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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르까프 손주흥 “신정아는 잊어 주세요”

작성자여쩡:|작성시간08.07.04|조회수1,035 목록 댓글 0

 

‘조자룡 테란’이라 불러주세요

나와 닮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누구와 닮았느냐에 따라 기분도 달라질 것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과 닮았다고 한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라면? 좋을 리 없다. 닮음의 미학은 결국 해당 인물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에 기인한다.

2007년 말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일으킨 인물 가운데 신정아가 있다. 성곡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동국대학교 조교수를 지낸 신 씨는 학력 위조 파문을 불러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기획실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알려져 대형 스캔들을 일으켰다.

프로게이머 가운데 신정아 씨와 닮은 인물이 있다. 르까프 오즈의 신예 테란 손주흥이 닮은 꼴. 신정아 파문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이익과 불이익을 같이 얻은 손주흥을 만났다.

◆신정아와 닮았다?
손주흥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프로게이머로서의 실력 때문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각종 매체에서 대서특필한 신정아 파문 때문이다. 학력 위조 사건으로 불거진 신정아 파문은, 한 일간지에서 누드 사진을 게재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변양균 전 청와대 기획실장과의 스캔들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 신 씨는 여성치고는 짧은 머리에, 앙다문 입과 사각 턱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 씨의 사진이 자주 지면에 오르내리면서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르까프 오즈 손주흥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커뮤니티나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아시잖아요. 르까프 오즈는 일단 자리에 앉으면 잠자기 전까지 게임만 합니다. 후기리그 경기를 치르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선배들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갑자기 배꼽을 잡고 웃는 거에요.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신정아씨 얼굴에 제 눈코입을 합성한 사진과 제 얼굴에 신정아 씨의 이목구비를 합성해 놓은 두 장의 사진이 돌고 있더라고요. 제가 봐도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닮았어요.”

사진을 확인한 후 손주흥은 신정아 씨가 누구인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좌절하고 말았다. 이왕이면 좋은 일로 알려진 사람이길 기대했지만 사회에 악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몸이었기 때문이다.

“닮은 사람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죠. 잘 생긴 연예인이나 좋은 성적을 올리는 스포츠 스타를 닮았다고 하면 알게 모르게 힘이 나거든요. CJ 손재범 선수 같은 경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닮았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촌형 덕에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 손에 이끌려 PC방을 찾았다가 빠져들어 직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손주흥의 경우는 다르다. 친구가 아니라 사촌형의 집요한 꼬임에 넘어간 케이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PC를 구입하면 스타크래프트가 기본으로 깔려 있잖아요. 초등학생이 영어를 어떻게 알겠어요. 어떤 건지 잘 몰라 클릭도 하지 않고 인터넷 정도만 이용하고 있었는데 사촌형이 오더니 하나씩 알려주더라고요. 몇 달 동안 싱글 플레이만 하다가 형과 함께 PC방에 가서 플레이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연속해서 지니까 엄청나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초등학교 때 시작한 스타크래프트이지만 5년 정도 계속하다 보니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손주흥은 남천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대표 선수로 꼽힐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김창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온게임넷 스파키즈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희 선수죠. 중학교 축제 때 학교에서 개최하는 대회가 열렸는데 제가 이겼어요. 그 때부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게 됐죠. 사촌형 덕분이에요.”

사촌형은 지금도 손주흥의 ‘광팬’을 자처하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부모님과 싸우고 있을 때에도 손주흥 편을 들어주면서 큰 힘이 되어 줬고 르까프 오즈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응원 전화도 하고 경기 후기도 말해주는 등 관심을 쏟고 있다. 개인 사업을 하시느라 아들의 경기를 챙겨볼 시간이 별로 없는 손주흥의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결과를 알려주는 통신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 ‘게임 보이’ 손주흥
손주흥이 스타크래프트만 플레이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는지 다양한 게임을 익히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일 먼저 플레이한 게임은 '디아블로'였어요. PC게임이었지만 RPG적인 요소가 많아서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었죠. 그 덕분에 MMORPG 게임에도 푹 빠져 살았죠.”

이후 손주흥이 재미를 느낀 게임은 FPS. 스타크래프트가 지겨워질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하며 기분을 전환했다고. 그 덕분에 '스페셜 포스'나 '서든 어택' 등 다른 FPS게임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고. 만약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FPS 리그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전향할 생각도 있었어요. 커리지 매치를 통과하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제가 2회 커리지 매치부터 참가했는데 무려 20번이나 물을 먹었어요. 2회에 통과한 선수가 오영종 선배더라고요. 20번이나 커리지 매치에 문을 두드리는 동안 오영종 선배는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최고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니 얼마나 오래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는지 아시겠죠?”

◆게임 개발자될 뻔
게이머로 꿈을 키우던 손주흥은 게임과학고등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e스포츠 학과도 있다는 이야기에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전했고 6개월 이상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들이 검증되지 않은 직업을 택하겠다는데 무턱대고 “열심히 해봐라”라고 허락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손주흥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다방면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임요환, 박정석, 홍진호 등 선배들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일부러 틀어 놓고 부모님에게 보여드렸어요.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승리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고 이야기드렸더니 부모님도 다소 흔들리는 듯했고요. 지속적인 노출 덕분에 결국에는 승낙하시더라고요.”

손주흥은 대전에 위치한 게임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향이 부산이었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갔고 6개월 동안 생활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고. e스포츠에 관한 내용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게임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 학교였고 실망감을 느꼈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를 키우기 위한 학제였어요.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다고 느껴 부산공업고등학교롤 전학을 갔어요. 만약 게임과학고등학교에 계속 다녔다면 프로그래머가 되어 있었겠죠.”

◆2007년 하반기 의미 있는 시간
손주흥은 2006년 하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르까프 오즈에 합류했다. 계획보다 늦은 데뷔였지만 프로게이머가 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TV에서 보던 사람들과 같은 숙소에서 연습하고 식사하고 잠자는 것만으로도 좋았단다.

그러던 차에 손주흥은 코칭스태프가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뒀다. 곰TV MSL 시즌2 본선 티켓을 자력으로 따낸 것. 32강으로 처음 시작한 대회였기 때문에 문호가 넓어진 덕도 봤지만 손주흥은 32강에서 KTF 박정석과 SK텔레콤 최연성을 잡아내면서 16강까지 진출했다.

“16강에서는 한빛 스타즈 윤용태 선수를 만났어요. 첫 경기는 패했는데 두 번재 세트는 제가 승리했죠. 1대1이 되었을 때 따로 준비한 전략이 있었어요. 치즈 러시를 시도하면서 입구까지 돌파했거든요.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떨리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래서 컨트롤 실수를 하는 바람에 데뷔 첫 8강 진출 기회를 놓쳐 버렸죠. 정말 아쉬웠어요.”

이후 손주흥은 프로리그에서 팀플레이를 담당했다. 최가람과 호흡을 맞추면서 정규 시즌 7승2패, 포스트 시즌 2승을 기록했다. 르까프 오즈가 2007시즌 프로리그 최강팀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팀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어요. 오영종과 이제동 선수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그래도 좋았죠. 부모님이 직접 응원하시지는 못했지만 이기고 나서 전화했더니 대견해 하시더라고요. 기쁨의 눈물에 목이 메어 말도 잘 못할 정도였어요.”

◆카메라 관심 많아요
손주흥의 게임 아이디는 Lomo[foU]다. 대괄호 안에 있는 글자는 소속 클랜 이름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 앞에 있는 ‘로모’는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는 메이커 가운데 하나다. 아이디로 카메라 회사 이름을 쓴다는 것 자체는 카메라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부터 카메라에 관심이 관심이 정말 많았어요. 용돈이 많지 않아서 직접 구입하지는 못하고 친구가 쓰는 것을 빌려 자주 찍었는데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가 제 구미에 맞더라고요.”

손주흥이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색감 때문. 디지털 화면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필름에인화된 사진을 보는 것이 훨씬 따뜻한 색감을 드러내어 푸근한 느낌이 든단다. 또 인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란다.

카메라에 얽힌 사연도 있다. 지난 3월 르까프 오즈는 통합 챔피언 등극을 기념해 7박8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영국부터 프랑스를 거쳐 스위스로 이어지는 여행 과정에서 손주흥은 1기가가 넘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단 번에 날려 버렸다.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지 않아 전체 삭제를 눌러 버린 것. 깜짝 놀라 배터리를 뺀 덕분에 여행을 시작할 때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만 몇 장 건졌다고.

◆조자룡 멋지던데요
손주흥은 얼마전에 개봉한 '용의부활'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조자룡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류더화가 주연한 그 영화에서 조자룡은 출전하는 전투마다 모두 승리하며 '승승장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모습을 본 위 손주흥은 나도 프로게이머들 안에서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그 후 손주흥은 MSL에서 승승장구하며 8강까지 진출, 시드를 획득했다. 그러나 KTF 이영호에게 8강에서 2대3으로 아쉽게 패하면서 생애 첫 4강 진출의 꿈을 날렸다.

손주흥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 속에 우승이라는 불꽃을 지키고 있는 한 좋은 기획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편 손주흥은 다음 주자로 STX 김민제를 선택했다. 르까프 오즈에서 활동하던 김민제는 2007시즌 STX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손주흥은 “STX가 문래동으로 숙소를 이전하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다음 주자로 지명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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