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울트라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고온다습한 날씨로 변했다. 지금까지 참가한 세 번의 대회가 모두 그랬다. 목포 숙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기차로 광주송정역에 이어, 광주시청 야외음악당에 도착했다.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 커피숍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적당한 타이밍에 평마 희종형님과 임형균, 송암과 경희를 만났다. 송암은 얼굴이 일주일새 많이 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지난주 200km 완주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하필이면 송암은 대회 신청도 하지 않고 신청한 것으로 오인하여 광주까지 내려왔다. 어쩔 것인가?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 출발 10분 정도를 남기고 불참자가 나오자 서둘러 입금했다. 단체사진을 찍자마자 17시 정각을 알리며 출발해야 했다. 송암과 경희 셋이서 보조를 맞춰 천천히 광주천으로 이동했다. 2km쯤 지나자 임형균이 갑갑한지 서둘러 앞서 나갔다. 이번에도 나중에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광주천에서 영산강 자전거길로 올라가다 1CP 거의 도착해서 경희와 송암이 오르막길이 아님에도 멈춰 섰다. 송암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함께 가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천천히 따라오도록 놔두고 나 혼자만의 페이스로 앞서 나갔다. 518 국립묘지를 지나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2CP 50km 반환점에서 오이 하나를 들고 걸어가면서 먹었다. 여름날은 역시 과일이 최고인 것 같다. 고온다습한 날씨라 땀이 쏟아지고 초파리가 시야를 방해했다. 초곡천 둑길에는 잔 돌이 자꾸만 신발안으로 들어가며 여러 번 멈춰 서야 했다. 몇명의 주자들이 앞서 나갔다. 초반 기록으로는 후미그룹에 속할 것 같았다. 3CP 32km 지점에서도 과일을 따로 챙겨 오르막길을 계속하여 걸어 올라갔다. 뛸 수도 없는 곳이지만 짧은 평지가 나오면 조금씩이라도 뛰었다.
39km 지점인 반환점을 돌아 나온 후에는 5분 30초 주에서 6분주를 왔다 갔다 하며 5CP까지 달려 내려갔다. 30여 명을 추월한 것 같다. 42km 지점은 5시간 16분에 통과했다. 지난주보다는 기록을 단축했다. 5CP에서 급수를 하고 떡을 먹으며 걸어갔다. 식사가 제공되는 6CP에서는 된장국 두 그릇에 밥을 말아먹은 후 믹스 커피 한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옛 도로라 차량이 다니질 않기 때문에 Short Cut으로 도로를 가로지를 수 있다. 무등산 국립공원 구역이라 오리내리막이 수없이 반복했다. 내리막에서는 여지없이 속도를 내어 달렸기 때문에 앞서 나가는 주자 여럿을 추월할 수 있었다. 7CP 큰재에서 고석범 선배를 만났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대단한 파워다. 7CP에는 감자가 제공되었다. 떡이든 빵이든 이쯤 되면 먹히질 않지만 감자는 달랐다. 양껏 먹고 속도를 내어 내리막을 달려 단숨에 교리터널까지 내려왔다. 너릿재에 진입하기 전 자봉하시는 분이 좋은 것이 있다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맥주를 한 캔 따더니 다 마시라고 주었다. 5월 폐렴에 걸린 후에 한 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한잔은 괜찮았지만 캔맥주 하나를 다 비우자 배가 터질 듯 불러오고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폐렴 걸리기 전이었다면 맥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자봉 하신 그분들께 미안하게도 맥주는 정상적인 주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너릿재 오름길에 대여섯 명의 주자가 나를 추월해 갔다.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어렵사리 너릿재 정상인 8CP에 도착했다. 누릉지를 먹으라고 내놓았지만 입맛이 사라졌는지 먹을 수가 없다. 억지로 삼킨 후 내리막에 속도를 내보지만 다리 움직임이 현저히 둔하다. 빨라야 6분 30초이고 대개는 7분 20~30초가 찍혔다. 작년에는 싸타구니 쓸림이 심해도 6분 40~50초를 유지했었다. 맥주를 마신 것이 큰 후회로 돌아왔다.
너릿재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후 무돌길 진입 직전 임현균을 만났다. 허벅지 통증 때문에 뛸 수가 없다고 했다. 100여 미터를 함께 걷다가 앞서 나갔다. 무돌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8:2 주법으로 걷기 뛰다를 반복했다. 7분에서 7시 30초 사이를 유지하며 94km 마지막 CP에서 수박화채 두 그릇을 비우고 길을 건너 자전거도로를 따라갔다. 골인지점까지는 꽤 멀게 느껴졌다. 광주시청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13시간 38분 56초로 골인했다. 골인지점에서 가민시계를 누른 후 사진을 다 찍자 그때 태그 한 결과다. 가민계와는 1분의 시간차가 생겼고 작년보다는 12분 정도가 늦었다.
식사를 하려고 해도 입맛이 돌아오질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대충 국물만 먹고 일어섰다. 막걸리 한컵을 따랐지만 역시 한 모금만 했을 뿐이다. 맥주가 후반 페이스에 영향을 미치더니 식욕마저 떨어뜨렸다. 송암과 경희는 너무 떨어져 있어 전화를 걸어 각자 마치고 귀가하는 것으로 정했다. 사우나탕에서 샤워를 마치고 이영표 씨와 버스에 올라 광주송정역에 내렸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 KTX를 타고 목포로 내려왔다. 잠을 자려고 해도 배가 무척 고팠다. 식욕이 없었지만 라면은 먹을 수 있었다. 한숨 자고 나자 조금씩 식욕이 돌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