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에게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다석은 죽음을 가까이하고 느끼며 살았다.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생명의 찰라 끝에 생명의 꽃이 핀다. 마지막 숨 끝 그것이 꽃이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끝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마지막 끝을 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끝이 꽃이다.
다석에게 생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육체에 갇힌 생명. 육체의 혈육과 함께 썩고 죽음으로써 끝나는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를 넘어서 영원히 사는 얼과 영의 생명이다. 믿음으로 죽음을 맞을 때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고 생명의 질적 변환이 일어나는 엄숙한 사건이다.
"목숨은 썩는 거야. 그러나 말씀은 빛나는 거야. 빛 날려면 깨야지. 껴져야지, 죽어야지."
깨고 깨지고 죽는다는 우리말에서 '죽어야 산다'는 진리의 뜻이 잘 살아난다. 죽음을 넘어서 살려면 '깨어나야'하고, '깨져야' 하고, '죽어야' 한다. 자연적인 죽음을 통해 저절로 영생을 얻는 게 아니다. 삶 속에서 깨고 깨지고 죽어야 한다. 죽음을 통해 죽음을 넘어 참된 삶으로 들어가는 일 그것은 심오하고 기쁜 일이다.
안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생명 사건이지만, 평소엔 잊고 살기 일쑤입니다. 어쩌면 끝이고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시간 강의 내용 중, 다석 유영모 선생님께서는 죽음을 생명철학의 중요한 주제로 가져와 깊이 생각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음을 생명의 꽃이자, 영원의 날개를 펴는 날이라 말합니다. 죽음을 사유하면서 "오늘"이라는 새날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박재순 선생님께서도 다석 유영모를 연구한 학자이자 실천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지내시는지 나누어주신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깨치고 자라는 생명을 바라볼 때, 그것 자체가 제 삶에 큰 울림을 주고, 나 역시 참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웃 생명을 위해 허투루 살면 안 된다는 마음입니다.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두려워하며 지내지 말고, 누군가를 위해 불사르는 삶 통해 생명의 꽃으로, 영원의 날개 펼치며 살 수 있기를 바라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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