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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하느님 사랑 안에서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2.12.05|조회수151 목록 댓글 6

나는 칭얼대는 죠나단을 가슴에 품고 창가로 갔다. 간밤에 첫눈이 왔나보다. 푸른 잔디가 하얀 옷을 입었다.

4개월 밖에 안 된 어린 죠나단과 함께 첫눈을 바라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할머니 품에 안긴 아이는 내 가슴이

편안한지 그의 머리를 푹 파묻은 채, 불빛이 반짝이는 바깥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눈과 같이 희고 깨끗한 아이의 영혼을 하느님께서 오래도록 지켜주십사는 기도가 내 입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이보다 더 깊은 평화가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할머니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아이를 이토록 편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런 아이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가슴이 벅찼다.

 

우리가 하느님을 이처럼 신뢰하고 의지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우리들이 사랑스러우실까?

하느님의 사랑이 이러한 것 일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또 다른 얼굴들......

한국에 두고온 필립과 림바니, 말라위에 두고온 뮤직센터 학생들과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 그리고 마키홤바 마을 아이들을 항한 그리움이 몰려왔다.

나를 그토록 신뢰하고 따르며 엄마라고 불러주는 그 아이들에게도 이 같은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차이가 없는 사랑 말이다,

 

떠나는 할머니를 함박웃음으로 환송하는 죠나단을 뒤로하고 나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는기차를 탔다.

 4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독일에서의 기차여행은 정말 편하고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한얀 눈으로 덮혀 있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는 듯했다.

나는 4사람이 앉는 테이블이 있는 좌석을 예약했는데 이번에는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젊은 엄마와 함께

앉게 되었다. 4살짜리 금발의 곱슬머리 여자아이와 3개월 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죠나단을 보고 온 후라 어린아이들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더 이상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할머니가 된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남의 일 같이만 느껴지던 아이들이었는데,

젊은 엄마가 아이들과 힘들게 여행하는 모습이 여간 안쓰럽지가 않았다. 밤잠을 설치면서 죠나단을 보살피는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이제야 부모님들의 수고와 정성을 알게 되었다니 다행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은 꼭 부모가 되어 봐야 한다.

 

이 젊은 엄마와 아이들은 3시간 후에 나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기차에서 내렸다.

친정 부모님이 마중을 나온다면서 유모차와 짐 보따리를 들고 내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플랫홈에 서있는 그녀의 부모님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직도 열려있는 문가로 달려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손자 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지세요. 나도 손자를 보고 오는 길이랍니다. 이 보다 더 큰 기쁨이 또 어디있을까요?” 나는 갑자기 수다스런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그들 역시 환한 미소로 내게 응답했다.

“ 아, 그래요? 고마워요, 좋은 성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그들은 오래도록 내게 손을 흔들어주며 멀리 사라졌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짧은 만남이었다.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이었는지 지금도 그들의 모습이 내 가슴에 남아있다. 한편 나의 아들 다니엘도 이 엄마가 곁에서, 아니 같은 나라에만 살고 있어도 얼마나 의지가 될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것을,

이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이 우리들의 아이라는 것을, 그래서 성탄절에 독일 재즈 뮤지션들을 데리고 말라위 카롱가로 음악봉사를 와주는 아들이 더욱 고맙고 대견스럽다.

40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아들과 함께 보낼 크리스마스가 더욱 기다려진다.

 

“우리의 삶은 천상의 기쁨을 이미 이 땅에서 누리는 사람들의 축제”라고 한 아들의 말을 떠 올리면서

나는 더욱 빠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프리카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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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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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2.12.05 바쁜 스케쥴 가운데 주신 손자와의 행복한 만남과 그 느낌들이 얼마나 행복 하였음이 느껴 집니다 가까이 함께 못하기에
    더욱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마치 태양도 하늘도 없는 어두움의세상이 하얀 눈의 아름다움을 앗아가네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그리워 하는 하느님의 딸 아녜스 엄마!!!! 그 엄마의 아들또한 성탄에 봉사하러 온다니.. .하느님 사랑안에서 사는 기쁨이 함께하는자 만이 아는 행복만을 생각하기로 해요
    건강 조심 하셔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8 노랑나비님, 고마워요. 잘 도착해서 다시 아이들과 만났어요. 엄마가 없는 뮤직센터는 왠지 허전한가 봅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면 필립과 림바니가 많이 부러운것 같아요.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2.12.05 아무도 없어서 빨리 답을 해야지 ....했는데...전화받고나니 우리 회장님 오셨네요 ㅋㅋ
  • 작성자sabina^^ | 작성시간 12.12.06 천상의 기쁨을 느끼게한 행복한 여행속에
    더 참된 여정을 향하여~~파이팅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08 사비나님, 감사합니다. 요즘 양지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상상이 갑니다. 이곳의 열기를 좀 식혀주세요!
    그래도 견딜만한 힘을 주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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