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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마이클 잭슨과 백조의 호수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6.25|조회수69 목록 댓글 5

 

나는 요즘처럼 나 자신에게 관대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주관이 뚜렷해서 그 누구의 말도 잘 들으려하지 않는고집쟁이였다.

내가 알아서 스스로 하는데, 그 누군가가 옆에서 잔소리(?)를 하면 못견뎌 했다.

그것이 어머니가 해주시는 말씀이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험 잡히는 일이 없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20대를 독일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 나의 의식은 독일인들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나의 행동을 보고

동료들로부터 너무 “독일식”이라는 부정적인 평을 듣기도 했다.

 

어쨋던 나는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분명하게 구별하면서 살아왔다

예를 들면, 클래식 가수로서 팝뮤직을 듣거나 노래하는 일은 금물이었다.

나 자신은 물론 다른 클래식 가수들이 그런 무대에 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길을 철저하게 고집하면서 때로는 그 자체가 나를 우월감에 빠져들게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두꺼운 벽이 허물어진 것은 아들이 재즈를 시작하면서 부터였는데,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던 다른 장르의 음악이 아들을 통해 원칙을 넘어 감성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나는 재즈를 즐기며 아들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되었다.

 

재즈까지는 마음을 열었는데, 팝뮤직은 아직도 음악적으로는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제자들이 팝송을 부르면 왠지 천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좀 심했다.

언젠가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전하면서 그가 어린 시절부터 부르던 노래와 춤을 소개하는

방송이 있어서 잠간 들여다보았더니 그의 춤 솜씨는 천부적이었다. 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대에 감행한 성형수술 이후 망가진 모습을 보고는 혐오감까지 갖고 있었는데,

그 이전의 연주활동을 보면서 하느님이 주신 재능이 숨어 있었음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그의 옛날 DVD를 하나 사서 말라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마이클 잭슨의 DVD를 하나 소장하게 된 것이다.

 

춤의 나라 아프리카로 떠나니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춤 종류가 있는지 보여주려고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 DVD도 하나 사서 들고 왔다.

그동안 루수빌로 고아원과 음악부에는 DVD플레이어가 없었다. 허지만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며칠 전에 DVD 플레이어와 스크린을 두 개 사서 고아원과 음악부에 각각 설치해 주었더니 너무들 좋아 한다.

 

나는 가져온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를 우선 고아원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정신없이 콘서트에 빠져들며 열광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문명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삶의 질을

높혀 주는 것임을 실감했다. 콘서트를 다 보고도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누가 마이클 잭슨처럼 춤을 출 수 있느냐”고 묻자 서로들 흉내 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들은 이제 모두 마이클 잭슨의 분신이 되어 행복해 하는 것이었다.

내가 마음을 열어 이 DVD를 사오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은 결코 이런 행복을 맛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것이 진정한 선물인 것을 배운다.

 

그래도 음악적인 수준이 훨씬 높은 음악부 학생들에게는 “백조의 호수”를 보여 주었다.

춤을 잘 추는 학생들이 있어서 무척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의

형태가 낯 설었고, 발끝을 들고 추는 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발레를 무척 좋아하던 나도 아프리카 땅에서 차이코프스키를 감상하려니 왠지 기분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 땅에서 자유롭게 추는 춤만을 보다가 만들어진 안무를 보려니 왠지 답답하면서 인위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나의 취향까지 바뀌었다.

 

나는 지루해하는 학생들에게 “백조의 호수” 스토리를 설명해 주려고 하니, 아니,이게 왠일인가!

이곳 사람들은 백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백조를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오리는 알고 있냐‘고 했더니 그것도 모른다고 했다. 허긴 이곳에서 오리가 물에 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없으니 그들이 알 리가 없다. 바다 같은 말라위 호수에도 백조는 없다.

오리나 백조가 살기에는 너무도 더운 날씨인가 보다.

이곳은 코끼리나 사자가 사는 곳, 아프리카다.

 

“그래, 그만 두자, 나도  너희들처럼 ”백조의 호수“가 더 이상 재미 없다.

우리 마이클 잭슨이나 보자“ 학생들도 환호했다.

 

나는 요즘처럼 나 자신에게 관대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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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6.25 ㅎㅎㅎ 선생님의 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백조의 호수라..ㅎㅎㅎ
    웬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장르를 접할수 있다는것에 의미를 두는것이니..
    학생들을 챙기시는 그런 세심한 배려가 무척이나 가슴 따뜻히 느껴집니다.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6.25 화이팅~~~!!! 있는 그대로..!! 를 피력하신 하느님..!!!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아녜스님의 있는 그되로의 사랑입니다..!! ^*~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1.06.26 남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된다합니다. 이제 인간으로서의 완숙한 모습을 보여주신 교수님은 진정 하느님의 축복과 사랑을 충만히 받으실 분이십니다.
  • 작성자smilejina | 작성시간 11.06.27 ㅎㅎㅎ 안되는 것이 없으며 그리 하지말아야 할 것이 없으며.....
    넘 재밌어요. 전 워낙 틀을 뛰어넘는걸 좋아해서 교수님의 변화가 엄청 좋네요...ㅋ
  • 작성자너울 하마 | 작성시간 11.08.08 너무 재밌습니다. 주님의 뜻이라고 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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