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잊고 사는 것이 있다면, 나의 나이를 세는 일이다.
만 65세에 한국을 떠나와서 더 이상은 나이 먹는 일에 조바심하지 않는다.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은 내가 몇 살이냐고 묻질 않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나이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나이가 뭐 그리 큰 관심사가 되겠는가?
우리들은 아이들의 생일을 기억해서 축하해주고 몇 살이 되었는지도 해마다 알려주는데,
뮤직센터 학생들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이 생일파티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특별한 관심 없이 그렇게 방목 되어진다.
물론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를 알고 있다.
평균수명이 40살밖에 안 되는 이곳에서 60살이면 아주 늙은 사람으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내가 60이 넘었다고 말하면 믿는 사람들이 없다. 내가 노래하고 춤추며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본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나 자신도 나이를 잊고 그들과 어울려 지내다보면 내가 무척 젊다는 착각을
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때는 그 환상이 깨어짐을 또한 숨길 수가 없다.
우리는 여행을 해보면 정확한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얼마 전 ,작은 사고로 엉치 뼈를 다쳤는데,
그 후유증이 지속되어 나의 여행을 힘들게 했다. 우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과
무거운 것 드는 일이 많이 힘들어서 가져갈 짐을 줄여 가방 하나만 만들었다.
말라위는 후진국이라 아직도 비행기 탈 때 트랩을 오르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평상시에 날아다니는 느낌으로 걸었다면 이번에는 다른 노인들처럼 천천히 걸어야만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을 의식을 갖고 행하니 날아다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길 원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자진해서 뒤쳐져 가는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느린 삶”도 때로는 유익한 것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러나 몸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에는 비행기마다 만석이어서 빈자리 없이 이코노미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아프리카나 독일이나 이제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들은 돈 자랑하며 세계 경제와 문화를 제멋대로 뒤흔들어대고 있어 모든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몸이 불편하니 마음까지 예민해져서 여행자체를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이래서 나이가 들면 집을 떠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그래도 나는 이 긴 여행을 계속해야한다. 7시간을 자동차로 달려와 하룻밤 자고 비행기로
19시간을 가야하는 이 장거리 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을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이렇게 훌쩍 떠나올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말라위에서의 고된 일상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삶은 아주 특별해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빼앗기는 에너지 또한 엄청 크다.
그래서 그 빈자리에 재충전하지 않으면 곧 지치고 만다.
주님께서는 내게 아직도 많은 소망과 비전을 준비하고 계시니 나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은총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격려, 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나를 힘 있게 만들 것이다.
“우아하게 늙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 있게 늙어가는 것”은 더 바람직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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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너울 하마 작성시간 11.10.05 무한한 에너지를 주님께서 충전하시리라 믿습니다. 교수님 화이팅하십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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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10.06 이런 어쩌다 다치셔서...
항상 주님이 선생님과 함께 하시기에 후유증도 얼른 가시라라 생각합니다.
얼른 나으시길 기도드릴께요 -
작성자선생님딸 작성시간 11.10.07 마르지 않는 샘 처럼.. 주님의 은혜로 늘 새롭게, 늘 힘차게 선생님의 영육을 채워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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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이퍼샘 작성시간 14.11.28 선생님~잠시 뵈었지만..열정이 넘치셨어요..한국에서도 선생님과 같은 정렬과 힘이 느껴지는 분들이 70대에 또 계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