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 김병환
오래된 지인들 중에
좋은 면 생각 안 나고
나쁜 면 생각이 날 때
마음의 렌즈를 닦고
초점을 다시 맞춰라
마음이 깨끗해 지면
나쁜 면 이해가 되고
좋은 면 생각이 난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때로는 익숙함에 가려져 서로의 허물만 크게 보이곤 합니다.
〈지인〉은 이처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인간관계의 권태와 갈등을
미시적인 시선으로 포착하여 이를 내면의 성찰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격조 높은 서정시입니다
마음의 렌즈
이 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인간의 내면 심리를 카메라나 안경의 렌즈와 초점이라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에 비유한 점입니다
타인의 나쁜 면만 보이는 현상을 상대방의 변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의 렌즈에 먼지가 쌓였거나 초점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대목은 매우 신선합니다.
갈등의 원인을 외부(타인)가 아닌 내부(자아)로 돌리는 고도의 성찰적 태도가 이 비유 한 편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김병환 시인의《지인》은 세속적인 원망이나 미움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마음의 초점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 정신적 성숙함을 보여주는 수작(秀作)으로
나이가 들고 관계가 오래될수록 쉽게 오염되기 쉬운 우리의 시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맑은 거울을 마주한 듯 읽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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