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김홍신
물은
맛이 없기에 평생 마신다
물이
맛이 있었다면 지겨워서 오래
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공기는
향기가 없기에 평생 들이마신다
공기에
향이 있었다면 잠시뿐, 금세
질려버렸을 것이다
삶은
단 한 번뿐인 일회용이기에 살아 있는 동안
만큼은 맛깔나게,
향기롭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착각한다
맛과 향기가 밖에서 온다고,
물은
처음부터 달콤했다
목마른 자에게만
공기는 늘 향긋했다
숨 가쁜 자에게만
삶의 맛은
허기진 영혼이 만들어내고 삶의 향기는
절실한 마음이 피워낸다
그러니
맛깔나게 살려면 먼저 굶주려야 하고
향기롭게 살려면 먼저 메말라야 한다
가진 것들을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서 있을 때 비로소 물의
단맛을 공기의 청량함을 삶의 진짜 맛을 안다
우리가
찾는 건 새로운 맛이 아니라
맛을 느낄
수 있는 간절함이었던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배고픈 마음으로 목마른 영혼으로 천천히
씹어 삼키며 깊이 들이마시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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