“
조심스럽게 아들의 생각을 묻는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고 기다려보았지만 지금까지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습니다.“
“그랬구나!
그렇다면 너희 부부가 손을 맞잡고 장사를 해 볼 생각은 없니?“
“엄마!
장사라는 것도 아무런 경험도 없이 시작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그럴만한 자금도 없습니다.
그동안 저희부부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김여인은 말없이 아들의 말을 듣는다.
“실은...........어머니 식당에서 일을 도와드리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인데........”
“식당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온 종일 물에 손을 담그고 온갖 손님들의 비위도 맞추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세상에 힘든 일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네가 그런 일들을 할 수가 있겠니?“
“이제는 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아직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해야 합니다.“
“그래!
우리 생각을 해 보자.
그 식당이 엄마 혼자서 이룬 식당이 아니다.
자세한 것은 시간을 내어 모든 것을 네가 알아야 할 것이다.“
김여인은 시장엘 나가는 길이라 희영이에 대해서 말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아들이 궁금해 하겠지만 일단 다음으로 미룬다.
그러면서 과연 아들이 힘든 식당일을 해 낼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시장을 본 물건들을 성민은 안으로 들여다 놓는다.
아직은 직원들이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성민이는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성민아!
오늘은 이만 집으로 들어가 보아라!
그리고 네가 한 말을 엄마도 조금은 생각을 해 보고 나서 우리 다시 의논을 하자. 네 처가 기다리겠다.
어서 들어가 환자를 돌보도록 해라!“
“네!
들어가겠습니다.“
성민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가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엄마가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실 것이라 생각을 하니 자신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집으로 들어가자 정윤자가 잠에서 깨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보고 거실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긴다.
“어디 갔다 왔어요?”
“엄마가 새벽시장을 보시는 것을 알고 그냥 있기가 미안해서 엄마하고 같이 새벽시장을 봐서 가게에 들여다 놓아주고 오는 길이오.
당신을 깨우지 않고 살며시 나갔다 온 것이오.“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렸어요.
어머님께서 매일 혼자서 새벽시장을 보시는 것인가요?“
“그렇소!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당연한 일이지요.
정말 잘 했어요.
매일 어머님을 도와드리면 그래도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아요.
나도 건강이 회복이 되는 대로 어머님 식당에 나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엄마하고 잠시 이야기를 해봤지.
갑작스러운 일이라 엄마도 생각을 해보자고 하셨으니 기다려봐야지.“
“당신과 내가 식당에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을 귀국을 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아이들이 나와서 살아갈 집이 문제지.
그렇다고 엄마 집으로 우리 가족들이 밀고 들어와 살아갈 수는 없지.“
“그렇지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칸방이라도 얻어서 우리 가족이 함께 만나서 살아가다보면 우리도 다시 좋은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요.“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 말고 천천히 해결을 해 나갑시다.
우선 무엇보다 당신 건강을 챙기고 나서 우리 둘이서 무슨 일이든 찾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오.“
부부는 어떻게 하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정윤자는 아침을 준비한다.
남편인 성민이 하려고 하는 것을 말리고 자신이 준비한다.
아침 준비라는 것도 밥만 하면 모든 것은 준비가 되어 있어서 할 일이라는 것도 없다.
성민은 아내를 도와 식탁을 차리고 밥을 먹고 나서는 설거지를 해 준다.
아직은 온전치 못한 아내의 건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혼자서 있을 수 있지?”
“왜요?
어디를 가려고?”
“일할 곳을 찾아 봐야 하지 않겠소?
언제까지 이렇게 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요?
대리운전도 들어오면 놓치지 않고 해야 하고.“
성민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