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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자비와 사랑을 알아가는 길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4.02.16|조회수195 목록 댓글 4

 

 

내가 35개월 전, 한국에서의 삶을 다 정리하고 말라위로 떠날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프리카에 가면 나는 시간이 많을 테니 그동안 못 읽은 책들을 다 읽게 되리라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나의 아프리카 삶은 한가롭지가 못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고

돌봐야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무척 힘들다.

그렇게 바쁘게 지낸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또 아니다. 내가 끊임없이 퍼부어준다고 해서

 이 사람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주 허탈감이나 좌절감에 시달릴 때가 있다.

몸은 뜨거운 날씨에 시달리고 마음은 상처받아 아프지만, 나를 진정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음악이나

독서로 나 자신을 위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도를 통해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인간은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지라 책이나 음악을 통해서 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 받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읽은 책이 법정스님의 <일기일회>라는 법문집이다.

나는 법정스님의 책을 무척 좋아했고 그분의 삶을 몹시 부러워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오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해맑은 모습과 무소유를 주장하신 그분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들의 삶은 더욱 단순해져야하는데, 나는 아직도 갖고 있는 것, 또 원하는 것이 너무도 많아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종교의 본질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자비의 실천이며, 자비의 는 함께 기뻐함이요, 자비의 는 함께 신음함이라고 말씀하신다. 자비란 사람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에

이르는 사랑이며, 자비의 실천은 만나는 대상을 통해서 자비가 실현될 수 있다고 하셨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부분에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예수님께 물으니 예수님께서는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르라"

하시지 않았던가?

예수님께서도 이웃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우선으로 꼽으셨다. 사랑의 실천이 우선이다.

또 사도 바울은 내가 천사의 말을 하고 온갖 지식을 가졌으며, 생명을 바쳐 가진 것을 다

나누어주고 산을 옮길 믿음이 있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계신다.

내게 사랑을 나누어 줄 대상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많은 기도를 하고 피정을 통하여 많은 영적인 지식을 얻는다

해도 우리들이 일상생활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과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

아무것도 우리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내가 이곳에서 아무리 많은 열매를 맺으면서 일하고 바쁘게

지낸다해도 내 마음 안에 이 사람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없으면 나는 이곳에서 헛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신음 할 수 있는 마음, 이곳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실망시키고 상처를 준다

해도 나는 이것 때문에 분노하지 않고, 그들을 정죄하지 않으며 의욕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아닌, 예수님의 마음, 부처님의 마음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움이 닥칠 때

마다 이것이 영적인 훈련이라고 생각 할 때, 나는 그것을 참아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과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

 

내가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영적 스승들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감사함으로 그 배움을 받아드리게 될 것이며, 내가 그들 없이는 하느님의 영광과 사랑을 이 세상에

들어낼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들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을 향한 연민의 정으로 눈물을 흘리셨듯이

나도 이들을 향해 끊임없이 연민의 눈물을 흘리며 섬겨야 할 것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부처에 이르는 길이라고 법정스님은 말씀하신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사모하여 그분을 따라 길을 떠난 순례자들이다.

주님을 따라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 우리들도 주님을 닮은 "작은 예수"가 되어지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이것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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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윤선 | 작성시간 14.02.17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왠지 모르게 조금은 지치고 힘든 일요일 아침에 말라위에서 전해주신 깨달음의 글을 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8 박윤선님, 반가워요.카페를 방문해주시니 감사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요? 말라위 프로젝트는 잘 추진되고 있는지요?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하다가도 힘들 때가 있지요.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과 일하는것은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힘내세요!
  • 작성자슈니 | 작성시간 14.02.17 어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매일 주어지는 사랑의 요구에 `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것은 괴롭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충만한 삶을 원한다면
    힘들더라도 이러한 사랑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선생님의 귀한 체험 가슴 뭉클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러브 러브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8 슈니님, 감사해요.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딸, 슈니님의 기도가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나도 사랑합니다.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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