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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너의 집은 어디니?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8.15|조회수60 목록 댓글 3

 

 

독일에 온지 3주가 되어 온다. 한 달 전에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나는 당연히 한국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을 정리하고 내가 소유했던 모든 물건들도 다 정리해서

이곳 저곳으로 분산시켜놓은 상태라 이런 질문을 받고나니 묵상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나의 집은 과연 어딘가?

 

 

독일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독일 사람들이 삶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이 집이다.

프랑스나 이태리 사람들은 입는 것, 먹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독일 사람들은 집을 사든,

세를 살든, 집을 꾸미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독일 사람들은 그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임을 알게 된다.

 

즉흥적인 것보다는 계획된 것,추상적인 것보다는 현실적인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신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태리나 프랑스사람들은 시간 약속이나 자신이 한 말에 대해 큰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하며 또 지켜지는 것을 보며

30년을 독일에서 살아왔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성실한 그들의 삶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부럽기까지 했다.그러나 나는 요즘 만나는 옛날 독일 친구들을 보면서 인간이 그런 의식만을 갖고 사는 것이 과연

최상의 길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신앙이라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교회를 떠난 친구들이 많다. 믿음이라는 것이 분석하거나 증명되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 없이 자신들의 정의로만 살아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나를 설득하려 든다.

그들의 눈에는 가장 중요한 삶의 기반이 되는 집을 팔아서 아프리카로 떠나는 내가 어리석에 보일 뿐이다. 친구들은 그이야기를 들으면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묻는다.

“그럼, 이제 너의 집은 어디니?”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 한다.

 

 

“Nirgend und Ueberall" 해석하면 ” 그 어느곳도, 또 어디든지“가 된다.

 

 

나의 여름옷들은 아프리카에, 봄가을옷들은 한국에, 겨울옷들은 독일에다 분산시켜놓은 상태니까

물리적인 집의 개념은 사라진 것이다.그러나 나는 집이 없다는 개념보다는 이 세상 어디나 나의 고향인

것처럼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집이 아니라 내 영혼의 집이 아니겠는가?

내가 어디에 있던, 나의 물건들이 어디에 있던, 내 영혼이 하느님의 궁전에서 거닐 수만 있다면

곳이 바로 진정한 나의 집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진정한 자유함이다.

오늘도 주님을 향한 사랑 때문에 길을 떠나야만 한다면 나는 두말없이 다시 여행 가방을 싸들고

아늑한 이 세상 집을 떠날 것이다. 영원한 나의 집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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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0.08.15 저에게도 주여질 깊은 묵상거리입니다...집 ... 자유로움...전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오늘 성모승천 대 축일 정성껏 미사참례를 하고 돌아와서는 이리저리 뒹굴다가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 작성자smilejina | 작성시간 10.08.16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세상이 내게 조용히 강요한 의식의 구속이 아닌가 저두 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자유롭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참 많습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자유로움의 빈곤이 만연해있다는 얘기겠지요. 가족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효니, 자니하는 것이 나서고, 나라가 어지러워 지면 충신이 나선다는 노자의 말이 떠오릅니다.인간이 만든 윤리적 차원의 한계를 생각케합니다. 자유가만들어주는 자율이 있는 곳 그곳이 나름 주님이 실현하고자하는 세상이
    아닌가 짧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08.23 내 영혼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곳이 진정한 나의 집임을 다시금 생각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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