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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향 이봉우

[[일향 이봉우]]자식들 ... 02 회

작성자채움|작성시간26.06.22|조회수76 목록 댓글 1

제 2장,

“왜 나와 계세요?”

“그냥!
집에 있기가 답답하기도 하고 또 너를 기다리고 싶기도 하고.“

“한참 되셨어요?”

“응!
조금!“

“그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살림을 하시랴 아버지 병 수발을 하시랴 엄마도 얼마나 피곤하시고 힘이 드신데 주무시지 않으시고 뭐 하러 나오세요?“

“그래도 어디 너만큼 힘들고 피곤하겠니?
많이 피곤하지?“

김 여인은 선미를 끌어안다시피 하고 걷는다.
횡단보도에서 잠시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여전히 모든 차들이 속력을 높이면서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무슨 차들이 저렇게 속력을 높이면서 달리고 있는지 무섭다.”

“밤에는 신호등만 보고 길을 건너다가는 큰일 나요.
차가서는 것을 보고 나서 길을 건너야 해요.“

“그러게나 말이다.
난 보고만 있어도 정말 무섭다.
밤길에 다니는 네가 너무 걱정스럽구나!“

“엄마!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언제나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하니까요.“

신호등이 바뀌자 차가서는 것을 보고 나서 선미는 엄마의 팔짱을 끼고 길을 건넌다.

“선미야!
집에 가거든 선영이가 무슨 말을 하든 절대로 듣는 척을 하지도 마라!“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글쎄,
선영이가 요즘 봉고차를 사 내라고 네 큰 언니를 어찌나 졸라대는지 오늘 낮에 결국 네 언니가 화를 내고 가 버렸다.“

“그랬어요?”

“정말 속이 상해 죽겠다.
어디 네 언니가 선영이 봉고차를 사줄 형편이냐?
안 그래도 그 집도 시누이가 결혼을 한다고 혼수 비용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 있는데 거기다 대고 봉고차를 사 내라고 하니 원!“

“..................”

“너 절대로 선영이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알았지?“

“네!
제가 무슨 그만한 돈이 있나요?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어서 월급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

“아무리 월급을 많이 받는다 해도 절대로 이제는 집에는 한 푼도 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네가 돈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살아갈 힘이 나는 거다.
그러니 절대로 엄마도 돈 한 푼 가져다 줄 생각도 하지 말고 네 앞으로 저축을 해서 네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집에 도착을 한다.

“너 마음 독하게 먹고 살아야한다.
이제 아버지도 엄마도 너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동생들 생각하거나 집안 걱정을 하지 말고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살아야 해!“

“네!”

김 여인은 대문을 들어서기 전에 다시 한번 더 다짐을 한다.
선미는 간단한 샤워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주말이라서 손님이 많기도 했지만 시다 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일까지 모두 해 내느라고 몸이 파김치가 다 되었던 것이다.
선미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선영이가 선미를 깨운다.

“언니!”

선미는 선영이의 음성을 듣고도 눈을 뜨지 못한다.

“언니!”

선영이는 선미를 흔들어 깨운다.
안방의 불이 꺼지기를 기다려서 선미의 방으로 들어온 선영이다.
선미 언니가 깊은 잠이 들기 전에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선영이의 마음은 초조했다.
김 여인은 선영이의 방문을 열고는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방으로 건너가 한참을 더 있다가 겨우 불이 꺼지는 것이었다.
선영이는 엄마의 성격을 알고는 엄마와 언니가 들어오는 것을 알자 얼른 불을 끄고는 잠이 든 척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선미언니가 깊은 잠이 들까봐 선영이의 마음을 초조했던 것이다.

“언니!
눈을 좀 떠봐!“

“으응!
선영아!
나 내일 노는 날이니까 우리 내일 이야기 하면 안 될까?“

“그러니까 지금 잠시만 내 얘기 좀 듣고 자!”

선미는 가까스로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불을 켜려고 손을 내밀어 스위치를 찾는다.

“불은 켜지 마!
불을 켜면 엄마가 잠에서 깨서 이방으로 건너오시니까 그냥 이대로 내 말만 들어.“

“알았어!
어서 말이나 해!“

“언니!
나 봉고차 한대만 사 주라! 응?“

“내가 그만한 돈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할부로 사야지!”

“할부?”

“응!
지금 언니가 월급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한 삼십 개월 정도면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

”난 할부 같은 것은 겁나서 못하는 것을 알지 않니?“

“겁날 것이 뭐가 있어?
매달 꼬박 꼬박 제 날짜에 월급이 나오는데.“

“...........................”

“언니!
내 말 듣고 있어?“

“응!
허지만 자신이 없다.“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들어 주라!
봉고차 한대만 있어봐라!
아버지를 태우고 드라이브도 시켜 드릴 수도 있고 병원에 모시고 갈 때도 택시 타러 나가는 번거로움도 없고 좋잖아?
그리고 나도 봉고차를 가지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단 말야!“

“봉고차로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

“학원생들 실어 나르기도 하고 학교에서 엠티를 가거나 수련회를 갈 때 내 봉고차로 실어 나르면 돈이 나오지. 안 그래?”

“........................”

“언니!
이렇게 부탁한다. 응?“

“............................”

선미는 잠에 취한다.
그런 선미를 선영은 다시 흔들어 깨운다.

“언니!
사 줄 거지?“

“응!
그래 알았어!“

“그럼 나 내일 가서 계약한다.”

“응!”

선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선미의 방에서 나온다.
다음날 선미가 잠에서 깨었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다.
선미가 쉬는 날이면 김 여인은 선미를 깨우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 나갔다가 자정이 되어서 돌아오는 선미가 피곤에 지친 모습을 풀 수가 있는 것은 쉬는 날 뿐이다.

“일어났니?”

“네!
내가 너무 오래 잤나 봐요?“

“그래야 그동안 쌓인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이 아니냐?
배고플 텐데 어서 밥 먹고 하루 종일 더 자거라!“

“이제 다 잤어요.
헌데 선영이는 어디 갔어요?“

“모른다.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밥을 먹자마자 나갔다.“

선미는 선영이가 어디를 갔는지 짐작이 간다.

“아무튼 그 애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음양이 바뀌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화근이다.”

“음양이 바뀐 것을 어떻게 알아요?”

“태몽 꿈이 그 애는 남자였어!
그래서 아들이 태어나는지 알았지!
어느 해 봄인가 선영이를 안고 밖에 나갔다가 어느 노인분이 말씀을 하시더구나!
이 아이의 태몽을 무슨 꿈을 꾸었느냐고.“

선미는 엄마의 입을 바라본다.
벌써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꿈 이야기를 하니까 아들이어야 했다고 하면서 만일에 음양이 바뀌어서 딸로 태어나면 성공을 하면 아주 크게 성공을 할 것이고 아니면 온 집안을 발칵 뒤집히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을 하더구나!”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어요?
그리고 선영이가 얼마나 똑똑하고 야무진 아인데 아마 아주 크게 성공을 한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선미는 엄마의 불안을 덜어 주려고 애를 쓴다.
언제나 그 말을 하는 엄마의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김 여인은 그래도 선영이가 나가서 다행이라는 듯이 말을 한다.
집에 있었으면 모처럼 쉬는 선미를 이른 아침부터 깨워서 잠을 잘 수도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요즘 어떠세요?”

“뭐 맨 날 그날이 그날이지!
누가 그러던데 오골계를 죽순을 넣고 서너 마리 해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마는 그걸 어디 가서 사는지 알아야 말이지.“

“오골계라면 뼈까지 새까만 닭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응!”

“그거야 구하기 뭐가 어려워요?
시골에 가면 오골계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곳이 있을 걸요?
그리고 죽순도 요즘엔 시장에 가도 구할 수가 있어요.
내가 한번 알아보고 구해 올게요.“

“항상 너만 애를 써서 어떻게 하니?”

김 여인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으면 맏아들이나 맏딸보다도 둘째 딸인 선미에게 말을 하고 의논을 하는 편이다.
맏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가정을 먼저 생각하고 살피느라고 부모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러나 둘째는 어떤 일보다 집안일이 우선이고 부모 일이 우선인 자식이다.
그러기에 김 여인은 모든 일을 선미하고 의논을 하고 있는 편이었다.

“선미야!
일은 힘들지 않니?“

“힘이 들어도 부지런히 배워서 작은 레스토랑이나 해 보는 것이 꿈이니까 견딜 만 해요.”

“어제 보니까 네가 너무 힘들고 지쳐보여서 엄마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제는 허드레 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씩씩하고 건강하잖아요?
아직은 나이도 젊은데 무엇을 못하겠어요?“

“그래!
이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혼자서 살아가는 네 모습이 가여워서........“

김 여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린다.

“엄마!
내가 왜 가여워요?
이렇게 부모 형제가 한집에 살고 있는데 가여울 것이 무엇이 있어요?
자꾸 그렇게 생각을 하지 마세요.
아버지의 병 수발도 힘이 드시는데 마음마저 자꾸 그렇게 생각을 하시면 엄마가 먼저 쓰러져요.
만일 엄마가 쓰러지신다면 난 정말 그때는 어떻게 해요?“

“그래!
너를 생각해서라도 엄마는 더 씩씩해져야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건강을 다시 일으켜 세워드릴 거다.“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꼭 다시 일어나실 수가 있으실 거예요.
엄마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꼭 그렇게 되실 거예요.“

두 모녀는 서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선미는 엄마가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김 여인은 그런 선미를 위해서 다시 찌개를 데우고 딸의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
바라볼수록 아깝고도 아까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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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태화 | 작성시간 26.06.22 new 새로 쓰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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