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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오전반

2달, 10kg 다이어트 성공기 (절대!! 광고 아님)

작성자jinheelee|작성시간21.06.07|조회수569 목록 댓글 0

1.

웃기 시작했다. "너무 날카롭다", "눈매가 무섭다"라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였다. PK의 숙명인 '착한 아이 컴플렉스' 때문인지 그 소리가 그렇게 싫었다.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웃었고, 당시 유행하던 성시경의 "미소천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는데... 웬걸, 이제는 너무 둥글둥글하다. 아이들이 내 배를 보고 놀리기 시작한다. 옷 사이즈는 끝도 없이 올라가고, 이러다 진짜 100kg를 찍는 것은 아닐찌, 헛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건강이 문제였다. 외양이야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있으니 둥글둥글이 뾰족뾰족보다는 낫겠지만, 90kg를 가뿐히 넘긴 나의 살들이 허리를 누르고 다리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활동이 줄어든 요즘, 폭발적으로 불어난 살 때문에 몸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뇨의 전조증상도 있었다. 우연히 친구의 집에서 측정한 혈압과 몸무게는 건강 불감증에 걸려 있던 나를 깨우는 날카로운 경종이 되었다.

 

2.

그리하여 2021년 2월 15일, 아내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방법은 최근 처남이 성공을 거둔 '저탄고지.' 사실 내 삶에서 다이어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대학 이후 몸무게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그 오름을 잡으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운동도 했었고, 식이 요법으로 XX라이프의 단백질 쉐이크나 곤약 등을 먹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매번 한 달을 넘기기 어려웠다.

 

이번은 달랐다. '저탄고지'를 시작하고 매주 1kg씩 빠지더니,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10kg 을 감량한 것이다. 6월 6일, 현재도 11kg 감량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두 주간 있었던 학교 세미나로 한 달을 꼬박 책상 앞에서 지냈음을 감안할 때,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숨겨지지 않던 배가 사라졌고, 눈에 띄게 건강도 좋아졌다. 꼭 새사람이 된듯하다. 그렇다면 이번 다이어트는 이전과 무엇이 달랐을까. 해석하고자 하는 직업병이 도진다.

 

3.

첫 번째 차이는 '시스템화'이다. 저탄고지의 핵심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아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밥그릇이 아니라 7:2:1의 비율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하루 평군 1900-2000cal 만큼 섭취한다. 필요한 영양소를,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이다. 이 과정이 어렵지도 않다. 작은 음식용 저울과 앱(fat secret)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그 값을 얻을 수 있다. 또 아침 저녁으로 몸무게를 재고 그 수치를 기록했다. 먹는 양과 몸 무게 수치를 기록하다 보니 성취감도 있고 무엇보다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차이는 아내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다이어트는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시작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내가 적극적으로 나를 도왔다. 내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아내가 더 주도적으로 식단을 결정하고, 정보를 찾고, 도움이 되는 이것저것을 나에게 실험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고, 나의 모든 수고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성공도 우리의 것이 되니 그 기쁨도 두 배였다.

 

4.

먹는 즐거움의 부재는 고통이었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화려한 음식 앞에서 식욕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였고, 줄어든 음식의 양 덕분에 느끼는 생소한 공복감이 나를 괴롭혔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더 이상 주일 예배 후 라면과 짜파게티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겐 연인과의 이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그 끝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한다.

 

거울 앞에서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10년 전에 입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며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시선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아내와 공유하는 즐거운 추억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감사하다. 설교에 예화 거리도 하나 늘었다. '저탄고지'는 개인의 건강을 고려해야 하기에 모두에게 권하진 않지만, 얼굴에 찌푸림이 가득한 요즘, 그저 웅크리고 있지 말고 웃음 찾을 수 있는 작은 도전하나 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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