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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캘빈과 무싸의 전쟁과 평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3.06.02|조회수111 목록 댓글 4

캘빈은 22살의 성악전공 테너이고 무싸는 21살의 드럼전공 학생이다.

캘빈은 2년 전부터 뮤직센터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만난 말라위 젊은이들 중,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해가 가장 두드러진 청년이다. 그래서 나는 캘빈을 올 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국비장학생으로 보내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잘 따라와 준다.

캘빈은 아빠를 일찍 여이고, 엄마 곁에서 살기 힘들어 친척집을 오가면서 어린 시절부터

떠돌이 생활을 하며 많은 고생을 하다가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무싸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말라위 젊은이 중, 가장 머리가 좋고, 예민하며, 예의가 바른 모범생으로

앞으로 의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싸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남매의

형제가 있으며 쌍둥이 동생이 있는데, 역시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아이다.

무주주 라는 큰 도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2년 전, 내가 릴롱궤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한 자동차 정비소에 들르게 되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한 정비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뮤직밴드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말라위의 젊은이들 중, 음악에 재주 있는 아이들을 만나서 가르치고 도와주려는

결심이 서 있었기에 어디서라도 그런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번에는 시간이 없으니 다음번에는 꼭 시간을 내어 그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겠다고 약속하고

떠나왔다. 그 후 나는 그 약속을 지켜서 3명의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무싸였다. 그들은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중단하고 음악만 하고 있었지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학비를 지원해주면서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다니지만,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들을 카롱가 뮤직센터로 불러서 집을 구해주고

생활비를 대주면서 현재 모두 뮤직센터 학생으로 만들었다. 하느님께서는 타이어 펑크까지 좋은것으로 이끄시는

분이시다.혼자 살던 캘빈도 함께 합류시켜서 4명이 사는 최초의 뮤직센터 기숙사가 탄생되었다.

침실이 두개여서 2명씩 한방에 살게 되었는데, 캘빈과 무싸가 같은 방을 쓰게 됨으로서 그들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다른 두 학생들은 너무도 잘 지내고 있으니 문제는 결국 캘빈과 무싸, 이 두사람이 모두 안고 있는 듯했다.

 

내가 처음에 그들을 방문 했을 때는 모두 너무도 감사해하면서 자신들이 작은 천국에 살고 있다면 행복해 했다.

자신들은 더 이상 학비와 식량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었다.그러나 그 행복은 3개월 정도 밖에 지속 되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말투가 시작되었다.

때로는 장을 함께 봐야하는데, 재정 담당인 캘빈이 사라져서 끼니를 굶는 일도 일어났다고 나중에 고백을 해서

알게 되었다.아이들은 내가 알면 실망 할까봐 내 앞에서는 너무들 친한 척 연기를 해서 나는 오래도록 그 사실을 모르다가 한국에 다녀오면서부터 내가 눈치를 채기 시작해 일이 본격적으로 밖으로 들어나게 된 것이다.

 

뮤직센터의 메니저인 마나쎄가 아이들과 면담을 하고 그 후 또 내가 그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의 문제는 질투심과 이기심이었다.

캘빈은 2년 전부터 나의 인정과 사랑을 받아왔던 학생이며 성악 전공이라 더욱 나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

헌데 최근에 무싸라는 학생이 나타나서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 질투심이 발동한 것이었다.

무싸는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었다가 생활에서 그것을 실천하려는 모범생이고  또 학교에서는 공부를

아주 잘하니 그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타잎인데 비해, 학교 공부도 떨어지고  생활에서도 정리를 안 하고

사는 캘빈과 마음이 맞을 수가 없었다. 의사가 되려는 무싸는 정리정돈과 질서가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고

캘빈은 예술가적인 기질을 갖고 있어 기분파이면서 늘어놓고 사는 삶을 더 선호했다.

 

결국은 한방에서 자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캘빈이 거실로 잠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이 스토리는 마치 어떤

부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다가 삶의 방식이 다르면 그 어떤 사랑도 오래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의 방법만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이기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다른 점을

인정 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된다면 그 어떤 차이도 극복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고 나는 나의 아들들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은 너무도 커서 그 어떤 한 아이만을 사랑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아이들 마다 필요한 사랑을 다 나누어주니까, 서로 질투할 필요가 없다고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말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처받고 있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을

용서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서로 용서하면서 새롭게 시작을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선한 나의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듣고 마음을 열었다. 바늘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이 딱딱해졌던 마음이

말라위 호수처럼 환희 뚫렸다. 아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돌아왔고 서로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서로 끌어안았다.

날로 캘빈은 이불을 싸들고 무싸가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은 마치 장미전쟁을 치룬 부부처럼  다시 같은 방을 다정히 나누어 쓰고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해 나간다. 모든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한 자리에 모였지만,

성격과 기질은 물론, 그들의 꿈과 비전도 다 다르다.

나도 그들의 그 "다름"을 인정해주면서 그들이 최상의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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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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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노을 | 작성시간 13.06.02 어느 가정이나 어느나라 사람이나 사는것 그리고 서로의 관계속에서 서로 모난 모습에서 둥근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바라시는 주님께서 마련하신 일이겠지요. 김 교수님을 통해서 오늘도 그들에게 함께사는 법을 가르치시니 행복을 알게 되는거네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6.02 노을님, 정말 그래요. 인간들의 모습은 어쩜 그렇게 다 같은지요! 본능적 의식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특히 질투심이 너무도 강해요. 모든 문제가 그래서 생겨나더군요. 모두가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는 이런 싸움이 계속되겠지요? 그래도 이곳 아이들에게는 변화 될 수있는 희망이 있답니다.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3.06.02 사람 사는곳 아이들이 있는곳은 모두 꼭 같네요~~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 그 나라에 필요한 의사의 꿈을 갖게하시는 분!!
    그분의 사랑안에....인간의 작은 마음....그래서 하느님을 찾아야만 감사를 하게되나봅니다....좋은 엄마와 함께....엄마의 속이 상한만큼 아이들은 잘 자라겠지요...참 쉬운 일은 없네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6.02 노랑나비님, 이곳에 와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배워갑니다. 나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과연 얼마나 인정해주고 있는지 반성해봅니다. 엄마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것은 이런 아이들을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것이기에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지요.그래도 이곳 아이들이 순수해서 가르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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