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貨(악화)가 良貨(양화)를 驅逐(구축)한다.’
토마스 그레샴의 말이다. 구축은 쫓아낸다는 뜻이다. 해군 구축함에 이 한자를 쓴다. 영어로 쓰면 간단하다.
‘Bad money drives out good.’
금화는 부자집 금고에 쌓이고 시중에서는 동전만 쓴다는 뜻이다. 정말 좋은 것은 밀려나고 질이 떨어지는 것이 대세를 이루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 ‘Lemon market’이란 말도 나왔다. 1960년대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폭스바겐 자동차를 빗댄 말이다.
폭스바겐은 딱정벌레(Beatle)라는 애칭을 얻은 소형 승용차로 미국 시장을 잠식했다. 대형차 위주의 미국에서 ‘Think Small’이란 광고 캠페인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1964년 폭스바겐 광고 캠페인을 맡은 DDB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테마로 ‘Lemon’이란 지면 광고를 진행한다. 약 10년 후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는 이를 비틀어 시장에 불량품이 득세하는 현상을 짚어낸다.
많은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을 불신하고 스스로 차악을 선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흔히 ‘나까마’라고 하는 중고차 중매인과 소비자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고차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소비자는 ‘나까마는 자기 아내도 속인다’고 믿는다. 결국 가급적 싼 가격의 자동차를 사려고 하고 중고차 시장은 하향 평준화된다. 이런게 레몬 마켓이다.
중고차 시장보다 더 극단적인 레몬 마켓은 정치판이다. 정치판은, 특히 선거판은 거대한 집단 무의식의 흐름과 같다. 장마철 하천을 휩쓰는 탁류와 마찬가지다.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선출되거나 떨어졌다. 선출된 당선자 모두 최선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드시 걸러내야 할 후보가 권좌에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정보의 비대칭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권자의 선택적 정보 활용이 문제인 경우도 많았다. 선택의 기준은 이권이다. 자신의 이익에 무엇이 부합하는지가 기준이다. 따지고 보면 직접 얻는 이익이 없어도 특정 후보를 뽑는다. 이른바 지역주의가 대표적이다.
결국 정치판은 일정 비율 불량품이 살아남아 득세하게 된다. 크게 보면 이 또한 정보의 비대칭에서 비롯된 문제다. 정치판의 정보 제공자는 언론이다. 문제는 이 언론이 ‘악화‘, 즉 ‘Bad money’라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언론은 유권자의 ’놀라운‘ 균형감각이라고 썼다. 야당 후보도 적절히 뽑아 여야 균형을 맞췄다는 얘기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야당도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강경한 민주세력에는 ‘비정상’의 딱지를 붙인다.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는 3000만원짜리 차를 2000만원에 사고자 한다. 어차피 나까마가 자신을 속일 것이라 여긴다. 나까마는 이를 알기에 1000만원짜리를 2000만원에 내놓는다.
소비자는 1000만원짜리 차를 2000만원을 내고 산다. 이런게 레몬 마켓이다. 우리 정치판은 레몬 마켓을 닮았다. 나까마는 언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