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싫다
박도하
나는 살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을 별로 재미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살아야 할 마땅한 이유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죽기는 싫지만 살기도 싫다. 정말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이 세상 어떤 철학자의 명언보다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좀 극단적인 사람들 중에는 의문을 던지는 이도 있다.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말 안 되는 말이 어디 있냐고, 살기 싫으면 그냥 자살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엔 두려운 것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다. 죽음을 시도하기 위해 육체적인 아픔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죽음 뒤의 세계에 지옥이 있을 지 누가 알까?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나는 생명체로 태어났고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삶에 아무 목적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삶을 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인간들 중 가장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모델은 “삶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을 원하고, 죽음을 원하지 않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듣기로는 나같이 이상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게 문제지.
하여튼 나는 지금 그런 상태다. 살기 싫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되뇐다. 하지만 그런데 비해 입 밖으로 이 말을 되뇌는 일은 뭐랄까, 시도하기 싫은 일이다. 세상에서 소위 말하는 ‘인간소외’현상이 시작된 뒤로 나와 같이 질문하는 이도 많았고, 또 그만큼 적당히 도출된 답안도 많기 때문이다. 답안들이 쓸모 있는 것들이라야 좋은 거지, 어쭙잖은 수준의 대답들은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그것들 중 기억나는 한 가지로 ‘수긍하라’라는 답이 있겠다. 굉장히 불교적인 느낌인데 보통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람쥐가 산을 떠도는 것도,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그런 데로 살아 진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답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가 있을 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멍청한 대답으로 느껴진다. ‘1+1이 뭐에요?’하고 물었는데 ‘1+1은 1+1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지우고 받아들여라’ 뭐 이딴 식으로 말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 상황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말이다.
이 외에는 당장 기억나는 예시는 없다. 다만 보통은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지으려고 한다는 건 기억난다. 사는 게 힘들어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준다. 진지하게 ‘살아 있는 것보단 자살하는 것이 너에게 나을 것 같다.’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자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승에는 없으니 그런 일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도 없을 테지만. 아, 그래서 다자이오사무(혹은 요조)같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웬만하면 희망적인 대답을 듣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산된 정답에는 별로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난 스스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대해 보고 이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도 했을 심리상담사를 만나보고 싶은데, 한편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도 이런 점이다. 어차피 그들도 돈을 받고 일하며 그들이 가진 노하우로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킬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진심으로 가지고 나와 대화해 줄 수도 있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 내가 상담을 받으러 가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준 다음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세요’비슷한 말을 해줄 것 같다. 그나마라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도 내가 사고하는 경향이 특이한 것을 알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알아듣지도 못하고 정말 미친놈으로 취급할 까봐서 무서운 것도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꼭 내가 심각한 우울증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만한 평범한 정도의 우울감은 있지만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만큼 내가 대단한 위인은 아니다. 고민이 많은 내 성격이 문제이지 싶다.
그런데 그게 또 하나의 짜증나는 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우울한 것에 마저 순위를 매기고, 우울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자격증을 발급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한다. ‘어지간히 힘든 삶을 산 것도 아니면서 컨셉을 잡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그런 반응들도 본인이 힘들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소리침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화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위의 다섯 문단은 함부로 우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되겠다. 결국 혼자 고민하고 앓는 것이 정답인 듯 하다. 물론 가능하다면 함께 고민할 친구가 있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나만큼 깊게 삶의 이유를 고민하는 또래는 본 적 없다. 망할 유교사회가 이 마저 잘난 척으로 받아 들일 까봐 문장을 지워야 하나 고민하게 했지만 그러지 않겠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철학이고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인간은 없다. 언젠가 신이 나타나 알려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만 아직 그런 기미는 못 느끼겠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미약하디 미약한 내 정신세계를 연명하고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는 희망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네이버 지식인에 적당히 쓰여져 있는 위로의 말보다 더 그럴 듯 하고 더 믿을 만한 근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철학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사조들은 곧 그 시대 사람들에게 삶의 명분을 주었다. 기독교의 만인 평등 사상이 중세 봉건시대 때 하층민들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처럼.
대충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 글은 선교사님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에세이를 쓰되 “각자가 배워야 할 철학은 무엇이고,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이라는 과제를 받고 쓴 것인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별로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서. 하지만 글을 처음부터 새로 쓸 의욕은 없으니 그냥 과제로 제출하려고 한다. 최소한 솔직하게는 썼으니까 나쁘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박도하
나는 살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을 별로 재미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살아야 할 마땅한 이유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죽기는 싫지만 살기도 싫다. 정말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이 세상 어떤 철학자의 명언보다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좀 극단적인 사람들 중에는 의문을 던지는 이도 있다.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말 안 되는 말이 어디 있냐고, 살기 싫으면 그냥 자살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엔 두려운 것도 많고 억울한 것도 많다. 죽음을 시도하기 위해 육체적인 아픔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죽음 뒤의 세계에 지옥이 있을 지 누가 알까?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나는 생명체로 태어났고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삶에 아무 목적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삶을 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인간들 중 가장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모델은 “삶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을 원하고, 죽음을 원하지 않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듣기로는 나같이 이상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게 문제지.
하여튼 나는 지금 그런 상태다. 살기 싫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되뇐다. 하지만 그런데 비해 입 밖으로 이 말을 되뇌는 일은 뭐랄까, 시도하기 싫은 일이다. 세상에서 소위 말하는 ‘인간소외’현상이 시작된 뒤로 나와 같이 질문하는 이도 많았고, 또 그만큼 적당히 도출된 답안도 많기 때문이다. 답안들이 쓸모 있는 것들이라야 좋은 거지, 어쭙잖은 수준의 대답들은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그것들 중 기억나는 한 가지로 ‘수긍하라’라는 답이 있겠다. 굉장히 불교적인 느낌인데 보통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람쥐가 산을 떠도는 것도,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열심히 살다 보면 그런 데로 살아 진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답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가 있을 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멍청한 대답으로 느껴진다. ‘1+1이 뭐에요?’하고 물었는데 ‘1+1은 1+1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지우고 받아들여라’ 뭐 이딴 식으로 말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나? 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 상황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말이다.
이 외에는 당장 기억나는 예시는 없다. 다만 보통은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지으려고 한다는 건 기억난다. 사는 게 힘들어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준다. 진지하게 ‘살아 있는 것보단 자살하는 것이 너에게 나을 것 같다.’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자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승에는 없으니 그런 일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도 없을 테지만. 아, 그래서 다자이오사무(혹은 요조)같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웬만하면 희망적인 대답을 듣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산된 정답에는 별로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난 스스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대해 보고 이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도 했을 심리상담사를 만나보고 싶은데, 한편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도 이런 점이다. 어차피 그들도 돈을 받고 일하며 그들이 가진 노하우로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킬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진심으로 가지고 나와 대화해 줄 수도 있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 내가 상담을 받으러 가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준 다음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세요’비슷한 말을 해줄 것 같다. 그나마라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도 내가 사고하는 경향이 특이한 것을 알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알아듣지도 못하고 정말 미친놈으로 취급할 까봐서 무서운 것도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꼭 내가 심각한 우울증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만한 평범한 정도의 우울감은 있지만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만큼 내가 대단한 위인은 아니다. 고민이 많은 내 성격이 문제이지 싶다.
그런데 그게 또 하나의 짜증나는 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우울한 것에 마저 순위를 매기고, 우울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자격증을 발급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한다. ‘어지간히 힘든 삶을 산 것도 아니면서 컨셉을 잡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그런 반응들도 본인이 힘들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소리침이라고 생각하면 마냥 화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위의 다섯 문단은 함부로 우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되겠다. 결국 혼자 고민하고 앓는 것이 정답인 듯 하다. 물론 가능하다면 함께 고민할 친구가 있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나만큼 깊게 삶의 이유를 고민하는 또래는 본 적 없다. 망할 유교사회가 이 마저 잘난 척으로 받아 들일 까봐 문장을 지워야 하나 고민하게 했지만 그러지 않겠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철학이고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인간은 없다. 언젠가 신이 나타나 알려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만 아직 그런 기미는 못 느끼겠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미약하디 미약한 내 정신세계를 연명하고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는 희망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네이버 지식인에 적당히 쓰여져 있는 위로의 말보다 더 그럴 듯 하고 더 믿을 만한 근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철학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사조들은 곧 그 시대 사람들에게 삶의 명분을 주었다. 기독교의 만인 평등 사상이 중세 봉건시대 때 하층민들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처럼.
대충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 글은 선교사님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에세이를 쓰되 “각자가 배워야 할 철학은 무엇이고,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이라는 과제를 받고 쓴 것인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별로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서. 하지만 글을 처음부터 새로 쓸 의욕은 없으니 그냥 과제로 제출하려고 한다. 최소한 솔직하게는 썼으니까 나쁘지 않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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