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놓고간 팁
아마 손윗 동서 부부와 손아래 동서 부부의 잔돈 지갑을 모두 털었나보다.
페니 동전까지 탈탈 털어 주고 갔다.
더불어 햇반 3개, 참깨라면 사발면 하나,
마트에서 산 양념 3개, 튜브 고추장 두 개, 스파게티면 1.5개 그리고 둥글레차 등 각장 차 티백 세트.
선배와는 시사저널 입사 띠동갑이다.
앞끝 있는 후배와 뒤끝 있는 선배의 만남이었다고나 할까?
떠돌이 시인 이문재가 부장이던 문화부의 선임기자와 수습기자로 만났다.
“그걸 왜 제가 해야 하는데요?”
아마 내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맹랑한 X세대 후배의 반발에 자주 헛웃음을 웃던 선배의 모습이 기억난다.
시사저널 파업이라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멀리서 묵묵히 지켜보다 파업을 마치고 시사IN을 창간할 무렵
뉴욕의 신정아를 설득해 창간 인터뷰를 성사시켜 주었다.
토론토와 뉴욕을 여러번 오가며 신정아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서, 여행감독과 고객으로 만났다.
내가 안내하는 돌로미테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손윗 동서 내외와 손아래 동서 내외 총 6명이 함께 왔다.
여섯은 발이 잘 맞았다.
트레킹을 걷기 역량에 따라 알파팀과 부라보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이 그룹은 늘 알파팀이었다.
돌로미테에 널린 게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인데, 한 번도 타지 않고 두발로만 여행했다.
산에서 걸으면서 선배는 시사저널 시절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민 갈 생각을 굳혀서 정 떼려던 시기여서 그랬다고 했다.
앞에서 할말 다하는 나같은 앞끝 캐릭터와는 대비되는 캐릭터였다.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도 같긴 하지만
굳이 고대 앞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이고
허름한 박이추 커피까지 일부러 데려가서 커피를 맛보게 해준 것도 기억나고 좋은 기억이 많은데…
사실 시사주간지 기자들은 일간지 기자들처럼 팀플레이를 하지 않고
도꼬다이로 자기 장사를 하기 때문에 후배를 챙기지도 갈구지도 않는다.
나도 그랬던 것 같고.
암튼 뒤끝 있는 선배가 가족들 삥을 뜯어 놓고 간 팁을 보니 지난 시간의 추억에 젖게 된다.
암튼 여행을 만드는 중요한 이유 하나를 얻게 되었다.
옛 인연을 아름답게 되새겨볼 판을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