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쓴다.
박미라의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를 읽고
금융치료라는 말이 있다. “돈으로 감정이나 마음을 치료한다”는 뜻인데, 지금 MZ세대들에게 있어 가장 실용적인 보상은 ‘돈’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쉽게 말해, 요즘은 회식, 격려, 배려 다 필요 없고 돈만 주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한 기업의 CEO는 MZ 세대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오직 금융치료, 즉 확실한 금전적 보상으로 격려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꿈의 직장이라고 자부했다. 이 기업은 얼마전 예능 프로에도 등장하여 이러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회사를 위해 헌신한 MZ 세대 직원들을 모아놓고 교장 선생 같은 훈화를 하지 않았다. 현금다발만을 안겨주었는데, 그 효과는 가히 어마어마했다. 그곳은치유와 단합의 현장이었다. 합리적이고 냉소적인 어린 친구들이 회사를 향해 충성을 다짐했다.
금융치료의 현장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 역시, 불평과 짜증이 있다가도 누가 얼마라도 쥐여주면 마음이 말끔히 풀리는 속물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것은 명언 중의명언이다. 이렇게 공감을 했다가도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상처투성인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돈으로만 치료하는 모습을 보니 그랬다. 돈은 물질이다. 인간은 물적인 존재이기에 돈이 필요하고 돈에 반응한다. 그런데말이다. 우리는 영혼과 마음을 지닌 고차원의 존재가 아닌가.
박미라의 <상처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는 사람이 몸적인 존재일 뿐 아니라 마음을 지닌, 내면의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그래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치유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글쓰기'다. 글을 쓰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발설하며 산적해있던 상처를 하나씩 해결하도록 권유한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을 한다.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에게는 글쓰기가 필수이고, 심리적 치료, 사회적 관계를 발전, 감정 통제, 더 나아가 육신의 질병에 변화까지 미친다고 말한다.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늘 부담이었다. 때로는 특정 몇 사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사람을 글쓰기 세계로 안내를 한다. 그리고 글을 써야 할 빼박 명분을 제시한다. "사는게 아프지 않니? 그럼 써야되" 이 논리에 설득 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랴. 삶이 있다면 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잘하지 못할 거면, 대충할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K-훈수와는 달리, 작은 긁적거림도 쓸모가 있는 글, 심지어 "생명력"있는 글이라는저자의 말은 용기를 북돋아 준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핵심은 '발설'이다. 거센 세월에 인생은 흘러 떠나간 것 같지만, 인생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 한켠에 쌓여져 있다. 그것을 모른척 방치하면 악성종양처럼 영혼을 갉아 먹기도 한다. 내 안에 쌓여 있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발설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발설하는 것만으로도치유를 얻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강함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고도 말한다. 말함으로써 치유가 일어나지만, 치유가 되어 강해졌기에 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기 있게 물고 늘어지며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희망'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열었어야 했듯이.
피아노를 배운 적 있다. 또래에 비해 꽤나 열심히 했고, 나름 잘했다. 내가 피아노를 좋아했던 이유는, 나의내면 언어를 표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멜로디와 리듬이라는 암호와 같은 포장이 있어 자유로웠다.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나만의 대나무숲, 나만의 발설 시간이었다. 여러 고민과 갈등이 있던 나에게 가장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그 피아노의 자리에 글쓰기가 찾아왔다. 글쓰기는 나로하여금 발설하게 했고,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하듯 내면의 정리정돈을 도와주었다. 그래서 발설로 건강한 내면을 갖게 하였고, 그 건강함과강함을 내 스스로가 발견하도록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시작하며 얻은 효과가 개념적으로 정리되었고, 내가 갖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신념과 목표가 더욱 확고해 졌다.
또한 저자는, 지금 당장 글쓰기를 하도록, 편안하게 글쓰기에다가서도록 다독여준다.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써라” “가슴으로 써라” “상대에게 말 걸 듯이 써라” “솔직하게 써라”와 같은 저자의 가르침은, 누구나 당장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준다. 글을 잘쓰는 비결에목메던 나에게도 광명을 허락해 주었다.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장애는 자신이다. 글을 못쓰는 존재라 비하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뛰어넘어 숨을 쉬듯 글쓰기에 편하게 다가간다면 누구나 치유의 기쁨을 얻을 것이다.
나는 아팠고, 지금도 아프고, 앞으로도 아플 것이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 발설해야 한다. 저자가 책에서말했듯, "안개 속에 가려진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며,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을 만나"고 싶다. 나라는자아를 방구석에 홀로 웅크린 채 두고 싶지 않다. 불편하더라도 함께 나와 볕도 쪼이고, 도란도란 얘기도하고, 보듬어 주고 싶다. 그래서 아프지 않고 치유 받으며 살고 싶다. 욕심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가 담긴 글에공감을 얻으며 함께 치유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