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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쟤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2.10.25|조회수122 목록 댓글 4

지난 13~14일 평창 생태마을에서 회원님들과 함께 피정을 하고 돌아왔다.

상쾌한 가을 날씨와 황창연 신부님의 명쾌한 강의, 사랑이 넘치는 회원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영과 육이 온전히 재충전된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와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곁에 계시니 나는 하느님께서 내게 맡기신 소명을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로가 함께 몰려와 나를 감격케 했다.

평창에서 일찍 출발한 탓인지 나는 어머니가 살고계신 동탄에 5시경 도착했다.

나는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 채, 동네 산으로 올라갔다. 날마다 걸어야하는 나의 습관때문에,

나는 오늘도 산을 올랐다. 사랑으로 충전된 몸과 마음이 마치 독수리처럼 하늘 높이 날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광야생활(아프리카는 나의 광야다)에서 견디어내야 했던 많은 순간들이 보상받고 위로받는 치유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내가 산위를 오르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 한분이 열심히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무엇을 저렇게 열심히 찾고 있을까 의아했지만, 내가 알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계속했다.

그 때 지나가던 한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 아줌마, 뭐하는거에요?”

“그 도토리 몇 개 집어다 뭘 하겠다고 그걸 가져갑니까?, 그냥 두세요, 쟤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그러나 그 아줌마는 끝내 그 봉지를 놓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제서야 그 아줌마가 무엇을 했는지 감이 왔다. 먹고 사는 일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사람들 중에 먹거리를

찾다 못해 짐승들의 먹이까지 빼앗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바로 그 현장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 아줌마가 주은 도토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동물들이 겨울동안 먹을 식량을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가져가는 몰인정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결코 도토리묵을 사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처럼)또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이제는 없다고 본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배가 고프니까 동물의 먹이는 물론, 국립공원에서 보호받고 있는 동물들까지 잡아먹어 동물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만, 인간의 기본적, 생리적 욕구가 살아있는 한,

인간은 먹을 것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작은 도토리 한 톨부터 시작해서 사슴, 고래, 심지어 코끼리까지......

 

나는 아프리카에 와서도 그 남자가 내 뱉은 “쟤들도 먹고 살아야지요”라는 말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 말에는 다른 생명을 배려하는 엄청 큰마음이 담겨있어서 내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자신만을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되어간다는 염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작은 동물의 생명을 아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 또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은 희망이 있다. 바라건데, 한국사람들이 동물뿐 만 아니라,가난한  다른나라

사람들까지 먹고 살게 해주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될것인가!

 

내가 말라위 집에 돌아와 보니 내가 정성껏 키워온 화분의 화초들과 정원의 작은 나무잎들이 모두 잘려 있었다.

정원사의 말인즉, 염소들이 정원까지 들어와서 잎사귀를 뜯어먹는다는 것이었다. 요즘 건기라 나뭇잎들이

메말라 떨어지니 염소들이 먹을 잎이 없어 집안까지 들어와서는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가는 것이다.

나는 속이 상했지만 문득 그 남자의 말이 생각났다.

“쟤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그렇다, 얼마나 배가 고프면 남의 정원까지 쳐들어와 잎사귀를 뜯어 먹었겠는가?

나는 현재 굶지도 않고 화초는 다시 사서 기르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쟤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다른 생명을 먹고 살게 해주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던가?

이곳에서 물론 사람도 살려야 하지만 사람들에게 고기를 제공해주는 염소까지도 돌보라 하심이이니,

 “주님, 물론 쟤들도 먹이고 살리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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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2.10.26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모습으로 창조하시고, 온갖 생물들을 다스려라 [ 창1;28 ]* 씨를맺는 모든풀과과일들을 너희에게 양식이되게^^ 땅을기는 모든 생물에게는 푸른풀을 양식으로 준다.[ 창1;29~30 ] 하셨는데
    우 리가 너무 남용하는것이지요..??!!! 아녜스님 ...!!! ^*~~
    !망가니 뮤직센타 청소녀,소년들 새로운 삶으로초대하여 먹이시는 참 사랑 어머니가 아니신가요....?!! 짱...!!!!!^*^~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2.10.26 창세기의 말씀을 너무나 잘 쓰신 루시아님!! 너무 소식이 없어서...혹시나? 건강? 걱정이 되어서 ...어제 원로사에게 안부 했더니...아니라고... 안심 했어요
    그래요 요즈음 복음에서 계속해서 나눔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시지요...우리는 말씀안에서 살아서...주님의 뜻에 순명해야지요
  • 답댓글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2.10.26 ㅎㅎㅎ고마워유.!! 나도 내심 궁금~~~ㅁ..!!
    이렇게 사랑받고 있으니 눈 빨리 회복햐게 도와주실 성모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아~~멘.!!!^*~~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2.11.15 "쟤들도 먹고살아야지요.."
    무언가 가슴 뭉클해지는 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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