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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왔던 죄를 마주할 시간

작성자JaeminPark|작성시간22.05.14|조회수466 목록 댓글 0

 <오모리>

 

1. 총평

 <오모리>,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된 게임이다. 2015년에 출시 예정이었으나 무려 5년이나 미뤄진 2020년에 출시됐다. 뭔가 지그문트 시리즈가 생각나는 제작 기간이다. 오래된 제작 기간만큼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도 굉장히 높다. 색채가 뚜렷한 그림체와 연출, 그리고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브금들까지. 개인적으로 'Three Bar Logos'라는 브금이 가장 맘에 들었다. 스토리도 처음에는 주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가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주었다. 이후의 후반부는 아래에 서술하겠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나는 불호쪽이다. 전투 시스템도 등장하는데 후반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투 시스탬이 조금 루즈하다고도 하던데 나는 플레이는 안해봐서 모르겠다. 

 

 

 2. 스토리 심층 리뷰

 

 전반부 - 반전을 위한 떡밥 뿌리기

 "하얀 공간에 어서와. 너는 아주 오랫동안 이 곳에서 지냈단다."

 

 주인공 써니(Sunny)는 누나 마리를 자살을 통해 잃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엄마는 며칠 후 갈 이사를 위해 집을 나가서 써니는 혼자 집에서 머무른다. 써니는 잠을 잘 때마다 자신이 누나 마리를 포함한 사람들과 행복했던 기억을 담아 만들어낸 하얀 공간이라는 상상 공간에 들어간다. 그곳에선 오모리란 이름으로 오브리, 켈, 히로와 함께 사라진 바질이란 친구를 찾는 여정을 가진다. 한편 써니가 자지 않을 땐, (즉 하얀 공간이 아닌 현실에선) 어떤 목소리에 이끌려 높은 곳, 거미,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다. 또한 곧 이사를 간단 말을 듣고 켈이 찾아온다. 그렇게 마리가 죽은지 4년 이후 켈, 오브리, 히로와 바질은 다시 만난다. 켈, 오브리, 바질은 약 17살이 되었고 히로는 대학생이었다. 가장 어린 써니는 이제 약 16살이 되었지만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탓에 4년전과 크게 성장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본격 등장인물들에게 정을 붙이게 되는 파트. 특히 하얀 공간 파트에선 주요 스토리와는 별로 연관성은 없지만 오모리, 오브리, 켈, 히로 네 명이 합동하여 전투하는 장면으로 네 명의 조합을 점점 좋아하게 된다. 하얀 공간 속 여러 세계들이 아주 개성이 넘치고 재밌는 브금들이 보통 여기 많이 나와서 이 부분은 너무 재밌게 봤다. 켈과 바질이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는데 알고보니 둘 다 남자였다. 켈은 몰라도 바질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인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다. 또 보통 잡몹들은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얘네들이 공격해서 잡몹들이 불쌍할 때도 있긴 했다. 어쨌든 나는 마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후반부 - 충격적인 사실

 "다 괜찮을 거야.", "넌 죽어야 해"

 

 이사 가기 전날 밤 써니는 하얀 공간으로 들어온다. 오모리가 아닌 써니의 모습으로. 그러곤 마리의 죽음의 진실을 되짚기 시작하는데, 알고보니 마리는 자살한게 아니었다. 마리와 써니가 하게 될 예정이었던 연주회 문제로 다투다 높은 계단 위에서 써니가 그만 마리를 밀어버렸고 마리는 계단에서 떨어져 써니의 바이올린 위로 떨어져 사망한 것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바질과 함께 써니는 마리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한 것이었다. 부모님은 이를 알았지만 엄마는 아들마저 잃을 수 없다며 써니의 죄를 덮었고 아빠는 기겁하며 엄마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써니는 밤 중에 깨어나고 자살을 시도하는 바질을 보고 막으려 한다. 이 때문에 써니는 바질에게 한쪽 눈을 찔리고 둘은 병원에 실려간다.(이 부분이 바질과 써니의 전투 장면으로 묘사되는데 연출이 정말 쩐다.) 써니는 또 다시 하얀 공간에 돌아오고 오모리를 마주하게 된다. "넌 마리를 죽였어. 마리는 널 정말 사랑했는데, 너는 마리를 죽였어. ...(중략)... 네가 정말 사랑했으면서, 너는 마리를 죽였어. 넌 죽어야 해." 

 여기서 오모리에게 굴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굴복하지 않는다면 하얀 공간에서 오모리가 사라지고 써니만 남는다. 그러곤 친구들에게 자신의 죄를 이실직고하는 것, 굿엔딩으로 끝이 난다. 만약 굴복한다면 반대로 써니가 사라지고 오모리가 남는다. 이 엔딩에선 병원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자살하는 것, 배드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 베드엔딩의 연출이 진짜 미쳤던게 하얀 공간이 순식간에 병원 옥상으로 변하는 연출과 옥상에서 낙하하는 연출과 흘러나오는 'My Time'이라는 흥겨운 노래의 분위기를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솔직히 굿엔딩은 열린 결말이라 그냥 찝찝했는데 배드엔딩은 보자마자 소름이 쫙 돋는 엔딩이었다.

 

 이렇게 <오모리>의 엔딩까지 보게 되자 엔딩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다른 리뷰를 보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에 대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던데 나는 써니가 그냥 자기합리화를 하는 듯한 느낌만 받았다. 무엇보다 써니에 대해 무서움이 느껴졌다. 오모리가 전투에서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나 써니가 오브리를 칼로 찔러 버린거에서 약간 싸함을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와 비슷한 리뷰도 있어서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말해보겠다.

 일단 자살로 위장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부터 써니에 대한 몰입이 깨져버렸다. 자신이 실수로 누나를 살해했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이해가 되나 그래서 자살로 위장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은 오모리와 써니의 태도이다. 오모리는 하얀 공간에서의 써니였으며 자신이 저지른 죄가 있기 전 행복한 시절 속의 자아였다. 또한 바질을 계속해서 죽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누나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거에 대한 책임을 바질에게 다 떠넘기려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오모리는 현실 도피와 자기합리화의 자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판에선 '넌 죽어야 해'를 제외하면 맞는 말들을 하며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오모리는 오히려 자기혐오의 자아이다. 자기혐오든 자기합리화는 다 옳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인 건 아니다. 그냥 그런 부정적인 게 다 모인 자아를 오모리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써니의 행동이 너무 이해가 되지 않게 된다.

 써니가 오모리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마리와 친구들이 자신에게 했던 격려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격려는 써니가 숨기고 있는 죄를 몰랐을 때 한 것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진짜 격려가 될 수 있을까? 써니는 마리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친구들이 자신을 용서해줄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굿엔딩을 보면 쿠키 영상에 써니와 바질이 서로를 보며 웃고 죄책감이 사라지는 듯한 연출이 등장하기에 적어도 이 게임에선 친구들이 용서를 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친구들이 써니를 용서해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히로는 마리의 남자친구였다. 그렇기에 마리가 자살로 죽었다는 것에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워했다. 마리의 죽음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임의 묘사가 자세히 되어있진 않지만 살짝살짝 언급되는걸 봤을 때 자신이 마리의 자살의 원인을 모르는 것에 대하며 엄청난 죄책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마리가 자살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면? 히로는 어떻게 할까?

 오브리는 대화를 통해 유추했을 때 외로움에 민감해 보인다. 언젠가 '아무도 내 곁에 없었는데 너희들이 나타났다. 너희들 같은 친구가 없다'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 이를 통해 친구들이 나를 떠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리의 죽음 이후 친구들이 각자 슬퍼서 흩어졌을 때 삐뚤어져 바질을 오해하고 괴롭혔다. 지금은 오해라는 것을 알았지만 만약 바질이 자살 위장을 하자고 써니에게 얘기했다는 것을 안다면 오브리는 어떻게 할까?

 켈은 착하지만 눈치가 좀 없고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오브리가 삐딱해졌을 때도 오브리의 사연을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비난했다. 이런 켈이 써니의 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오모리>의 스토리는 나에게 <12분>이라는 게임과 <벌레 이야기>라는 책을 떠올리게 했다. <12분>은 최대한 스포를 피해 말하자면 한 남자가 소중한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스스로 자신을 12분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가둬버린 이야기다. <벌레 이야기>는 내가 로고스 서원에 처음 글을 썼던 책이기도 한데(사실 어린왕자지만 어린왕자는 다른 데 썼던 글을 올린거니까 제외하자) 주인공이 자신의 자녀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려 했지만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이미 신께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주인공이 자살하는 내용이다.

 <오모리>의 써니는 <12분>의 남자와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다. 소중한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을 어딘가에 가두는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둘의 행동은 엄연히 다르다. 일단 <12분>의 남자는 써니 같이 자살 위장을 하진 않았다. 결정적으로 <12분>에도 <오모리>의 굿엔딩 같이 진실을 말하는 엔딩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12분>에서는 남자 혼자 남아서 살아간다. <오모리>와 같이 용서를 받지 못한다. 나는 솔직히 이게 맞다고 생각이 든다. 진짜 마리와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스스로 '그들은 아직 나를 사랑하고 나를 용서해줄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벌레 이야기>의 범인과 다를바 없다. 써니는 어쩌면 오히려 친구들이 악한 자신에게서 떠나가길 바라야 했을지도 모른다. <12분>의 남자처럼 혼자가 될 각오가 되야 하고 진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순간은 혼자 남았을 때 무엇을 하는가가 아닐까?

 

 

 엔딩 이후 -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나의 제안

 "너희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엔딩을 보고 시간이 지나 좀 맘이 진정되자 다시 써니에게 조금은 이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써니도 계속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거 아닐까? 누나를 죽이고 자살 위장까지 했지만 친구 바질은 '써니가 아닌 뒤에 그림자'가 한 짓이라며 '너는 다 괜찮을거야'라고 하고 엄마도 죄를 덮기만 했다. 써니는 자신의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용서도 받지 못했다. 마리는 이미 죽었고 다른 친구들은 슬픔에 시달리느라 흩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얀 공간에 들어간거고 4년만에 친구들을 만나자 죄책감이 되살아났고 공포를 이겨내고 드디어 용서를 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써니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면 친구들이 써니를 용서한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은 왜, 어떻게 써니를 용서했을까?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써니와 바질이 위장을 해도 그게 자살만 아니었다면 이해가 좀 쉬웠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마리가 혼자 실수로 계단에서 넘어진거로 위장했을 수도 있을거다. 근데 굳이 자살로 위장해서 다른 친구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친구들이 용서한 거가 이해가 되지 않게 되버렸다. 그냥 사고사로 위장한거 정도였다면 내가 써니 친구라면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은......

 아니면 친구들의 감정 표현이 좀 더 들어갔다면 납득했을 수도 있다.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하게 된 계기 같은게 잘 묘사됐다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확실히 써니의 감정의 집중하다보니 써니가 진실을 말하는 것에서 엔딩이 나고 친구들의 반응에 대해서 많이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 그것도 아니라면 써니가 천천히 말을 꺼내는 방법도 있다. 써니가 게임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을 잘 돕고 과묵하지만 친절한 캐릭터다. 오랫동안에 히키코모리 생활과 4년 만에 만난 친구기는 하지만 써니의 친구들은 써니를 어느정도 믿었을 것이다. 근데 갑자기 한순간에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면 오히려 엄청난 배신감을 줄 것이다. 천천히 좀더 써니와 친구들이 더 깊은 이야기를 많이 가진 후에 진실을 얘기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 친구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것이다.

 애초에 써니와 친구들이 친한 사이긴 하지만 깊은 관계인가에 대해도 의문이 있다. 애초에 어릴 때 만난 얘들이라 죄책감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인가를 확신하기 어렵다. 어쨌든 나였으면 한번에 보다는 천천히 진실을 밝힐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나같은 사람과 너같은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으니 제발 나를 떠나라'고 얘기하지만 친구는 '그래도 난 널 사랑해' 식으로 조금 클리셰적인 느낌은 있지만 사실 이런식으로 전개되었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써니의 엄마가 저지른 일을 보면 영화 <서치>가 생각난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엄마.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이제 써니가 죄를 밝혔으니 굿엔딩 이후 써니와 바질, 써니의 엄마는 감옥을 갔겠지? 평범한 위장도 아니고 자살 위장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자살 위장 정도에 큰 죄를 저지를 정도면 죄책감이 없어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조커처럼 점점 미쳐가서 써니가 빌런이 되는 스토리여도 재밌을것 같다.

 

 

 3. 마무리

 그래서 결론적으로 <오모리>가 갓겜이냐 망겜이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브금과 연출,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너무나 좋았지만 엔딩의 그 찝찝함은 너무나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오모리>는 내가 이만큼 긴 장편의 글을 쓸 정도로 몰입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모리>를 생각할 거리를 주는 방면에서 갓겜이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오모리>는 갓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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