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에게
이제는 ‘서효주’라는 이름 석자 보다는 ‘희원이 엄마’로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해졌네요. 8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결혼한 지 말이지요. 헤아려 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에게 엄청 많은 일들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새삼스럽게 편지를 쓰면서 우리가 결혼할 때에 서로에게 다짐했던 글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책임감으로 아닌 오직 자원함과 참 기쁨으로 당신을 사랑하겠다던 다짐, 당신이 존경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존경할 수 있는 인품을 겸비하겠다던 약속, 쉬운 길, 달콤한 길은 아니지만 함께 그 길을 걸어간다면 행복하고 복된 길이 될 것이라고 함께 걸어가자고 요청했던 말들...... 지금 돌이켜 보니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맘 금할 길이 없네요.
육아에 지쳐가고 몸은 병들어 있는데 나는 집에 들어가 도무지 도와 주지 않는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며 당신을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당신이 나를 존경할 만한 인품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나의 어떤 구석을 봐도 도무지 ‘인품’이라 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이니 또한 너무 미안하네요. 수고롭고 힘든 길이기만 하지 행복하고 복된 길은 아닌 것 같은 사역자의 길에 괜히 당신을 끌어 들인 것 같아서 또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요즘 당신에게 미안한 것은 내가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것입니다.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뭔가 초점을 맞춰서 달려가야 하는데 표류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부산 교회에서 갑자기 사역을 그만 둬야 했고 급기야 낯선 인천이라는 곳 까지 올라올 때에는 뭔가 분명한 목표가 있는 듯 했고,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내 마누라 ‘서효주 씨’,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지금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결혼 전에 연애하던 마음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냥 푸념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진짜 방향을 다시 잡고 달려가야 할 것을 이 편지를 통해서 다짐해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여보!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당신이 늘 그렇게 해 왔듯 걱정이 아닌 기도로 나와 가족을 위해 묵묵히 함께해 준다면 반드시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껍니다.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함께 잘 해쳐 나갑시다. 그리고 잘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당신 잘 도울께요.
사랑합니다. 이 말 속에 내 맘 다 담을 수 없지만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좀 있다 봐요.
당신의 남편, 기형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