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니 군대 영장이 나왔다.
입대 전에 평소 좋지 않았던 무릎과 허리 MRI를 찍었다.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스물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 훈련 중에 허리와 무릎의 통증이 심해졌다. 더는 견딜 수 없어 군병원으로 외진을 갔다.
무릎 수술을 하기 위해 군병원에 입실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을 보았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자대에 복귀하면 죽는다는 생각에 불안에 떠는 환우들을 만났다. 의지할 데 없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내 평생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이에게 복음을 전하기도 처음이었다. 그들은 들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빨아들였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신 연유를 알았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즉시로 복음이 심겼다. 천국이 임했다. 그렇게 군교회에서 부흥을 경험했다.
그즈음에 하나님이 나의 오랜 기도 제목에 응답해주셨다. 우리 집의 경제적인 문제가 삽시간에 해결되었다. 하나님이 내 기도를 응답해주셨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살던 컨테이너에서 나와 아파트로 이사 갔다. 군대를 만기 전역하고 신학교에 3학년으로 재입학했다.
집이 안정되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1등 장학금을 받고 학생회장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졸업 후 신대원에 진학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없을 평안한 때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전처럼 기도하지 않았다.
큰 기도 제목이 응답되고 삶의 문제가 해결되니, 더 이상 기도할 목적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간절함도 기도 시간도 현저히 줄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신학생이요 사역자였다.
신대원 1학기 때, 다시금 집에 폭풍이 몰아쳤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안 되어 다시 빚더미에 앉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을 저질렀고, 그 일로 어머니에게 화병이 생겼다.
우울증이 점점 깊어지더니, 어느 날부터 아들인 나를 못 알아보셨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자해를 하시는 거였다. 더는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한림대학병원 정신과에 갔다. 과장 교수님은 어머니가 조현병이니 당장 입원하라고 했다.
며칠 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이 너무 심해져서 아버지를 모시고 한림대학교병원 정신과를 다시 갔다. 과장 교수님은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 심하니 당장 입원하라고 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정신병원에 같이 들어가셨다. 나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한동안 폐인처럼 지냈다. 오랫동안 기도하여 받은 응답이 채 몇 년을 가지 못했다. 그렇게 허망할 수 없었다. 면도도 안 해서 수염은 덥수룩하고, 씻지도 않은 채 멍한 눈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나도 어머니, 아버지를 따라 정신병동에 들어갈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는 신학교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청소년부 수련회의 강사로 와달라고 했다. 내 꼬락서니에 무슨 설교인가 싶어 못 간다고 거절했는데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내가 꼭 와야 한다며 계속 부탁했다. 좋은 강사들도 많은데 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건지 이해는 안 됐지만, 동기의 거듭된 간곡한 부탁에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결국 가게 되었다.
당시, 어느 수련회를 갈 때마다 보통 3-4시간씩 기도회를 인도했다. 그러면 주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회개의 역사와 성령님의 은사가 나타났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간절히 주님의 긍휼을 구할 때 은혜가 임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3시간을 기도하고, 3시간 30분이 되어도 아무 역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설교부터 기도까지 5시간을 하니 내가 죽을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나님이 나 버리셨는데, 무슨 역사가 나타날 리가 없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마치는 기도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아멘” 하고 끝내려고 하는데 그 순간, 마음에 성령님이 감동을 주셨다.
“30분만 더 기도해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30분만 더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를 시작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작하자마자 하나님이 엄청난 은혜를 부어주셨다.
아이들의 입에서 회개가 터져 나왔다.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회개했다. 그때까지 사역하면서 가장 강력한 성령님의 역사를 경험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하나님을 만났다.
나는 뒤돌아서 무릎 꿇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 순간, 마음에 하나님의 감동이 임했다. 내 마음에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다시 고난을 허락한 것은 다시 기도하게 하려 함이다.”
주님의 말씀에 펑펑 울었다. 그냥 성공을 좇는 목회자로, 삯꾼 목회자로 그 길을 걸어가는 나를 주님께서 불쌍히 여기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것이었다. 기도할 목적을 잃고 기도의 열정을 잃어버린 나의 기도를 회복시켜주심이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몇 시간을 울고 또 울었다.
- 하나님의 눈물, 서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