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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오전반

1학기 6주차 첫 날 밤

작성자송문정|작성시간22.01.24|조회수50 목록 댓글 2

6주차 첫 날 밤

(원망과 후회)

 

첫 날 밤. 회칠한 차가운 시멘트 벽면이 보인다. 냉기가 도는 방 한 쪽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날 것 그대로의 침대에 누워있다. 처연한 마음이 구석구석 무지근해지는 밤이다. 깊은 한숨과 동시에 소리 없는 물이 오른쪽 눈가에서 눈 안쪽을 지나 왼쪽 눈에 머물렀다가 아래로 하염없이 흐른다. 뚝.뚝.뚝.

 

어떡하지? 어떡하지? 뭔가 잘못되었다. 큰일 났다. 이게 뭐지? 현실의 눈을 떴을 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형태만 있는 집, 방 두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각각 방에는 사람의 온기 없는 침대만이 존재하고, 소파도 TV도 없는 거실은 창고를 연상시키듯, 컨테이너에 실릴만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살고 있지? 그녀는 어떻게 살아온 거지?

 

감옥에 스스로 갇힌 사람이 있던가? 점프를 해서 달려온 인생인줄 알았는데 후퇴라니 나를 죽이고 싶다. 내 선택을 내 결정을 사형 시키고 싶다. 엄마 없는 인생이 제일 불쌍한 인생인 줄 알았는데 엄마 있는 인생이 더 비참한 인생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밤에 깨닫는다.

 

그 결정은 무기징역이다. 언제까지 숱한 밤을 지새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붉게 빛나는 석양이 질 무렵은 여지없이 독방신세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의 방은 브엘라해로이에 도착하기 전 광야를 짐승처럼 기어가는 억울한 하갈 같다.

 

생각도 없이 무작정 행동하는 나는 인생몽둥이로 맞아도 싸다. 아빠에게 나는 후레자식이 따로 없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 나를 두고 한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말로 누가 모험과 도전을 하라고 했던가? 생각 없는 행동의 결과는 한 맺힌 마음에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전담후고(前擔後顧-닥친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난 뒤에 이것저것 따져 보다)한 삶은 고생이 따논 당상이다.

 

나는 속았다. 철저히 속았다. 도대체 나를 속여 그녀가 얻으려는 게 무엇인가? 그녀는 나에게 사기꾼이다. 유괴범이다. 온갖 사탕발림에 나는 속았다. ‘엄마’라는 호칭은 사기당하기 딱 좋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 존재 자체가 무장해제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속은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속은 죄로 무기징역, 사형선고는 억울하다.’ 오히려 그녀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세상 불공평하다. 그러기에 내가 이런 고난을 받는 거겠지. 한탄도 신음도 속은 자에게는 너그럽지 않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목숨을 건질 수는 있으나 호랑이에게 물린 자국과 상처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오랜 기억의 흉터로 자리 잡는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모른 척 살아갔다면 소박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꿈꾸고 있었을 텐데, 물욕의 심연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지렁이 같은 이 길을 걸어오지 않았을 텐데.

나는 우격다짐으로 퉁퉁 부은 눈을 굴복 시킨다. 복잡한 머리와 착종(이것저것이 뒤섞여 엉클어짐)된 나의 과거의 기억들을 내둘러 잠을 청한다. 이게 꿈이었다면…… 그 첫 날 밤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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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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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선영 | 작성시간 22.01.24 너무 잘 쓰셨어요. 세밀한 묘사가 상황을 상상시키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네요. 말씀하신대로 학습능력이 뛰어나신 듯!!
  • 작성자이상준 | 작성시간 22.01.24 글쓰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열정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느낀건데 목소리가 아주 좋으세요. 귀한 나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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