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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맞는 첫번째 대림절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11.29|조회수79 목록 댓글 7

 

 

오늘로 대림절이 시작 되었다. 기다림의 시기, 무엇을 기다리는가?

대림 첫 주일인 것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곳 생활이 하루, 하루 기후와 음식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집중하다보니 대림절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살아 온 것이다.

양지에 살 때는 대림절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예쁜 색으로 초를 고르고 정원에 있는

사철나무와 향나무로 화환을 직접 만들어 초를 꼽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차가워진 날씨에 벽난로에 참나무를 넣어 불을 지피면 거실은 아늑한 나의안식처가

되었었다, 촛불에 어울어진 향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곤 했는데....

 

 

나는 일주일 만에 열이 내려 기운 없는 걸음으로 솨미나드에 있는 현지 성당을 갔다.

성당에는 물론 대림절초가 없었다. 이 사람들은 대림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 왜 이렇게 허전한가! 두 시간 내내 이곳 현지어(툼부카어)로 미사를 드리는데,

마음이 집중되지 않는다. 나의 언어, 나의 문화가 그리운 것이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향수에 시달리는 것 같다. 감기를 앓고 있어서 마음이 약해졌는가?

 

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해먹으려니 전기가 어제부터 끊어진 것이 생각났다.

전기로 사용하는 오븐이라 아무것도 요리 할 수가 없어 숫불을 피워서 밥을 해야 했다.

오늘은 주일이라 비키 아줌마도 오지않는 날이라 혼자 해결을 해야한다.

갑자기 김초밥이 먹고 싶어 식초와 설탕과 소금을 넣어 끓여서 식힌 다음,

밥에다 버무려서 초밥을 만들었다. 계란도 부치고 당근도 썰어서 볶았다.

김밥에 들아갈 아보카드를 꺼내니 냉장고가 전기가 나간지 오래되어 너무 익어 있었다.

참치 캔을 열고 마요네즈를 발라서 예쁘게 김밥을 말았더니 4줄이나 되었다.

나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서 수사님들을 드리고 싶은 생각에 예쁘게 썰어 접시에 담았다.

김밥만 드리기에는 너무 약소해서 야채전을 부쳤다. 당근과 피망과 양파를 넣었더니 맛있는 야채전이 되었다.

새로 오신 토마스 수사님께 환영의 인사를 못드린 참이라 내가 만든 음식을 갖고 수사님들과 합류해서

환영파티를 열었다.

감기 때문에 아침기도를 못나가서 일주일 만에 뵙는 수사님들이 반가워하시며 맛있게 드시니 나 또한 기뻤다.

 

내 마음이 울적할 때는 내가 사랑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을 나눌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래서 그럴 때는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음식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 나의 울적함이 어느듯 사라져 버린다.

양지에 살 때도 가끔 마음이 울적해지면 먹을 것을 싸들고 성가원(장애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들과 나누면 내 마음에 다시 사랑이 충전 되곤 했었다.

나는 혼자 사는 법을 이렇게 터득해 나간다. 이미 14년을 훈련하고 있다.

 

지금도 전기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아 워드 작업만 하고 있다. 수도도 끊어진지 5일이나 됬다.

몸은 감기가 완전히 낫지않아  기침을 하고 있고 입맛도 없다. 참 힘드는 시간들이지만,

언제가는 이 상황도 바뀔 것이니 그냥 기다리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바꿀수 없는 이 상황들과 맞서면 나의 힘만 빠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까닭이다.

그래서 인내를 통해서 나는 더욱 견고해지고 깊어지며 관대해 질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가 기다리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크리스마스를 아들 다니엘과 함께 보내기 위해

12월 중순에는 독일로 떠난다. 3개월을 치열하게 일하며 살았으니 이제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동안 사랑하는 아들과 친구들을 만나며 입에 맞는 음식도 먹고 나의 언어, 나의 문화에 푹 빠져 보고 싶다.

그런 후에 나는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루수빌로의 어린이들과 나의 학생들에게로 달려오리라.

새로운 계획들을 듬뿍 안고.......

 

우리에게 이러한 기다림의 시기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 누가 불행을 기다리겠는가? 기다림이란 긍정적인 힘이다.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준비되지 않은 대림절을 이곳에서 맞이했지만, 내년에는 카롱가의 사람들에게도

대림절의 의미를 알려 주고 싶다. 야자수로라도 화환을 만들어 예쁜 초를 꽂으리라.

 

우리 삶에 예수님이 오시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야하는 목적이 없다.

우리 영혼이 오직 예수님만을 그리워하고 그분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우리는 오직 그분의 빛으로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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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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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0.11.30 아녜스님!! 오늘 말씀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라는 말씀에 그대가 떠 오릅니다 열이 좀 내렸다니 다행 입니다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0.11.30 * 샬롬..!!
    요리의 명사.. 나눔의 명사.. 기다림의 명사..
    대림 첫 주간을 멋지게 출발하시는 아녜스님 주님의 힘..!!! 되시기를....*^^*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0.11.30 기다림은 긍정의 힘이다... 전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막연히 세월이 흐르기를기다립니다...무엇을 기다리고 잇는지 알고 싶은데...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긍정의 힘이란 말에 힘을 새롭게 하며...
  • 답댓글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12.01 굳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찾기보단 시간이 흐르다보면 언젠간 그분께서 조용히 알려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조급해 하지 마시구요~ 오늘도 긍정의 힘으로 화이팅!! ^^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12.02 아프리카에서 맞는 대림절이 남 다르군요. 기다림의 애절함을 그들은 모르는가 봅니다. 아드인 다니엘과 즐거운 성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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