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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오늘이 생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7.03|조회수77 목록 댓글 0

독일에 있는 아들 다니엘이 부활절 휴가를 엄마와 함께 보내려고 한국에 왔다. 지난 가을에 한국을 다녀가면서

엄마의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휴가라고 안타까워하며 떠나더니 결국 또 한번 엄마를 찾아 한국으로 와 주었다.

10년 전에 지은 양지 전원주택은 많은 사람들의 기쁨이 되어주었지만, 가장 기뻐한 것이 다니엘이 아닌가 싶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라는 아늑한 공간이  공중분해되고 난 후, 슬픔에 찬 12살짜리 다니엘은 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 초빙교수로 재직했던 내게 학교에서 제공되는 서초동의 30여평의 상가주택에서 이삿짐을 풀고

새로운 모습의 불완전한 가정 속에서 독일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만 곁에 있으면 집에 정이 든다.

3년을 한국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다시 내곁을 떠나 독일로 가야만 했다.

12살에  한국에서 시작한 재즈 색소폰이 이제는 그의 삶이 되어버렸으니 한국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엄마가 지은 고요한 전원의 집에서 다니엘은 많은 작품을 작곡했고 밤 늦게까지 피아노와 색소폰을  연습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했다. 그래서인지 이집에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이 아쉬워하는 눈치다.

 

우리 모자에게는 이렇게 헤어져 살아온 세월이 함께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다. 그래서인가? 

만나는 기쁨 때문에, 헤어지는 아픔 때문에, 우리는 매번 열병을 앓는다. 일년에 두 세번은 치러야하는 열병이다.

아, 이 열병의 고마움이여 ! 이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치룰 수 있는 복 받은, 사치스런 열병인 것이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아름다운 바닷가를 아들과 손잡고 걸어봤다. 27살의 멋진 청년으로 잘 자라게

해주신 하느님이 너무도 고마워 아들만 쳐다봐도  눈물이 난다.

우리가 겪어야했던 지난 세월의 아픔들이 모두 치유받는 은총의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제주 바닷가에서 나의 행복에 취해 있을 때, 나는 백령도 앞바다속에 아들들을 묻고  절규하는

 다른 엄마들의 통곡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행복은 이토록 완전하지 못한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 어떻게해야 그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위로도 힘이 없어 보인다.

세월이 흘러가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그 상처는 깊은 자국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해야 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야할 것이다.내가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말고 오늘 시작해야하며,

용서를 청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찾아가 용서를 구하며 모든이와 화해해야 할것이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한다 말만 하지말고 함께 있어주며 그들을 자주 힘껒 안아주어야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이미 죽어간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내일 떠나는 아들을 다시 못 볼지라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오늘 하루는 온전히 우리의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들 맘껒 요리해서 먹이고, 가져온 빨래 다 빨아 다려놓고,독일에가서 먹을 한국 반찬들을 만들어

진공포장해 놓았다. 남은 시간엔 논길을 걸으며 그의 팔에 매달린 채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리라.

우리는 다음 만남을 계획하고 있지만,그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아,그래도 ,그래도 가슴은 뻐근하기만 하다.

 

어릴 때는 엄마의 일 때문에 엄마를 독차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

그래도 마음속에 구름 한점없이 해맑게 웃어주며 고마워하는,나를 응원해주는 아들이 정말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허락하시는 오늘, 바로 이시간이 가장 귀중한,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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