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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운수좋은 날을 겪다

작성자박은서|작성시간16.12.10|조회수126 목록 댓글 2

2016 / 12 / 09

운수 좋은 날을 겪다

박은서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해.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

 

이 소설을 모를지라도, 위의 대사를 아는 사람은 많다. 아마 이 대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상적인 만큼, 이 장면은 소설 중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의 아내가 죽은 것은, 이 소설이 비극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가장 처음 접한 것은 작년이었다. 국어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난다. 수행평가 때문에 감상문도 써 봤다. 그리고 오늘, 다시 이 책을 읽었다. 단편이라 그런지 엄청난 속도로 읽었다. 한번 읽어 봤던 것도 한 몫 했다.

 

소설을 읽고, 주인공에 대해 생각했다. 김첨지는 가난한 가정의 가장이다. 인력거꾼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이동시키는 직업이다. 손님에게 굽신 거린다. 하지만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강한 남편일 뿐이다. 아픈 아내를 두고, 서슴지 않고 욕을 내뱉는다. 뺨을 때린다. 그럼에도 아내를 생각하는, 설렁탕을 사다주는 이중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이다.

 

나는 그런 김첨지를 느낀다. 가난한 집. 우울한 분위기. 세 살배기 아기. 누워있는 아내. 아픈 아내. 설렁탕을 사달라고 조른다. 나가지 말라고 한다. 뿌리치고 나온다. 하늘에서는 진눈깨비가 추적인다. 굽신거리며 일을 한다. 왠지 돈을 많이 벌어서 한잔 한다. 한쪽 눈은 웃고, 한쪽 눈은 운다. 갑자기 아내가 생각난다. 설렁탕을 사 집으로 간다. 조용하다.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아내의 눈은 천장만을 바라본다. 왜 이 눈깔. 왜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니.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비참하다.

 

한마디로 충분하다. 비참하다.

 

교과서에 나온 말을 인용하자면, ‘일제 강점기하 가난한 하층민의 삶을 보여준다. 정말로 잘 보여준다.

 

왜 하필 오늘 돈이 잘 벌린 걸까. 왜 하필 오늘 사람을 많이 태웠을까. 왜 하필 오늘 한잔 했을까. 왜 하필 오늘 죽은 걸까. 도대체 왜. 왜 하필 오늘.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그 생각의 끝은 자신에 대한 원망이다. 비난이다. 후회다. 그래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욕해도, 아무리 울어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다. 님은 이미 그 강을 건너버렸다.

 

원수 같은 돈. 이 돈이 문제다. 이 원수. 이 나쁜 놈. 왜 오늘 많이 벌린 거지. 필요 할 때는 없더니만. 만약 어제 오늘같이 돈이 많이 벌렸다면, 밥을 사줄 수 있었을 텐데. 만약 오늘 많이 벌리지 않았으면 집에 빨리 갔었을 텐데. 만약 돈이 많았다면, 이렇게 먼저 보내지 않았을 텐데. 만약, 만약...

 

참 운수 좋은 날이다. 이렇게 운수가 좋을 수 없다. 미치도록, 욕 나오도록, 운수가 좋다. 추적추적 진눈깨비가 내 머리 위에 쌓인다. 후회와 슬픔의 진눈깨비가 내 머리 위에 쌓인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비극을 제대로 부각시킨다. 나는 이 비극을 주인공이 되서 겪어 보았다. 그 운수좋은 날을 겪어 보았다. 소설이 느껴지고, 새로워진다. 이렇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읽는 방법은 좋은 것 같다. 아마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야 하는 이 소설. 그때 나처럼 김첨지가 돼서 이 비극을, 운수 좋은 날을 겪어 보는 것이 어떨까.

 

첨부파일 운수좋은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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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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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기현 | 작성시간 16.12.10 이야기적 동일시(narrative identification)이라고 하지. 이야기의 인물과 나를 동일시 해서 읽는 거지. 아, 좋다!!
  • 답댓글 작성자박은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12.10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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