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청자의 이야기

색소폰 필립과 트럼펫 림바니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2.11.22|조회수186 목록 댓글 7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2012년에 가장 큰 행운아를 뽑는다면 단연코 필립과 림바니다.

이들에게는 앞으로 이런 명칭이 평생 따라 붙을 것이다.

말라위 최초 한국 국비장학생, 말라위 최초 음악학사, 필립은 말라위 최초 색소폰 전공자, 림바니는 말라위 최초

트럼펫 전공자, 카롱가 출신으로는 최초로 비행기로 외국여행한 자,등등...

이것은 마치 로또 당첨한 것 이상으로 평가 되어질 것이 분명하다.

2012년 11월 11일 한국 땅을 밟은 후, 이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아니 누구였는가?

필립은 18살, 림바니는 20살의 청년들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 후원회에서 1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여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올 7월에는 졸업을 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비장학생이 된 것이다.

 

필립과 림바니를 만난 것은 내가 말라위에 도착해서 한 달을 지내고 난 2010년 10월이었다.

카롱가는 10월이 가장 뜨거운 때라 섭씨 50도까지 오를 때가 많다.

그 어떤 뜨껍던 날, 말라위 젊은이들 4명이 나를 찾아왔다. 우리 집은 시내에서 8km나 떨어진 곳이었는데,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없는 이 젊은이들은 2시간을 걸어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들은 내가 음악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말라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서 카롱가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들은 너무도 음악공부를

하고 싶은데 카롱가에는 스승이 없다면서 음악학교를 열어서 자신들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나는 음악을 가르치러 이곳에 온것이 아니라 고아들을 도우려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히 거절했다.

40년 동안 음악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시내에서 나를 만날 때 마다 달려와서는 졸라대는 것이었다.

 

나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주님의 뜻을 여쭈어봤더니, 어느 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시간, 나의 물질, 나의 재능을 온전히 소진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왜 나는 나의

재능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가?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음악이 아닌가?”

 나는 나의 재능을 온전히 소진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 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10명으로 불어나자 나는 넓은 집을 구해서 유스센터의 음악부를

설치하고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성악, 키보드와 음악이론이었다.

기타와 드럼은 현지인들을 채용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바리톤의 미성을 갖고있는 필립은 내게 성악을

배웠고 림바니는 키보드를 배우기 시작했다.음악이론은 학생들 모두에게 가르쳤는데 필립과 림바니가

가장 잘 따라와 주었다.이들은 우선 성실했고 열정적이었으며 순수해서 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감사하게도 1년 전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 봉사단들이 와서 처음으로 필립에게 색소폰을,

림바니에게는 트럼펫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2주후 한국학생들이 떠나고 난 후에는 스스로 독학으로

연습을 했고 6개월 후에는 아들 다니엘이 독일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봉사를 와줘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들도 2주 후에는떠나갔다. 아이들은 다시 혼자서 연습하면서도 음악을 전공하고 싶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음악대학으로 진학을 시키고 싶은데 말라위에는 대학이 없으니 유학을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두 아이들을 불러서 “너희들 정말 음악대학을 가고 싶으냐, 외국에 나가면 어려움이 많을텐데

각오가 되어있느냐고 했더니, 자신들은 외국에 가서 음악공부하고 돌아와 말라위에서 음악선생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서있었다.

 

바로 그 무렵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권 개발도상국가의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이 올해부터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나는 한국에서 음대생 둘을 초청하여

한 달 동안 두 아이들을 훈련시키게 하고 비디오를 만들어서 장학생으로 응시케 한 것이었다.

오늘 이 아이들이 한국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오게 된 것은 기적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하느님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일어날 수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18살의 필립은 체구는 작지만 음악적 소질이 아주 큰 아이다.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

때로는 자만심이 들어난다. 필립의 쌍둥이 여동생 앨라도 재주가 있어서 내가 성악을 가르치고 있다.

이 쌍둥이의 엄마는 아이들이 7개월 되었을 때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재혼을 한지 몇 년 후에 그 계모까지

돌아가서 아이들은 친척집에서 컸다고 한다. 엄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필립은 내성적이며 좀 이기적이다.

직 음악만이 그의 전부다.

 

20살의 림바니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엄마가 14살에 림바니를 임신해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 후 아버지는 모자를 두고 떠나버려서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엄마는 다시 재혼해서 여동생 셋을 낳았고

림바니는 계부 밑에서 살고 있었지만, 맏아들인 탓으로 책임감도 강하며 성격이 온순하며 친절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 두 아이들의 삶은 그렇게 평탄하질 못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음악이

그들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향해 성실하게 달렸고 하느님이 그들을 사랑하시어

나, 김청자, 아그네스 엄마를 그들에게 보내주셨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엄마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기에 자신들에게 불어넣어준 그 희망과 위로의 말을 실천하리라는,

나에 대한 신뢰와 감사로 가득한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 신뢰가 영원하기를 기도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꿈을 이루었다. 아이들은 한국에 도착해서 많은 후원자님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자리를

잡고 마음을 굳히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하루에 8시간을 한국어를 배우고난 후, 저녁도 먹지 않고

연습실로 가서 4시간을 연습한다면서 매일 밤 자랑스럽게 내게 보고를 한다.(그들의 저녁은 컵라면이란다.)

열흘 밖에 안 된 아이들이 벌써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섞어가며 말하는 것을 들으며 나의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오른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한국의 매서운 추위를 잘 견디어내야지만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나의 사랑을 먹고 자란 나의 아들들은 잘 해낼 것이다. 내가 카롱가의 50도 더위를 잘 이겨내듯이 말이다.

 

우리들에게는 하느님이 우리들에게 맡겨주신 소명이 있고 높은 목표가 있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은 역시 아그네스 부족이니까.......

(말라위에서 온 우리들에게 사랑으로 숙식을 제공해주신 안나 자매님이 탄생시킨 말라위의 새로운 부족 ㅎㅎ)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2.11.23 모든것을 주님께 의탁하고 그분의 말씀안에서 행한 다윗 임금처럼....우리 아그녜스 부족의 왕엄마!!!! 정말 ~~~~
    필립과 림바니 두 아들도 엄마 처럼 열심히 잘 할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 어려움 뒤에는 더 좋은 축복으로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23 노랑나비님, 감사합니다. 고난이 없는 곳에 부활이 없듯이 젊었을때 어려움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지요.
    필립과 림바니가 아주 사랑스런 아이들이니 하느님께서도 늘 함께 해주실것입니다.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2.11.23 사랑자체이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아주 많이 닮아가는 아그네스엄마를 예비하신 주님께 어떻게 감사를 안드릴 수 있을까요.
    분명 주님께서 예비하신 일이니 축복 ~~받은 림바니와 필립입니다...어떤 어려움도 잘극복하고 말라위에 이룩하시려는 주님의 도구로 훌륭히 귀히 쓰여질 자원이기에 우리모두 응원합니다.든든한 엄마로 오래오래 영향력을 발휘하시게 영육간의 건강을 허락하실거라 믿습니다...아그네스님 짱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23 율리아나님, 고마워요. 모든 분들이 응원해주시니 힘이 절로납니다. 우리모두의 사랑이 열매를 맺어가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저를 도구로 쓰시는 동안 건강을 주실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도가 큰 힘이 됩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2.11.28 정말로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렇게 든든한 엄마를 얻은 림바니와 필립이 얼마나 기쁠지..
    아그네스부족 화이팅!!^^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