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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 지역정당도 참여해야 이 종 수

작성자lemalogos|작성시간26.06.23|조회수1 목록 댓글 0

지방선거에 지역정당도 참여해야

이 종 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지방선거가 치러졌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부정선거의 증좌라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가운데 개표소 봉쇄 시위가 아직도 계속 중이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크나큰 불편을 끼친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뒤늦게라도 투표용지가 손에 쥐어질 수 지방선거에 지역정당도 참여해야

이 종 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지방선거가 치러졌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부정선거의 증좌라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가운데 개표소 봉쇄 시위가 아직도 계속 중이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크나큰 불편을 끼친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뒤늦게라도 투표용지가 손에 쥐어질 수 있었던 반면에,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아예 투표할 기회, 즉 주민대표를 내 손으로 뽑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즉 무투표 당선자의 문제가 그러하다.

경쟁도 검증도 없는 ‘무투표 당선’ 늘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려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그동안은 특정 정당의 강세 현상이 심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수도권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예컨대 전북도의회는 지역구 의석 38석 가운데 25석이, 수도권인 광명시에서도 시의원 12명 가운데 5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20년 전의 제4회 지방선거 때는 무투표 당선자가 고작 48명에 불과했었는데, 그새 훌쩍 10배가 넘게 늘어났다.

애써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으니 무투표 당선자가 그저 운이 좋은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관련되는 법적 문제점이 많다. 이로써 보통선거원칙과 직접선거원칙이 침해되고 있다고도 지적된다.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당선자 본인도 입후보만 하고서 주민들이 뽑지 않았으니 찝찝할 법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천만 받으면 곧바로 당선이니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고액의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선거운동기간 중에 경쟁후보자들에 의한 비판과 검증조차 없는 가운데, 이번 무투표 당선자들 중에 전과기록 보유자가 무려 137명이다. 이 같은 무투표 당선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데,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와 지역주의 그리고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와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 저하 및 지방의원으로서의 메리트 저하 등이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정당’의 원천봉쇄가 문제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지역정당의 허용을 촉구해왔다. 서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당법은 중앙당을 반드시 수도(首都)에 두고서,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출 것 등을 요건으로 하는 ‘전국정당조항’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정당, 즉 ‘전국정당’만을 정당으로 인정하고서 선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해당 정당법 조항에 대해 2023년 9월에 선고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이 못 되어서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는 몰라도,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지만 지자체들마다 따로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에 왜 전국정당만이 참여해야 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4인 재판관의 합헌의견에서는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주의의 심화를 우려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역정당’, 지역주의를 녹여낼 수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선거는 몰라도, 지방의원선거에서 대다수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모르는 채 그저 선호하는 정당 기호대로 투표한 셈이다. 특히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는 이런 투표 행태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래서 해당 지역에서 지방선거 차원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이 그간의 완고한 지역주의를 녹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물론 지역정당이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평소에는 그토록 다투면서도 지역정당의 출현을 막는 데에는 입법권을 손에 틀어쥐고 있는 거대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아서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양대 정당이 수도권을 제외하고서는 사실상 특정 지역에 기반하는 정당이어서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건가 싶은 의구심도 든다. 중앙당의 과도한 선거 개입이 문제되어서 한때 이들 정당이 합의해서 기초의원선거에서 정당표방을 법상 금지한 적도 있었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놀부 심보와 다를 바가 없다.

모쪼록 다음번 지방선거에서는 관련 법 개정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제인 지역정당들이 전국정당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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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 종 수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법무대학원 교수

[저서]
《독일통일의 법적 조명》(공저)
《헌법주석(Ⅰ)》(공저)
《한국정치와 정부》(공저)
《독일 공법의 역사》(번역서) 등있었던 반면에,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아예 투표할 기회, 즉 주민대표를 내 손으로 뽑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즉 무투표 당선자의 문제가 그러하다.

경쟁도 검증도 없는 ‘무투표 당선’ 늘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려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그동안은 특정 정당의 강세 현상이 심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수도권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예컨대 전북도의회는 지역구 의석 38석 가운데 25석이, 수도권인 광명시에서도 시의원 12명 가운데 5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20년 전의 제4회 지방선거 때는 무투표 당선자가 고작 48명에 불과했었는데, 그새 훌쩍 10배가 넘게 늘어났다.

애써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으니 무투표 당선자가 그저 운이 좋은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관련되는 법적 문제점이 많다. 이로써 보통선거원칙과 직접선거원칙이 침해되고 있다고도 지적된다.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당선자 본인도 입후보만 하고서 주민들이 뽑지 않았으니 찝찝할 법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천만 받으면 곧바로 당선이니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고액의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선거운동기간 중에 경쟁후보자들에 의한 비판과 검증조차 없는 가운데, 이번 무투표 당선자들 중에 전과기록 보유자가 무려 137명이다. 이 같은 무투표 당선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데,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와 지역주의 그리고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와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 저하 및 지방의원으로서의 메리트 저하 등이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정당’의 원천봉쇄가 문제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지역정당의 허용을 촉구해왔다. 서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당법은 중앙당을 반드시 수도(首都)에 두고서,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출 것 등을 요건으로 하는 ‘전국정당조항’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정당, 즉 ‘전국정당’만을 정당으로 인정하고서 선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해당 정당법 조항에 대해 2023년 9월에 선고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이 못 되어서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는 몰라도,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지만 지자체들마다 따로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에 왜 전국정당만이 참여해야 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4인 재판관의 합헌의견에서는 지역정당을 통한 지역주의의 심화를 우려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역정당’, 지역주의를 녹여낼 수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선거는 몰라도, 지방의원선거에서 대다수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모르는 채 그저 선호하는 정당 기호대로 투표한 셈이다. 특히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는 이런 투표 행태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래서 해당 지역에서 지방선거 차원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이 그간의 완고한 지역주의를 녹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물론 지역정당이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평소에는 그토록 다투면서도 지역정당의 출현을 막는 데에는 입법권을 손에 틀어쥐고 있는 거대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아서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양대 정당이 수도권을 제외하고서는 사실상 특정 지역에 기반하는 정당이어서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건가 싶은 의구심도 든다. 중앙당의 과도한 선거 개입이 문제되어서 한때 이들 정당이 합의해서 기초의원선거에서 정당표방을 법상 금지한 적도 있었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놀부 심보와 다를 바가 없다.

모쪼록 다음번 지방선거에서는 관련 법 개정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제인 지역정당들이 전국정당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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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 종 수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법무대학원 교수

[저서]
《독일통일의 법적 조명》(공저)
《헌법주석(Ⅰ)》(공저)
《한국정치와 정부》(공저)
《독일 공법의 역사》(번역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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