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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나의 환한 웃음 뒤에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2.12.15|조회수175 목록 댓글 12

긴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야 다시 생활의 리듬이 서 지는 것 같다. 이곳의 불볕더위, 끝없이 손 벌리는 사람들,

삶의 불편함 등에 다시 익숙해져 갈 수 있다는 것에 나 자신도 늘 놀란다.

인간은 어느 처지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비행기 트랩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이것저것 말라위 카롱가에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 오노라면 어느새 나의 백팩과 핸드캐리 가방은

각각 10kg가 훨씬 넘는다. 나를 비행장 까지 전송해주는 후원회 임원님들이 내 가방을 들어보고는 혀를 찬다

“ 이렇게 무거운 것을 메고 다니시면 안되요.  어깨 병나세요.”

진정으로 걱정에 찬 충고지만 내가 아프리카를 오가는 한, 나의 짐은 줄어들 수가 없다.

너무도 부족한 것이 많다보니 이것저것을 챙겨오게 되는데, 그것도 욕심이라면 내려놓아야할 부분이다.

 

이렇게 말라위에 도착하면 뜨거운 햇살이 살 속으로 뚫고 들어온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특유한 냄새가 대합실에 가득 차 있다

“아, 다시 아프리카에 왔구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가 설 땅이 바로 이곳이다.

자동차로 8시간을 달리면 내가 사는 카롱가에 도착한다. 남아프리카에서 북아프리카로 가는

유일한 도로인데 좁은 차선이 둘밖에 없어 가는 차, 오는 차가 부딪칠까 늘 조바심을 한다.

카롱가는 지대가 낮아서 10도 정도는 더 덥다. 말라위에서 가장 더운 곳이란다.

집에 도착하니 전기가 나가서 집은 어둡고 냉장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안정감 내지 평화를 느끼곤 한다.

최악의 경우 나는 이곳에서 이틀을 전기 없이 살았었는데, 냉동보관 했던 귀한 해물들을 다 요리해서

나누어 먹을 때가 있었다. 나눔도 좋지만 몇 달을 먹어야 할 것들을 하루에 다 치워버린 것이 좀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자가 발전기를 샀는데, 용량이 작아 전기불만 들어오지 냉장고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더 큰 것을 구입해야할 것 만 같다.

 

다음날 일어나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여행할 때는 긴장을 해서 잘 몰랐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왜 이렇게 몸이

안 움직이는걸까? 늦잠을 잘 수도 없이 벌써 사람들이 나 온 것을 어떻게 알고는 찾아와서 자신들의 문제를 털어

놓는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 할 수가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보내놓고는 여행 가방을 풀기 시작했다.

여행가방 정리하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다. 전기가 없어 에어컨도 무용지물이다. 실내온도 33도에 땀 뻘뻘

흘리며 가방 두 개를 정리하고 나니 반나절이 지났다. 점심을 간단히 해서 비키 아줌마랑 먹고는 뮤직센터로 갔다.

나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뛰어나와 나를 끌어 앉는다.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

 

내가 없는 동안 뮤직센터에는 많은 문제들이 일어났다. 2년 동안 나와 함께 일해 온 비서겸 메니저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일을 잘 하지만 성격이 불같고 공격적이라서 사람들을 지배하려한다. 학생들과 다른 직원들이 그가 무서워서 늘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헌데 그가 최근에 내가 지시한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영수증도 없이 100달러 정도를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가격을 부풀려 가져온 것을 내가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가 영리하고 일을 얼마나 잘해내는지 신뢰하며 아들같이 사랑해줬다.

그도 나를 Mom 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라주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다.

나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니까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내 등 뒤에서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과 다른 직원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그제서야 학생들과 다른 직원들이 말문을 여는데, 이건 놀라운 일들이 들어나는 것이었다.

 

이름도 거창한 가스펠(복음)은 27살의 젊은인데, 이름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얼마나 영리한지 운수 사업을 해서 택시가 1 대, 트럭도 1대 있다고 했다.

물론 자신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좋은 집도 갖고 있다. 말라위 부유층이다. 나는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줄 알았는데, 자수성가 했다고 자랑했다.

내가 학생들과 직원한테 들은 이야기인즉: 내가 뮤직센터와 마키홤바 유스센터를 지을 때,

자신의 트럭을 사용해서 모든 자재들을 운반했다고 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의 트럭을

마음껏 이용한 것이다. 트럭이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내가 매번 콘트롤 할 수도 없었고 나는 다만 그를 믿고

수표를 써 준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사온 자재들을 남겨 자신의 집으로까지 운반했다는 소문까지 들려 왔다.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주위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좌절감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센터에 있는 비품들(스피커, 앰프, 마이크등) 을 밤이면 몰래 들어와 반출해서 주일 교회나 행사가 있는 곳에 대여했다는 이야기를 경비원들이 이제야 내게 말을 했다. 가스펠은 카리스마가 있는 젊은이라 자신의

행실이 들어나지 않기 위해, 순진한 아랫 사람들을 협박하면서 입을 막았던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검증해봐야 알 일지만,내가 들은 말 중에 50%만 사실이어도 이것은 나에 대한 배신 행위였다.

나는 너무도 실망하여 분노가 일어났다. 그러나 검증 된 것은 오직 내가 경험한 사실 뿐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그를 해고 시킬 수가 없었다. 나는 화를 삭이면서 그를 더 이상 센터에 두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내가 그의 부정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과 다른 직원들이 용기를 얻어 노골적으로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가스펠과 그의 심복으로 일하던 또 다른 직원 데니스는 이제 더 이상 뮤직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둘은 사표를 내고 떠나겠다고 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일한 퇴직금을 요구했다.

 

말라위의 노동법은 직원이 떠날 때 지금까지 받은 임금의 25%를 퇴직금으로 지불해야한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아 퇴직금을 줘서 떠나보냈다. 바로 어제 그 일이 마감 되었다.

생각하면 내가 빼앗긴 것이 더 많을텐데, 퇴직금까지 줘서 보내야 하는것이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좋지 않은, 부정적인 에너지가 뮤직센터를 감쌌지만, 성령님께서 나의 눈과 귀를 열어주시어

그의 부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것이 감사하다. 그가 더 큰 일을 벌이기 전에 말이다.

말라위사람들 중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두뇌를 나쁜 쪽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 이 나라에

전이 없고 갈 수록 점점 어려워만 가니 안타깝다.

 

나는 늘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평소에 많이 웃는다.  몇일전 카페를 방문한 한 자매님이 카페에 올린 사진에서

내가 웃는 모습에 반했다며 친절한 메일을 보내왔다. 내가 봐도 웃을 때의 나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내게 항상 그렇게 활짝 웃을 일만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환한 그 웃음 뒤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분노하고 실망하며 상처 받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사랑, 오직 사랑만이 모든 어두움과 두려움을 몰아내고 빛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저들을 용서하게 해주십시오, 저들은 저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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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지혜 | 작성시간 12.12.16 ㅜㅜ 선생님.... 말로 다할수 없는 속상한마음... 주님께서 회복시켜주시고 새 힘 주시기를!! 믿을수있는 좋은사람들을 보내주세요!!! 기도합니다 선생님!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17 지혜야. 2년 동안 잘 지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시련이 있은 후에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이시니까, 인간의 탐욕은 파멸로 이끌게 되있어. 아마도 더 적합한 사람을 보내주실거야.
  • 작성자nalanala66 | 작성시간 12.12.19 아 --이름값도 못했네요
    그녀석 어디가서라도 진정으로 사랑해준 교수님 생각하면서 변화해 갈꺼예요
    무서운 욕망이 거짓과 술수를 부추켜서 영리한 청년의 탈을 쓰게했네요
    가스펠을 위해서도 잘 그만둔거 같네요
    어수룩하게 빼먹을 꺼리가 눈에 보이는 곳에서 철들지 않은 욕망이 더 큰짓을 하게 했을테니...

    역시 주님께서 늘 교수님 지켜주십니다
    이쯤에서 스스로 나가게 해주시니 골치아픈 일을 면하게 해주시네요

    그나저나 당장 일 시킬 사람이 없어서 어떡하세요
    교수님 어깨는 강철도 아니고 우선 천천히 하세요
    자주 어깨 좀 풀어달라고 하세요
    혈압에 안좋다니까요
  • 작성자nalanala66 | 작성시간 12.12.19 아_ 저 안나예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20 안나님, 고마워요. 하는 행동에 비해 이름이 너무 거창하지요? 잘된것 같아요. 더 오래 있었으면
    더큰 일을 벌렸을거에요. 헌데 내가 카톡으로메시지 보냈는데 답이 없어요. 이문동 성당에 다녀와줘서
    고마워요. 어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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