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세상 만들기>
土. 살려면 서양의학을, 건강하려면 동양의학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4대 필수품, 의(衣), 식(食), 주(住), 의(醫)를 전통적인 것과 서양에서 도입된 것을 대비하여 그 특징을 표현할 때, 한복-양복, 한식-양식, 한옥-양옥, 그리고 한의-양의라고 한다. 한의는 음의 문화인 동양의학의 특징을, 양의는 양의 문화인 서양의학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한의학과 양의학의 상호관계는 음양 관계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현대의학은 양의학이 주도하는 현대의 의학을 말한다.
동의보감은 100년 전만 하여도 우리 의학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현대의학의 중심에 서 있는 양의학은 최첨단 과학 기술과 결합하여 한계를 모르고 발전하고 있다. 첨단 진단 및 치료 기술은, 동식물의 유전자 조작 및 활용, 줄기세포를 활용한 생식 등에 이르기까지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천기를 어지럽힐 수 있는, 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에까지도 도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음양성쇠로 보면, 양의학은 크게 성(盛)하고 한의학은 쇠(衰)한 것이다. 사람의 몸이라면 무슨 변고라도 일어날 것만 같다. 이러다가 혹시 중풍이라도 . . . ?
그리고 한의학은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반면, 양의학에서는 우리 한의학의 정수인 침술요법을 일부 통증크리닉, 재활크리닉, 피부크리닉 등에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 . . 그렇다고 한의사들은 아직도 옛날 옛적 동의보감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아닐 텐데,. 더구나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의보감이 그렇게 완벽한 책이 아닌데.
그럼 이렇게 성(盛)한 양의학과 쇠(衰)한 한의학은 얼마나 다른 것인가? 상호 대립적인 것인가?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서로 만날 수는 없는 상극인가? 서로 견제하고 비방이나 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면 우리의 문화유산인 동의보감의 빛나는 자리는 어디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과 양의학을 모두 인정하여서 음양이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이원적인 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먼저 양의학과 한의학의 문화적 배경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전세일, 『내 몸이 의사다』 넥서스BOOK, 2006 참조)
- 동양문화와 서양문화의 차이는,
동양과 서양은 사람들의 모습,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이 크게 다르다. 서양은 밖으로 뻗어 나가고 하늘로 높이 솟으려는 원심적인 양의 문화요. 동양은 안으로 응축하고 땅에 정착하려는 구심적인 음의 문화이다.
서양문화는 본질적으로 물질문명이며 자연을 인위적으로 뜯어고쳐 인간에게 편리하도록 개척하는 능동적인 양의 문화이다. 그러나 동양문화의 바탕은 주로 정신문명이며 각 개인이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동적인 음의 문화이다.
운동법에 있어서도 서양운동은 양의 방식으로, 동양운동은 음의 방식으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서양운동은 주로 힘(力)을 기르는 운동이고, 동양운동은 주로 기(氣)를 키우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서양운동은 육체적 단련을 강조하기 때문에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운동을 할 수 있는데 비해, 동양운동은 다분히 의식훈련과 호흡조절로 이루어진 정신수련이기 때문에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해서는 안 되며,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는 정신집중을 요구한다. 동작에서도, 서양운동은 보건체조처럼 주로 직선적이며, 동양운동은 기공처럼 곡선적이다. 직선은 대부분 인위적이며, 곡선은 대부분 자연스럽다. 그〜러니까 서양운동과 동양운동을 접목시킨 종합운동을 처방한다면 최상의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동양과 서양은 사고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를 든다면, 서양은 정(靜)의 관점에서 세상을 들여다보는데 비해, 동양은 동(動)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는 점이다. 정(靜)의 관점에서는 이 세상을 기계장치와 같은 구조체로 보기 때문에 집을 구성하는 벽돌과 같은 기본 건축요소를 찾는다. 이것이 오늘날 물리학에서 소립자를 탐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립자(素粒子)는 말 그대로 바탕이 되는 입자를 말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자체를 실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구성 요소보다는 변화의 원리를 중시한다. 최근에는 서양의 학문적 지식과 동양의 지혜를 결합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그 동안 쌓인 지식을 어떻게 재해석하여 동양적 사유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가하는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환, 김기현 공저, 『주역의 과학과 道』 정신세계사, 2002 참조)
- 문화적 바탕이 다른 동양의학(한의학)과 서양의학(양의학)은 어떻게 다른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사이에는 실제로 중복되는 면이 많고, 서로 다른 면이 있더라도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차이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여기서는 인용한 책의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첫째, 지식체계의 바탕이 다르다. 동양의학은 철학이고, 서양의학은 과학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과 “믿는 것만 보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는데,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경향”이 있고, 철학자들은 “믿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둘째, 동양의학은 총체적 이해를, 서양의학은 분석적인 관찰을 강조한다.
셋째, 치료하는 태도를 보면, 동양의학은 방어적이고, 서양의학은 공격적이다.
넷째, 동양의학은 경험적이고, 서양의학은 실험적이다.
다섯째, 동양의학은 역할(기능) 위주의 성(性)을 강조하고, 서양의학은 해부학 위주의 질(質)을 강조한다. 물질의 성질이 질(質, 단백질, 지방질, 당질, 광물질, 섬유질)이고, 비물질(非物質)의 성질이 성(性, 음성, 양성, 경성, 연성, 산성)이다.
여섯째, 동양의학은 불건강 중심이고, 서양의학은 병 중심이다. 즉 동양의학은 사람의 상태를 건강과 불건강으로 구분하고, 서양의학은 병과 무병으로 구분한다. 동양의학은 증(證, 症)을 다스리고, 서양의학은 병을 처치하고 고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의사도 이미 병명별 치료를 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경락”과 “경혈”은 서양의학에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경락과 경혈은 보이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이 두 분야는 탄생배경이 다르고 접근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몸을 치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것이 사람의 몸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치유력”이다. 우리 몸이 잘못되어 가고 있으면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이러한 자연치유력이 제대로 작용하면 건강한 것이고,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불건강이자 병이다.
자연치유력은 몸의 특정 부위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그 예민한 “반응점”이 경혈이고, “반응선“이 경락이다. 수천 년 전통을 가진 동양의학에서는 바로 이 반응점을 자극하여 자연치유력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자연치유력이 병을 낫게 한다.
- 그래서 살려면 서양의학을, 건강하려면 동양의학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 . .
서양의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전염병 퇴치와 수술 치료법을 둘 수 있다. 항생제로 전염병을 퇴치시킨 것은 서양의학이 이룩해 놓은 위대한 업적이다. 서양의학의 또 하나의 우수성은 마취약의 발명과 함께 발달한 수술 치료법이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항생제와 수술 치료가 아니면 죽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병을 찾아내는 진단방법의 첨단화, 양약이나 기구를 이용한 치료효과의 신속성, 의학적 각종 정보의 객관성을 위한 과학적 검증 등도 서양의학의 장점이다.
일부 학자는 서양의학이 인간 대 인간의 인문주의적 관계를 잃어가면서 기술 의존적으로 나아간다는 점과, 객관화시키려는 통계 속에 인간의 고유성을 매몰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시한다는 명목으로 환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교육받고 훈련받은 의사들에게 인간 생명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반면, 경험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의학의 장점은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의료경험의 축적을 꼽을 수 있다. 의학에서 “병을 낫게 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약은 부작용이 적다. 또한 약물에 예민하고 신체적 생리적으로 허약한 노인 환자들은 약을 쓰지 않는 침뜸치료를 무척 선호한다. 침뜸치료는 몇 달 몇 년을 계속해도 위장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동양의학은 건강을 중시하는 의학이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 상태를 더욱 향상시키는 섭생방법이 발달되었다. 약을 음식화(飮食化)시키고 음식을 약물화(藥物化)시킨 것은 매우 훌륭한 건강법이다.
동양의학은 인문주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의사가 지도자 역할을 하고, 환자가 행위자 역할을 한다. 행위자가 된다는 것은 환자 자신이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해야 한다면 되도록 환자가 직접 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행위는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동양의학은 철학과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체계가 수천 년에 걸쳐 정립되었다. 따라서 이 방대한 사유체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는 앞으로도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동양의학의 초과학성을 감안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서양의학은 건강한 “나” 속으로 해로운 “남”이 쳐들어온다는 관점이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들어오는 “타(他)”를 막는 방법(차단술)과, 이미 들어온 것을 죽이는 방법(항생제)과 잘라내는 방법(수술)이 발달되어 있다. 나에게 해로운 것이 침입하였을 때 이를 막아내는 것이 면역이다. 동양의학에서는 과오(질병의 원인)를 “나” 속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 자신의 힘을 키운다.” 즉 “나를 보한다.”는 뜻에서 간의 강장제나 위의 강장제 등 보약을 선호하고 보약의 의미를 강조한다. 노인들은 몸을 보하는 뜸을 선호하기도 한다.
- 한의학이 대체의학이라니? 원 참!
대체의학(혹은 보완대체의학)의 사전적 의미는 “한 나라의 주류를 이루는 의료체계에서 벗어난 치료법” 또는 “의과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의술”이다. 따라서 대체의학의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대체의학이란 말이 일반인에게까지 보편화되는 데는 한의학의 서양 유입이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1992년 민간요법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양의학 이외의 모든 전통의술과 민간요법을 통틀어 ‘대체의학“ 이라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냈다. 구미 각국에서는 한의학도 대체의학에 포함시켰다. 대체의학의 범주에 포함된 요법은 20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이 대체의학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어서 한의학도 제도권안의 공식의학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한다. 맞는 말인가? 서양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 땅에는 이미 아메리카 인디언이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서양인이 최초로 상륙한 것이다. 역사의 흐름이나 사회변동은 누구의 시각에서 누구를 기준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 기록되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서양에서 대체의학이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현대인들이 고통 받는 만성, 퇴행성 질환의 치료에서 양의학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을 지키는 예방의학에 관심이 고조되었고, 정부가 관심을 가진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 꿩 잡는 게 매다.
그런데 굶주린 사람에게는 한식이든 양식이든 먹여주고,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는 한복이든 양복이든 입혀주고, 병든 사람에게는 한의든 양의든 병을 고쳐주면 된다. 의학은 병을 예방하고 병들면 고치는 것이 최고의 선(善)이다. 의학에서 음양이 서로 균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음양이 하나가 되어 무극에 이르면 더욱 좋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한의와 양의를 구분하여 대립적인 논의를 계속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원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혜로운 의사들이 한의와 양의의 장점만을 모아, 하나 된 의학을 발전시켜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면 되지 않겠나. 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카인데, 의학에서도 하이브리드 의학으로 가는 것이 현대의학의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겠는가? 수술을 하든, 약을 먹이든, 침을 놓든, 뜸을 뜨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병을 고치면 되지. 꿩 잡는 게 매 아닌가? 이왕이면 부작용 없이 이해하기 쉽고 간편한 그리고 값 싸게 병을 고쳐줄 수 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2010. 5. 31.
다음은, 金. 양의학의 한계와 음양 ; 물극하면 반드시 반한다(物極必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