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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편지

879기 3대대 010126 황수환

작성자베이비|작성시간26.06.12|조회수27 목록 댓글 1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의 수환이에게.

 

우리 수환이, 잘 지냈어? 잠은 잘 잤어? 오늘 하루는 어땠어?

종교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되리라 생각은 못 했는데, 이제서야 보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네.

 

우리 애기… 훈련받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지는 않았는지,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자꾸 걱정돼.

아픈 곳은 없는지,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괜찮은 척 하면서 참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

 

내가 직접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수환이가 있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잘 견디고 있다는 걸 믿고 있어.

 

아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지내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고민도 하고 쉽지 많은 않은 순간들이 있겠지.

 

그래도 문득문득 내가 많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으면, 나도 똑같이 수환이를 아주아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나는 요즘에도 외로울 떄마다 수환이와 함꼐 했던 순간들의 기록을 꺼내보며 그리워 해.

포항, 전주, 성남, 일본, 서울… 그 동안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왔던 기록이 물리적으로도 정말 많았더라고. 

그 어느 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고,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 그 동안의 시간이 1초 전의 상황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기억을 꼽자면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었던 것 같아. 

 

그 먼 곳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서, 내가 병원 다녀오는 시간에 맞춰 나를 보러 와준 사람. 

학교에 있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나에게 오고 있던 사람.

 

그날의 수환이가 아직도 기억나.

전화기 너머에서만 듣던 목소리, 화면 속에서만 보던 얼굴이 내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

 

참 이상하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도 처음 마주한 순간은 낯설었고, 또 너무 익숙했어.

 

고맙고, 반갑고, 기쁘고…

정말 마치 동화 속의 왕자님이 나타난 것 같았어.

 

그리고 지금도, 그날의 마음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어…

시간이 많이 지나고, 우리가 서로의 예쁜 모습만 보던 시간을 지나서

서로의 부족한 모습과 아픈 모습까지 알게 되었는데도

나는 가끔 그날의 수환이를 떠올려.

 

아! 내가 이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했구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물론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항상 따뜻하고 반짝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 아팠던 순간도 있었고, 너무 가까운 사이였기에 오히려 더 깊게 상처받았던 순간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 시간들을 그냥 지나쳐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해.

힘든 순간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를 놓지 않으려고 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잖아.

 

나는 그게 우리 사랑의 가장 큰 증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계속 배워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

 

수환이가 수환이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내 자리에서 노력하고 싶어.

 

내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고, 필요한 도움도 받고, 조금씩 회복하면서

수환이에게 짐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수환이가 훈련을 받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순간이 있을지 다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여기서 수환이를 기다리고 있을게.

 

예전의 그날처럼, 멀리서 나를 향해 와준 수환이를 기억하면서.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고 믿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수환이가 돌아오는 날, 변함없는 마음으로 수환이를 보러 가서 

그리고 우리가 또 하나의 시간을 잘 건너왔다는 걸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우리 앞으로도 잘 걸어가자.

힘든 날에는 서로의 손을 더 꼭 잡고, 좋은 날에는 누구보다 크게 웃으면서.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

 

2026. 06.11. 23:57

금요일을 간절히 기다리며!

수민이가

 

추신. 들어가기 전에 얼굴 사진은 좀 안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편지 비하인드 사진을 보내요!

편지 잘 받았을까? 혹시 다 엎었다면 미안해요...!!! (주의 문구가 접착면 안에 있어서..ㅠㅠ)

토지 과제 끝낸 날 급하게 만든 편지... 부끄러웠다고 그래서 좀 미안했어.

그래도 맘에 들었지?! 그랬으면 좋겠어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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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병 872기 교육사 군종병 | 작성시간 26.06.12 출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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