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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소설방

[장세연] 욕망이 타는 숲ㅡ1

작성자채움|작성시간26.06.22|조회수65 목록 댓글 0

 

 

1. 사악의 의식
  유럽풍의 오페라 하우스를 본떠 꾸며졌다는 캬
  바레 '후지'는 전통적인 산업도시 오오사까의 환
  락가를 대표할 만큼 크고  화려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군수피복공장의 창고였다는 이 시멘 콘크리
  트 건물은 전쟁중 수없이 당했던  폭격에도 불구
  하고 요행히 파괴를 모면한 것 중의 하나였다.
  전시중 후방에 남아  있던 수많은  부녀자들이
  언제 날아들지 알 수 없는  폭탄세례의 두려움과
  굶주림을 참으며 그들의  남편과 아들들이  입을
  군복을 만들던 때를 생각하면 그로부터  10여 년
  의 세월에 밀려 달라진 시대를 실감케 했다.
  전후 복구에 여념이 없었던 일본경제는 5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 기반이 닦여져  놀라운 속
  도로 발전했다.오오사까도 일본산업의  중심지였
  던 왕년의 면모를 되찾고 있었다.
  산업의 발달은 살아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차
  츰 생활의 안정을 되찾게 했고 그  동안 억제되었
  던 갖가지 욕구를 분출시키게  해주었다. 오오사
  까의 유흥가도 시대에 편승하여 번창하기 시작했
  다.
  해가 저물면 낮 동안 한산했던  유흥가는 네온
  불빛과 함께 부산해진다. 그러나  캬바레 '후지'
  는 아직 서민들이 들락거리기에는 너무나 호사스
  러운 곳이었다. 5백명이 넘는 호스티스들이 기모
  노 차림으로 손님을 접대했고 극장  입구와도 같
  은 거창한 현관 앞에는 보우타이를 맨 검은 제복
  의 웨이터들이 들어서는  손님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혔다.
  붉은 카페트가 말린 로비를 지나  양옆으로 난
  회랑을 따라가면 두꺼운  천으로 마감된  방음문
  앞에서 기다리던 웨이터가  정중하게 문을  열고
  앞장을 선다. 문이 열림과 함께 감미로운 음악이
  감겨들며 드넓은 홀이 별천지처럼  펼쳐진다. 홀
  중앙에는 직경 10미터는  됨직한 대형  분수대가
  있고 그 주위로 춤을 출 수 있는  플로어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플로어를 에워싸 듯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끝도 없이 놓여 있었고  그 뒤쪽으로는
  좁은 복도를 사이로 로열 룸인 듯한 방들이 정렬
  해 있었다. 높게 트인 천정에는 수십  개씩의 전
  구로 장식된 샹들리에가 수없이 매달린  채 번쩍
  번쩍 빛들을 뿜어내고 있었다. 정면의 무대는 갖
  가지 진귀한 모양과 색깔의 장식물들로 휘황찬란
  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날도 손님은 제법 많았다.  테이블은 거의가
  정장 차림의 남녀들로 차 있었다. 밤 9시가 되자
  무대 위에서 연주되던 밴드 소리가  멈추고 그와
  함께 둔중한 차임 소리가 넓은  장내에 울려퍼졌
  다. 왁자지껄, 소란하던  장내가 금방  조용해졌
  다.
  "만장하신 손님 여러분! 오늘도 변함없이 저희
  들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
  다. 오늘 저녁 저희들이 여러분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 뒤에는 지금 수많은 정다운  얼굴들이 기다
  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도  정상급의 가
  수와 무용수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무대를 즐기시
  게 될 것입니다. 모쪼록 즐겁고 행복한  밤이 되
  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면서 악단원들이 짧은 팡
  파레를 연주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사회자가
  더욱 높아진 억양으로 말했다.
  "자, 그럼 여러분, 오늘 밤을 위해  준비한 화
  려한 쇼에 앞서 캬바레 '후지'가  자랑하는 지상
  최대 워터쇼를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휘황했던 조명들이 차츰
  어두워지더니 마침내 비상구를 표시하는 벽등 몇
  개만 남긴 채 장내는  칠흑의 어둠 속에  휩싸였
  다. 그와 함께 소리도 사라졌다.  그것은 놀라운
  고요였다.
  그 어둠 속 어디선가로부터 영롱한  피아노 선
  율이 마치 잔잔한 호수에 물방울이  떨어지듯 조
  용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첫  음이 울려퍼짐과
  함께 홀 중앙에 원형 풀장처럼 자리잡고 앉은 분
  수대 수면 밑으로부터 물거품이 튀어오르듯 불빛
  이 켜지기  시작했다. 초록,  빨강, 노랑,  파
  랑 까마득히 먼 곳으로 부터인  듯 울려나오
  는 피아노 선율은 [황성의 달]이었다.
  국가인 [기미가요]와 [황성의 달]을 모르면 일
  본 사람이 아니라고 할  만큼 그 노래는  친숙한
  곡이었다. 장내는 숨소리조차 삼가듯  고요했다.
  분수대에서는 수백개의 가늘은 물줄기들이  음률
  에 따라 높게도 낮게도 솟구쳐 올랐다.  물 밑으
  로부터 비치는 불빛에 반사되어 물줄기들은 현란
  한 무지개 빛깔로 일렁거렸다.
  [황성의 달]의 2절이 끝났을 때 밴드의 가락이
  갑자기 경쾌한 리듬으로 바뀌었다.  굵고 가늘은
  수십개 물줄기들의 치솟음이 한층 높아지고 수중
  조명등의 변화도 빨라졌다.
  무대를 향해 오른쪽 뒤편에 있는 [77]이라는 호수가 문에
  붙은 로열룸 안에서는 홀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소리가  까마
  득히 멀리 들리는 듯 마는 듯했다.
  열 평도 더 돼 보이는 객실의 벽은 붉은 비단으로 발라져
  있고 쇠사슬에 매달린 두 개의 천정등이 큼직한 갓을 쓴 채
  탁자 위를 밝혀주고 있다.
  입구 쪽을 제외한 사면  벽에 기대듯 소파가 놓여  있다.
  문 밖 침침한 복도에는 건장하게 생긴 웨이터 두 명이 약속
  이나 한 듯 팔짱을 끼고 서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춤을 추는
  분수의 변화를 표정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서 있었다.  출입
  문에서 오른쪽으로 마주 보이는  좁은 벽면 소파  중앙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이 한 명 버티듯 앉아 있고,  타
  원형 탁자를 둘러싸고 열아홉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한결같이 검은색 정장 차림들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돼 가는 듯한 홀에서의 분위기와는 달리 방안
  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분수대의 물줄기가 행진곡조의 일본군가에 맞춰 한껏  높
  아져 가고 있을 때, 윗 좌석 중앙에 버티고 앉아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 같으나 이것이  장차
  우리 조직원들이나 활동에 미칠 영향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소. 무역상의 방법이 검토되고 통로가 막힐 것은 말할 것
  도 없고 자칫하면 조직의 내용마저 개밥이 된다, 이런 말이
  요. 나 역시 단 한  사람일망정 형제를 잃고 싶지는  않소.
  그렇지만 작은 손가락 하나 때문에 팔을 송두리째 자르거나
  몸까지 아예 죽어 자빠지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 말이
  야."
  그의 음성은 무게와 위엄을 갖춘 것이었으나 말투는 상스
  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묵념하듯 잠자코 고개를  숙
  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위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든 의견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해 봐."
  예사높임으로 시작된 말 끝은 언제나 해라로 끝났다.
  밖에서는 분수 쇼가 최고조에 달한 듯 드높아진 음악소리
  가 두꺼운 벽을 울리며 제법 들려왔다. 이때 한 사람이  마
  치 일어서려는 것처럼 앞으로 몸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조직에서 쫓아내 버리고 당분간 감시만 하는 것이  어떻
  겠습니까?"
  좌중의 눈치를 살피듯 조심스레  입을 떼놓은 그는  내친
  김이라는 듯이어 말했다.
  "그의 잘못은 백번 죽어 마땅하지만 지금까지 조직을  위
  해 일한 공로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두세 사람이 그의 말에 동의하듯 돌아보거나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자,
  "내가 그걸 몰라서가 아니야. 만일 일이 잘못되면 큰  집
  (조직의 본가) 오야붕(조직의 우두머리)에게까지 누를 끼치
  게 될지도 모르잖나. 우리 생각만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말
  이야."
  중앙에 앉은 남자가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는 투로  완강
  하게 잘라 말했다.
  "그에게는 마누라와 아직 어린 자식이 있습니다."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다 아는 일이야. 식구들은 우리가 돌봐 주면 될 것 아닌
  가. 지금까지해 왔던 것처럼."
  그의 말투는 변함없이 낮고 단호했다. 이미 오랜 시간 논
  의한 문제인 듯했다.
  홀에서는 음악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모든 분수구가
  열리고 그것들 모두가 일제히  뿜어 올린 물줄기는  거대한
  크리스탈 기둥처럼 장엄하고 찬란했다. 밴드의 연주와 솟구
  쳤던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합해져 장내를 흔들
  었다. 이미 술에 취한 손님들 중에는 휘파람을  불어대거나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자들은 물줄기가  바뀔
  때마다
  "아!"
  하고 거리낌없이 탄성을 질렀다. 음악은 해군행진곡으로 이
  어지고 있었다.
  진주만에 대한 기습공격이 성공한 데 이어 순식간에 싱가
  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대를 석권했을 때
  이 해군가는 일본군은 물론 후방의 모든 국민들의 애국가요
  애창곡이 되어 저들을  흥분시켰다. 패전과 더불어  아무도
  부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던 군가가 이제 폐허 위에  세워진
  유흥가에서 하룻밤 분수 쇼의 반주곡이 되어 술취한 사람들
  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아무튼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빠를수록 조직을 위해 좋
  다는 것밖에 다른 말이 있을 수 없소.  더 이상 의견이 없
  으면 결정해 버리자구."
  가운데 앉은 남자가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둘러앉은 사내들이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같은 말로 대
  답했다.
  "좋아! 그 다음은 방법 문제인데."
  남자의 음성은 한층  낮아졌다. 그의  관자놀이가 가볍게
  경련했다.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었
  다. 전등갓의 그림자에 가려져  사람들의 표정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꼿꼿하게 움쩍도 않는 자세들은 한결같았다.
  "오야붕께서 명령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한참만에 누군가가 입을 열어 말했다.
  "너희들은 곤란한 문제만 터지면 이 오야붕을 따르겠다지
  만 이번 일만은 달라. 우리 형제를 재단하는 일이야. 우리
  모두의 일치된 의견이  필요해 조직의  단결을 위해서
  말이야!"
  다시 또 숨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홀에서는 여전히 밴
  드의 연주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낮아진 듯
  벽을 뚫고 스며들던 음악소리가 한결 작아져 있었다.
  "그러시다면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이 불끈 쥔 두 주먹으로 탁자를 짚으며 몸을 앞으
  로 내밀었다.
  기리시마였다.
  "집안 형제의 피를 손에 묻힌다는 것은 아무래도 참을 수
  없습니다. 그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 그를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도 사나이고 우리들의 규율이
  어떻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저 역시 기리시마와 같은  생각입니다. 조직원답게 스스
  로 결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형제에 대한 최후의 아
  량도 될 것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여
  겨집니다."
  다른 한 명이 주를 달듯 말했다.
  "그래 아량이라."
  중앙의 남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으나  아까와는 달리
  부드러워진 말투였다.
  "그렇지만 만일 그가 거역한다면 어쩐다지?"
  남자의 눈빛이 다시 신중해졌다.
  "제가 아는 한 마쓰모도는 그럴  놈이 아니라고 생각됩니
  다. 그러나 만일  그가 거부한다면 그때는  단호히 우리가
  해치워야지요. 조직의 명령에 거역한 것이 되니까요."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러면 심부름은 누가 가지?"
  "제가 가겠습니다."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졌으므로 당연하다는 듯 기리시마의
  말을 뒷받침했던 사내가 선뜻 나섰다. 하루야마였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하루야마에게로 모아졌다.  그 눈빛들은 무
  거운 짐에서 용케도 벗어났다는 안도를 감추지 못했다.
  "오늘 밤 안으로 다녀오겠습니다."
  그때 바깥 홀에서는 드럼과 트럼펫 소리가 한껏 높아지고
  그것에 이끌리듯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 방안에까지 스며
  들어왔다. 분수 쇼는 언제나 그렇게 끝나는 것이었다.
  "자, 그럼 마시자. 술 가져오라고 해."
  중앙의 남자가 비로소 몸을  풀 듯 움직였다.  그와 함께
  나머지 사내들도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다. 한 사람 남
  김 없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방
  안은 순식간에  담배연기로 자욱해졌다.  가뜩이나 어둑한
  불빛이 더욱 흐려졌다.
  "어이, 요시다 소위."
  "예!"
  중앙의 남자가 부르자 한 사람이  군대식의 큰 소리로 대
  답하며 일어섰다. 일어선  사내의 검은 신사복  한쪽 팔이
  헐렁하게 흔들렸다. 왼팔이 어깨서부터 없었다.
  "너는 나가서 마쓰모도에게 보낼 것부터 준비해 둬."
  "네, 알았습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일어서  밖으로 나가는 사내는  아직 마흔도
  안 돼 보였다.
  그와 엇갈리듯 흰 바탕에 푸른 나비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기모노 차림의 호스티스 다섯 명이 방으로 들어오고, 뒤따
  라 어깨 높이로 치켜든 쟁반에 맥주병을 가득 담은 웨이터
  두 명이 들어와 익숙한 몸놀림으로 테이블을 차렸다.
  검은 사내들 틈에 듬성듬성 끼어 앉은 호스티스들은 다섯
  명 모두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차림과 생김새가 비슷했다.
  여자들은 간드러지는 듯한 교태로 사내들의  잔에 술을 채
  웠다. 회장님이라 불리워지는 중앙의  남자 가지하라가 잔
  을 높이 들어올렸다.  넘치는 거품이 그의  투박한 손등을
  타고 흘러내려 탁자 위로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자."
  하고 말하는 듯했으나 그는 그냥 그대로 부하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여느때 같으면 " 를 위해 건배!" 하고 외쳤
  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 역시 할 말이 막혀 버린 듯했다.
  그를 따라 잔을 치켜든 사내들  역시 말이 없었다. 그러자
  어색한 분위기를 재빨리 알아차린 듯  호스티스 하나가 맑
  고 높은 소리로 외쳤다.
  "오늘 밤을 위하여!"
  그러나 아무도 따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지하라는 두세 모금으로  잔을 비웠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두어 잔씩을  비운 다음에야 사내들은  서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야마는 거푸 두  병을 비울
  동안 한 마디도 입을 떼지  않았다. 귀밑 머리가 희끗거리
  는 것으로 보아 마흔이 훨씬 지난 듯했다. 잔을 움켜쥔 거
  칠고 깡마른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불쌍한 자식!"
  입 속으로 중얼거리는  그의 말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낡아 보
  였다.
  소네자끼의 오래된 목조 연립주택 앞에 크라운 차가 닿았
  을 때 시계는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함께 온 시마무라
  가 사이드브레이크를 힘껏  잡아당겨 놓고  차에서 내려설
  때까지도 하루야마는 조수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이, 안 내릴 거야?"
  시마무라가 퉁명스럽게 재촉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선 전통적인  일본식 목조
  단층 연립주택이 수십 년  전의 한적한 풍경을  보는 듯했
  다. 깊은 가을이었지만 서늘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 흔
  하게 짖는 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길 양편으로 늘어
  선 가로등조차 없었더라면 더욱 적막했을 것이다.
  한길에 면한 나지막한 나무대문  앞으로 다가간 시마무라
  가 초인종을 찾아 눌렀다. 대문 안쪽으로 10미터쯤 들어간
  막다른 현관이 마쓰모도의 집이었다. 한참만에 쨍그렁거리
  는 종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기척이났다.
  "누구신지요?"
  자다가 나온 듯 갈라진 여인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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