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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포빅포빅(21)

작성자백합향기|작성시간13.08.11|조회수124 목록 댓글 0

오늘편은 조금씩 클라이막스로 흘러가는 내용 되겠습니다.
이란이의 상태가 점점 더 안좋아지게 되는 내용 되겠습니다.
그 중간에 선의가 예주에게 점점 더 다가가는 상황이 만들어 질 예정이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포빅포빅(21)

겨울바람-우리가 떨어져 있던 때


그 날 이후로 나는 좀더 시무룩해져 있었고, 간만에 돌아간 학교에서도 기운이 별로 없었다.
선의는 어떻게든 내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했었다. 이란이 한테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뭐 분명 나한테 잘해주라는 얘기겠지. 그것이 나하고 헤어진 것과 관련이 있는건지, 아니면 그저 친구로써 나에게 잘해주라는 내용인건지.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것은 내게 [무슨일 있었니?]라고 묻지 않는다는거. 그거 하나만은 좋다. 만약, 속없이 물어봤다면 내 시무룩함은 더 심해졌겠지.

요즘엔 공포증이 더이상 발현되지도 않고,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토할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것이 선의 한정인지 다른애들 한테도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하경이 때문에 고쳐지게 된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하경이는 다른 애들보다 정도가 더 심했으니까. 게다가 내 공포증의 원인이기도 했으니까.
독은 독으로 없앤다고 한다는 말이 맞는걸까?
그때 선의가 나를 보며 묻는다.

"요새는 몸 괜찮아?"
"응. 그 증거로 너하고 마주보고 얘기해도 별 이상 없는거."
"맞아. 전에는 막 내 눈만 바라보면 입 틀어막고 화장실가고, 식은땀 흘리면서 기절하고 그랬었잖아."
"응. 그런데 하경이가 나타난 이후로, 너는 보면 괜찮아. 어쩌면.... 너도 나랑 같다는 걸 알고서, 내 마음이 풀어졌나봐."
"그래?"

선의의 물음에 나는 그 이유를 말해줬다.

"저번에 널 처음봤을때 나, 너 엄청 경계 했었잖아. 알지?"
"응. 아주 등을 똑바로 세운 고양이 같았지."
"그때 내 마음이, 너도 날 보면서 경멸하면 어쩌나.... 내 정체를 알고서 도망가거나 싫어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

그러자 선의가 내 목을 뒤에서 살짝 감싸 안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나도 너랑 같다는 걸 알고서 금방 마음이 풀어졌지?"
"응. 너도 나랑 마찬가진걸 알고나니.... 무섭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그래서도 공포증이 나은것 같아."
"다른 애들은? 다른애들을 볼때도 무섭다거나 두렵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어?"
"음.... 약간은. 그런데 전에처럼 심하게 울렁거린다거나 그런건 없어."

내 대답에 선의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마치 칭찬하듯이 말했다.

"다행이야.... 예주야."
"좀더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나아가겠지?"
"응. 그러니 좀더 노력하자. 예주야...."
"응."

그렇게 선의가 내 깊은 속까지 낫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추운 날이 다가왔다. 슬슬 겨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시기에 약간 안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란이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어머니 한테서 들은 얘기로는, 폐 기능이 많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아마 저번에 하경이가 발로 찬 곳에서 염증이 발생했겠지. 얘기 들어보니까 폐에 무슨 고름이 그렇게 가득찼는지 모르겠단다.
하지만 차마 이란이 어머니한테 하경이의 일을 말씀드릴수 없었다. 만약 그 일을 말하게 된다면 그 안타까운 애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냐면 사람 심리란게 너무나도 간사하기 때문에,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 자식이 누구 때문에 잘못됐다 그러면 그 상대가 잘못됐다 해도 복수심이 불타는건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간만에 이란이의 병실에 다녀가게 되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제일먼저 하경이가 이란이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경이가 나를 보며 약간은 슬픈 표정을 띠며 말했다.

"언니.... 이란이 언니가 많이 아파."
"응.... 나도 그 소식 듣고 왔어."
"이란이 언니 안 일어나면 어떡해."
"괜찮을거야, 이란이... 강한애라 일어날거야."

그렇게 달래며 나는 하경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방을 적당한 자리에 놓고 잠시 이란이가 누워있는 침대를 보았다. 이란이는 자고 있었다. 정말로 하경이의 말대로 저대로 안일어나면 어쩌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란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예주 왔어?"
"응. 너희 어머니 한테 얘기 들었어. 너 폐가 많이 안좋아졌다면서!"
"아아, 그 얘기. 난 괜찮은데.... 콜록콜록."
"야, 콜록대면서 괜찮다고 하는거야?"
"공기가 건조해서... 콜록콜록."
"야, 옆에 가습기도 틀어놨잖아....."

콜록대는 이란이를 보면서 몸이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우면서도 상당히 슬픈 상황이었다.
내가 대신 아파줄수도 없고, 어떻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의는?"
"오늘 학교에 일이 있대. 그녀석 다시 학생회장 자리에 복귀했잖아. 그래서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많으니까."
"하긴... 그럴만도 하지."

하경이가 사고 당하고 나서 학생회장 자리가 비자, 학교에서는 그 때문에도 우리를 다시 돌아오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선의가 학생회장으로 복귀하고, 그 동안에 못했던 일들을 하다보니 한가할 새가 없는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 혼자서 이란이를 만나러 온 것이고.

"저기 예주야."
"응?"
"공기가 안좋은것 같다. 잠시 바람좀 쐬러 나갈수 있을까?"

이란이가 뜬금없이 나보고 산책하자고 한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됐는데 어딜 나가겠다는 건지. 감기 더 걸리게.
그래서 나는 이란이 보고 뭐라 그랬다.

"야, 지금 날씨도 추운데...."
"담요로 감싸면 되지. 봐, 이렇게 목도리 까지 한거."
"야.... 그거!"

이란이가 한 목도리는 중학교 다닐때 내가 이란이한테 떠다 준 목도리였다. 이란이가 추위를 잘 타서 내가 손수 떠준 것이다. 그 당시... 이란이가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그걸 지금까지?

"너..... 그거...."
"야, 오해 하지마, 추워서 하는거니까. 게다가 엄마가 이것저것 막 집어 오시다 보니까 하는거고. 딱히 널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거 아니니까."

그러면서 왜 내 얼굴을 못보는 건지.... 그럴때의 이란이는 상당히 귀엽다.
간만에 옛생각이 나서 나는 잠시 피식 웃었다.
좋으면 좋다고 말 해도 되는데, 그걸 에둘러서 표현하고, 또 맘에도 없는 소리 하고있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데.

"그래. 가자, 나갔다 오자. 이란아."
"응...."
"하경아, 우리 잠시 나갔다 올테니까 병실 지키고 있을래?"
"응! 잘 지키고 있을께."
"그럼 다녀온다."

우리는 하경이를 놔두고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오게 되었다.
이란이의 몸이 많이 약해져서 휠체어를 쓰고 있는데, 내가 뒤에서 밀어주고, 이란이는 담요랑 목도리, 잠바 등등으로 꽁꽁 감싼 채로 나오게 되었다.

"완전 눈사람 다 됐다. 이란아."
"추위 안타려면 어쩔수 없어."
"응...."

그렇게 병원 테라스 까지 나가게 되었다. 햇살이 조금은 어둡게 비춘다. 슬슬 저녁이 될 모양이다.
그래도 맑은 공기를 마시니 이란이도 기분은 좋은가 보다.

"역시 바깥공기가 좋긴 좋다."
"그러게?"
"조금 쉬었다 갈까?"

이란이가 쉬었다 가자는 말에 나는 곁에 있는 벤치에다 휠체어를 세워놓았다. 그리고 이란이 옆에 앉게 되었다.

"내년이면 고3되네."
"응."

뜬금없이 이란이가 다음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도 수험생 이야기....
벌써부터 겁부터 주면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그 때 이란이의 다음 이야기에서 이란이가 얘기하려는게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학교에 못돌아 가게 될지도 몰라. 예주야."
".....!"
"저번부터도 얘기는 나왔어. 내 상태 많이 나쁘다고, 그래서 일찌감치 학교 관두고 병원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나 계속 버텼어. 물론 학교 졸업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게 따로 있었으니까."

그 말에 나는 이란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얘기가 나올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바로, 네 옆에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이란....아."
"뭐, 지금은.... 다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그러면서 그 녀석이 허공을 쳐다본다. 마치 세상 다 산사람 처럼....
나는 그게 아니라는 듯 이란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야, 너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얘기하잖아. 왜 그게 부질없는 이야기야! 응?"
"내 병.... 오래 갈거라는거, 그 때문에 언제 퇴원할지 모른다는 거. 그래도.... 학교 졸업은 시켜준다고 했었으니까. 그걸로 된거야. 병원에 특수 학교가 있다고 하니까, 거기서 고등학교 졸업은 마치려고...."

그 말에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란이가 바보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바보라고 말하기도 그랬으니까.
그 때, 이란이가 말 안듣는 손을 들어 올려 내 눈가를 닦아준다.

"괜찮아, 내가 아무리 약해도 끝까지 해내잖아? 나, 반드시 나을거야. 그래서.... 반드시 네 곁으로 돌아갈 거라고."
"너, 설마.... 네 몸때문에 나하고.... 헤어진거 아니야?"
"후~ 그렇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이란이의 뜬금없는 대답에 나는 멍하니 이란이 얼굴만 보게 되었다. 그때 이란이가 내게 말했다.

"원래는 내 몸상태가 그러니까, 널 더이상 좋아하기 그런거야. 솔직히.... 나 아직도 널 사랑해. 그런데 언젠가 내가 죽게 되면 너 혼자 남겨져서 내 생각하면서 우는게 싫어. 그 때문에도 내가 널 일부러 멀리한거야. 지금도 그러고 있고."
"너 만약 죽게 된다면 나 때문에 눈 어떻게 감으려고 그러냐. 응?"
"그러게 말이다...."

그러면서 또다시 한숨을 깊게 내쉰다.

"그리고, 하경이 때문에도 그래. 하경이 놔둘 수가 없게 되었어. 처음에는 하경이가 무척이나 미웠어. 그런데 나한테 까지도 미움 받으면 얘 정말로 갈데 없고, 정말로 죽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거기다.... 나도 무엇인가 할수 있다는 걸 하경이를 통해 알게 되었어. 그래서인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한거지. 하경이 데리고 노는게.... 그래서도 그래."
"그럼.... 혹시 하경이도 좋아하는거야?"
"모르겠어. 너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틀려. 뭐라 해야 하나.... 강아지? 고양이?"
"이런, 애완용이냐?"
"그런거지. 거기서도 조금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니까."

이란이는 그렇게 대답하며 킥킥 웃었다.
어떻게 보면 보상심리일까? 자기 자신도 뭔가를 할수 있다는 기분?
나에게서 계속 보살핌을 받다 보면 나 없인 아무것도 할수 없는 자신을 발견 했을테지. 하지만 하경이가 정신적으로 완전 어려지다 보니 이란이가 계속 보살피면서 자기 자신도 뭔가를 할수 있다는 성취감 같은걸 느꼈을테고. 그것이 이란이가 하경이에게 이끌리게 된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이 바로 연민이란 거겠지. 그리고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 할수도 있는거고.
이란이는 그게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예주야... 나 좀 졸리다. 여기서 한 5분만 자고 가면 안되냐?"
"야! 감기걸려."
"한 5분만...."
"에라 모르겠다. 너 감기 걸려도 난 몰라."

그리고 이란이는 옆 벤치에서 잠시 잠들게 되었다.
얘가 많이 아픈가, 얼굴이 완전 새하얘졌다.
예전에 나 아픈거 보고 이란이가 나 보면서 얼굴 새하얘졌다고 뭐라 했던게 떠오른다.

"이란아...."

창백한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어 준다. 약간은 따듯하지만 약간은 차갑다.
하얀 얼굴에 입술이 새빨간게 더 도드라져 보인다. 아프면 새파랗게 변하는데....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살짝 입술을 매만진다.
그리고....
잠에서 깨든 말든, 나는 그녀석 입술에.... 살짝 입술을 포개버린다.
다행히.... 녀석은 버둥거리지 않았다.


다음 시간에

작가 후기
뭔가 상당히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이의 슬픈 츤데레 짓이 가슴을 완전 후벼팝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란이의 애끓는 마음과 시시각각으로 나빠져 가는 이란이 상태에 대해서 적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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