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청자의 이야기

양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 마지막 명절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7.03|조회수127 목록 댓글 0

이틀 동안 북적이던 나의 양지집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아직도 눈이 녹지않은 정원에는 오빠의 손자들이 만들어놓은 눈사람만이 남아  집을 지켜준다.

구정 전날이 어머니 생신이라 우리 형제들은 하루 전 부터 만나서 내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곤했다.

그렇게 10년을 지냈는데,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많이 섭섭해 하는 모습이었다.

1999년 7월, 양지를 잘 아는 분의 소개로 대지를 구하고 설계를하여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왔다.

밤나무 숲으로 둘러쌓여 소음도 없고 공기도 맑은 나의 집, 침대위로 달빛이 흘러들어오고  새소리에 잠이 깨는 꿈같은 나의집,

이런 집을 하느님께 선물로 받은 감사함에 나는 "공간의 십일조"를 드리며 기도실을 만들었다.

아침,저녘은 물론 수시로 이곳을 드나들며 하느님과의 은밀한 만남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힘의 근원지가 바로 이 기도실이다.

기도를 많이 하시는 어머님을 10년동안 모시면서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또 교우들도 많이 오가며 함께 기도드린 참으로

은혜로운 곳이었다. 10년동안 얼마나 많은 기쁨을 누리고 살았던가! 감사,또 감사할 뿐이다.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을 두고 어떻게 아프리카로 떠나실 수 있어요?" 라고

그렇다, 내가 이 아름답고 편한 이 공간에 묶여 있다면 나는 결코 떠나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서 그토록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아름다운 외적 공간이 아니라, 내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이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있고 값비싼 집에서 산다해도 그 마음에 하느님이 안 계시면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것이다.

나는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떠날 수 있다. 나의 축복의 잔이 넘쳐나는데, 무엇을 더 채우려 하겠는가?

헤어짐을 아쉬어하며 멀어져가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이곳이  우리에게 오랜세월 동안 아늑함과 친밀감을 주는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이곳에 머물면 안된다고,

이곳은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을 뿐, 우리는 영원한 아버지의 집을 향해 이제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